두런두런 사진 이야기-임안나작가와 이상미서이갤러리대표
두런두런 사진 이야기-임안나작가와 이상미서이갤러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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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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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 갤러리/임안나,사물에 기댄 상상展
4월26일(금)-5월26일(일)

글/ 이상미(서이 갤러리 대표)

내겐 항상 크고 작은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많은 세계 명작 동화를 읽으면서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어 보는 꿈을 꾸기도 했다, 엄마에게 구박받는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내가 엄마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로, 혹시 나에게도 굉장한 부모가 따로 있거나 신데렐라처럼 백마 탄 왕자가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 상상은 다시 엄마와 화해가 되어 팔짱을 끼며 장을 보는 것으로 끝이 나게 되면서,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동화 속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꿈과 상상은 계속되어 버넷의 비밀의 화원에 푹 빠져, 나는 한동안 그 화원에서 나오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의 화원을 갖겠다는 꿈을 지닌 채... 커가면서 좀 더 실질적인 꿈들을 꾸어왔고 어떤 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꿈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꿈꾸는 동안은 신이 났고 행복했다. 서서히 언제부터인가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면서 정작 내 자신의 꿈을 들여다 볼 기회가 적어져 갔다. 그러나 이제 다시 사진과 만나며 사진 안에서, 나아가 예술 안에서 새로운 꿈을 꾸어본다. 좋은 사진들을 감상하고 많은 분들과 그것을 향유하며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좋은 사진이란 사람마다 기준과 관점이 다를 것이나 진정성 있는 좋은 사진 작업을 해 나가기 위해 작가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그러한 작가들의 노력과 열정이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이어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많은 작가들이 패기와 열정으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점점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계속 사진예술을 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해 나가는 작가들을 볼 때, 존경심마저 들게 된다. 여기 그 열정을 가지고 30여년 사진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을 해나가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임안나 작가이다. 이번 428일부터 서이 갤러리 <사물에 기댄 상상>전을 통해 만나게 될 임안나 작가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에 대해, 그녀가 생각하는 사진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상미: 서이 갤러리 5월 전시작가로, 초대에 응해 주신 임안나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작가님의 사물에 기댄 상상전은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판타지적 작품들로, 관람자들을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을 비롯해 많은 작품들을 꾸준히 해오고 계신데요. 지금까지 몇 십년동안 작가적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임안나:예술이란 답을 내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데 시간을 끊임없이 쓰고 있으면서 아직도 많은 것이 궁금하고 그 동안의 작업이 아쉽고, 새로운 작업을 생각하면 설렙니다. 그래서 다시 찍어보고 싶고, 또 그 과정들이 재미있습니다. 어려울 때도 물론 있지만, 그 어려움이 저를 도전 할 수 있게 만들고 흥미를 느끼게 하니까 지금까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Last Scene #5--120X180cm-Pigment print- 임안나
Last Scene #5--120X180cm-Pigment print- 임안나

 

이상미: 역시 어려움이 있지만 작가님에게 사진하는 재미와 흥미,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몇 십 년을 사진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군요.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처음 만지게 된 것은 언제이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임안나: 처음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중학교 때 큰 오빠에게 커다란 카메라가 있었고 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친구들이 찍어 달라고 주위에 모여들어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귀여운 권력을 가진 듯 했고 사진을 찍은 후 어떻게 찍혔을까 기다리는 시간과, 인화 된 사진들에서 예기치 않은 표정들이 나왔을 때의 재미,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사진을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림 그리는 친구를 따라 화실에 갔는데, 그 친구는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처럼 멋져 보였습니다. 나는 그림 대신 화실 원장선생님께서 주신 필름 한 롤로 하루 종일 찍어야 했으므로 한 번에 찍지 않기 위해 아주 천천히 찍었습니다. 그때부터가 나의 사진하기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이상미: 그 때는 필름 한 롤이 아까워서 천천히 찍었겠군요.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이고 빨리 찍기가 가능해지고 연사의 기능을 가진 카메라들도 많아져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백 장 이상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죠. 물론 빠른 감각의 스냅사진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너무 쉽게 빨리 찍으니까 천천히 바라봄의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임안나: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생각 없이 빨리 찍은 사진들은 결과만 가져가지만, 찍기 전에 흥미를 가지고 천천히 바라본 것, 유심有心하게 보았던 것들은 그것들이 합해져 사진에 보여집니다. 천천히 관심을 가지고 본 어떤 것들이 마음에 담겨 그 과정에 보았던 것들까지 사진에 입혀지는 것이지요.

이상미: 어떤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니 한 사물을 찍기까지 그 사물을 몇 달이고 옆에 두고 생활하며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면 그 때서야 사물을 찍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네요. 작가님의 이 번 서이 갤러리 전시 사진은 사물들을 재구성한 정물 사진들인데요. 작가님은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오히려 일상에서 찾아 낸 사물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배치 구성하는가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임안나: 오래 사물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작품에 있어서는 사물을 통해서 오는 또 다른 사물, 그리고 A란 사물이 만들어 내는 B, B란 사물이 만들어 낸 C, 그런 사물들끼리 엮어지는 장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구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많은 변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막상 스케치한 대로 배열한 것들이 카메라 앞에서는 최고로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감각적으로 새롭게 배치를 해 유기적 관계를 맺은 사물들이, 최고의 배치를 만드는 변수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상미: 사물의 물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물과 사물이 엮여져 만들어 내는 내러티브가 중요하다는 말씀 같네요. 오랜 기간 사진작업을 해 온 만큼 작가님은 여러 시리즈를 해왔는데요, 가장 애착이 있는 시리즈가 있다면?

임안나: 대학 졸업 작품으로 하게 된 작업이 가장 애착이 가며, 그 때 이미 마음에 가는 소품들이 존재했고 그 소품과 함께 나의 신체 일부와 같이 작업한 작품들이었어요. 그 때는 대학 졸업 작품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았고 작품 수도 적어서 아쉬웠는데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그 때의 소품 이용이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애착이 가는 시리즈는 이 번 서이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화이트 베일 시리즈입니다.

이상미:그 동안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직전 전시인 <불안의 리허설>은 그동안 작가님의 여러 판타지적인 시리즈에 비해 조금 달라져 보인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임안나 :그럴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전쟁이나 폭력 등을 나타내는 시리즈 중에서도 실제 공포적인 분위기보다는 그 안에 사람이 빠져있는 판타지적 이미지로 표현된 작업이 많았습니다. 이 번에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이미지를 메타픽션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상미: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게, 왜 메타픽션으로 표현해야 했는가? 리얼리티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 않았는가?

오히려 사회적 비극, 재난의 공포와 불안이 메타픽션으로 인해 희화화 되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모델로 동원한 94명 중에 주변에 아는 분들이 있음으로 허구라는 느낌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다가오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임안나: 시각적 작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비극을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봅니다. 미디어에서 반복해 보여주는 재난 장면을 봄으로써 이것이 실제인지 아닌지 무디어져 항상 일어나는 재난일 뿐이다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맙니다. 그래서 오히려 미디어가 어떻게 타인의 비극을 활용하는지 본의 아니게 우리는 가식적인 비극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지 타인의 고통만은 진짜이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영화나 드라마가 되어 버림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재난이 자꾸 생기는 현실에서 사실적인 재난사진도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지나가버리고 잊혀져 버리는 현실에서 <불안의 리허설>은 감동을 주려고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다큐인 사진마저도 소비하고 마는 세상에, 이미지를 뒤틀어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상미: 재난 뉴스를 보면서 타인의 비극이나 고통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 되고, 사실적인 재난들은 다른 재난들로 인해서 쉽게 잊혀지는 세상에서 사실적이지 않은 메타픽션을 이용해 잊혀 지지 말아야할 것들에 대해 브레이크를 거는 작업이라고 해석해도 되겠군요.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직접 들으니 다시 한 번 그 작품들을 눈 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어서 항상 많은 분들이 질문하는 건데요! 어떤 사진가를 좋아하시고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저도 흔한 질문 해 봅니다.

임안나: 듀안 마이클을 좋아합니다.. 시퀀스 사진처럼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방법은 다르지만 여러 장의 사진이 아닐지라도 한 장의 사진에 시퀀스 같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담으려 했습니다.

이상미: 작가님은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 사진 외에 다른 꿈이 있다면?

임안나: 짧은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 안에 여러 가지가 내재되어 있어. 그 중에 하나를 꺼내 한 시리즈를 하고, 다른 하나를 꺼내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사진과 더불어 짧은 영화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오히려 다 잘하지 못할까봐 걱정이죠!.

이상미: 잘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이번엔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것을 보면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이 번 박사 학위 받으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임안나 작가님처럼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사진을 전공한 작가님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계속적으로 예술의 테두리 안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공부하고 그것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요즘 다른 매체를 베이스로 하는 분들의 사진이용이 많아졌죠, 가령 예를 들어 조각을 베이스로 하는 분이 사진을 이용한다던지, 회화를 하는 분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작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작가님은 다른 매체와의 작업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 아까 단편영화를 말씀하시긴 했는데...

임안나: 대학 때 이미 예술 안에서 사진을 인식하고 계셨던 분들에게 수업을 받았던 세대라 사진 안에서 예술을 받아들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사진의 전 과정을 해 왔지만 아직도 저는 사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더 해보고 싶은 작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도 사진적인 영화를 해볼 작정입니다. 컷과 컷 사진을 이용한 짧은 영화, 단면과 단면으로, 단상과 단상으로 행간을 이야기하는 사진적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상미: 끝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임안나: 사진 작업 시리즈가 다양했던 것은 그 만큼 제 안에 여러 가지가 들어있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하나씩 호기심을 가지고 불러내어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도 호기심이 많으며 도전적입니다. 그래서 저, 임안나의 작업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이상미: 오랫동안 저와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 번 서이 갤러리 전시 기간 동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의 감상뿐 아니라 사진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담론들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꾸준히 사진계를 지키고 있는 임안나 작가의 전시를 감상하시면서 판타지적인 상상의 세계에 빠져보시게 되길 작가님과 함께 기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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