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Code Blue)의 건축 사진--윤승준
블루(Code Blue)의 건축 사진--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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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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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JOA)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에 의한 코드 블루(Code Blue)의 건축 사진--윤승준

 

 

 

윤승준의 개인전, <코드 블루Code Blue>2019529()부터 622()일까지 레퍼런스에서 개최된다. 건물을 짓다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코드 블루상태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추적한 사진 7점과 프로젝트 투사를 통해 보여주는 사진이미지 2점을 포함해 총 9점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 건축 일을 하면서 현장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사진작업들을 꾸준히 펼쳐 오다가 한경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한 뒤 보다 심도 깊은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첫 개인전인 2014<자동기술> 작업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 했으며, 2017<Here to There> 등으로 지금까지 총3회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그리고 2013<천개의 마을, 천개의 기억> 서울시립미술관, 2017<Reappearing Memories> 뉴욕, 2019<그림자 놀이> 도쿄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 하는 등 최근 들어 왕성하게 작품 활동 중에 있다.

 

이번 <코드블루> 사진을 통해 윤승준이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 이는 제목을 통해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코드 블루Code Blue’는 의료분야에서 사용하는 말로 심장 마비(cardiac arrest)처럼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 심폐소생술 등이 긴박할 때 요하는 긴급호출을 의미한다. 사진에 등장한 건축물은 짓다가 중단되어 10년 혹은 20년 이상 방치 돼 있기에 작가의 시선에는 긴박하게 소생술이 필요한 안타까운 건물들인 것이다. 대체로 공사 도중 돈이 없어 부도가 난 상황이거나, 법적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 된 경우도 있지만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다양하다. 앞서 그에 이력을 밝혀 듯이 그는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 현장에서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와 같은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봐왔을 터였고, 그 속내를 너무나 속속히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폐허 건물들을 보면 몹시 가슴이 아팠을 것이고, 결국 이를 알리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화두를 던지고자 염두하며 작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코드블루상태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에 의한, 우리가 만든 코드 블루상태는 아닐까 한번 쯤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윤승준이 사진을 통해 하려는 말이다.

 

촬영 장소는 어떤 특정 지역을 선정하거나 어느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찍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공사가 중단 된 건축물들은 어느 한 지역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약2년 동안 서울과 속초, 부산, 제주, 철원, 고성, 홍천, 남양주 등 전국을 다니면서 공공주택, 리조트, 상업건물, 주택 예정지 등의 다양한 건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은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촬영됐다. 건물 전체가 보이는 정면에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올려놓은 뒤 셔터를 눌러 파사드(Façade)’를 구사했다. ‘파사드는 건축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건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을 일컫는 말이다.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인상적인 특정 면을 말하지만 주로 정면, 즉 입면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진 좀 하는 사람치고 파사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며, 현대 사진에서 인물사진이나 건축사진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도입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한 가지 주지 할 것은 현대에 이르러 건축 사진 분야에서 파사드를 접목하려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의 정면이나 건축 용어적인 정의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개념 또한 접목하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윤승준 역시 이번 코드블루에서 파사드를 적용한 것은 건물의 성격을 보다 뚜렷하게 전달 되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특히, 정면(正面)의 물리적인 방향성 보다는 건물의 전면성(全面性)을 드러냄으로써 코드블루 상태의 건물을 보다 심층적으로 직면하도록 하려는데 있다. 물론, 건물 외피 전체를 보여줌으로써 코드블루의 전체 개념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며, 완공 이후의 건물 기능이나 용도를 쉽게 짐작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작가 자신이 주지한 바이다.

 

코드블루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요소들은 또 있다. 마감 전 상태 그대로, 앙상하게 뼈대가 드러나 있는 시멘트 건물, 창문을 미처 달지 못해 뻥 뚫린 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물 등, 사진에 등장하는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흉흉하고 스산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러한 코드블루 상태의 풍경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감정을 빠르게 전이시킨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주지 되는 지점은, 짓다가 중단된 건축물들로 정지된 시간이기에 생명력이 멈춘 죽음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이는 물리적 시간이자 희망이 결여 된 상념의 시간으로 이곳에서 미래의 시간을 가늠해 보기란 여간 힘겨워 보인다. 한때 커다란 포부를 안고 증축을 시작 했을 흔적만 아스라이 남아 있을 뿐, 적어도 현재의 시간에선 회생 불가능해 보이는 막막한 풍경이다. 사실, 폐허가 되어 음산하다보니 도시 미관상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건사고가 발생 될 우려도 있지만 사유재산이라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방치 된 건물들이 많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 되면서 각 지자체 별로 공공기능으로 재생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그러나 언제나 실현 가능하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이번 윤승준 사진가의 코드블루작업이 그 의미를 더한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만 것은 무엇이 있을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코드블루 상태에 놓인 건물들의 심각성을 주지하면서 디스플레이 방식에도 주목해 보길 권한다. 하나의 건물을 같은 앵글과 같은 위치에서 각각 낮과 밤, 시간대를 달리해 찍은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촬영 중에 경험한 낮과 밤의 이중적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과감하게 끌어왔다. 낮과 밤, 두 장의 사진을 겹쳐 한 화면에 투사하는 방식을 고안해 설치한 것이다. 똑 같은 하나의 건축물이 시간과 빛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읽혀질 수 있는지 색다른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윤승준의 사진 속 건물들은 이유가 어쨌든, 누군가의 생사를 가르거나 촌각을 다투는 코드블루 상황에 놓여 있는 건축물들이다. 사람이 위급할 때 코드블루 상황에 따라 대처 할 수 있는 기본 처치 법들이 다양하게 있듯이 이제, 방치 된 건축물들을 나와 무관하다고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코드 상황에 맞는 알고리즘에 따라 회생 가능한 방법론을 다 같이 찾아 봐야 되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코드블루 상황이 어느 특정 지역이나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항상 건축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 작업을 기록하는 사진은 늘 찍었고 접해왔다.

그러나 이는 하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 하듯, 산을 열심히 다니던 시절 산 사진을 찍고 싶어 동호회에 가입하여 즐기는 사진을 하였다.

그러나 곧 천편일률적인 사진들에 회의를 느꼈고, 이후 사진을 심층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다. 대학원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한 다음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시작 하게 되었다.

Code Blue>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룩소르, 테베(Thebe)라 불리는 이 도시에는 태양신 라와 결합한 우주 창조의 신으로 여겨진 아문(Amun)신을 위해 지은 카르나크 신전Karnak Temples’이 있다.

이집트의 테베는 우리에게 아문신의 도시라기보다는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이 다스리던 도시로 더 깊이 새겨져 있다. 오이디푸스왕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태어난 테베의 왕이다. 파라오가 기원전 1990년부터 대를 이으며 2000년 동안 이어온 카르나크 건축의 역사는 고작 백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을 거부한 증거처럼 남아 있다.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탑문과 거상, 신전, 성소와 오벨리스크가 남아 있어서, 오히려 신전을 걷다보면 앞으로 지어야 할 건축물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밤이 되면 빛의 쇼가 펼쳐지는데, 이런 상상은 오히려 밤에 더 증폭된다. 마치 아문신의 운명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짓다가 중단된 건축물과 재난, 시간의 흐름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음을 향해 무너져 가는 건물은 어떻게 다를까? 굳이 경계를 짓자면 물리적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중단된 건축물은 언젠가는 소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한 미래의 시간을 담보하는 반면 폐허를 향해 가는 시간은 과거의 시간을 껴안고 역시 미래의 시간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시공간 안에서 이론을 만들어 온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존재하는 시공간을 구조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가 나누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단위는 엄밀히 말하면 불가능할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자세히 설명을 해도 우리는 현재의 시간안에서 의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주宇宙라는 한자는 집우, 집주를 써서 세계, 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 자연, 질서 등의 개념을 담고 있다. 건축은 다른 어떤 대상보다도 이 세계와 시간을 이해하는 시각적 구조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카르나크 신전에 빛을 비추면 한 순간’, 시간을 과거로 거슬러 되살아난 듯 보인다.

<Code Blue> 작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은 뭔가.

Code Blue 작업은 어찌 보면 전작인 Unknown House Road View 보다 먼저 작업의 컨셉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지방 현장을 가기 위해 국도변을 다니다 처음 접한 것이 공사 중지된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작업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고 스케치하는 정도였으며, Unknown House(장례식장)Road View(버려진 휴게소) 시리즈를 먼저 작업한 후 전작들과 같은 맥락의 작업이 될 것 이라는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Code Blue 시리즈 작업을 하게 되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Code Blue' 상태의 건물은 그 형태나 크기, 용도, 장소 등이 각기 달라 보인다. 특별히 선정 기준이 있었는가.

특별한 선정기준은 없다. 다만 촬영 대상이 된 건물들의 용도에 따라 크기와 장소 등이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용도의 건물들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공사중지 된 건물들을 searchiong하였고, 그 촬영 장소에 갔을 때 주변에 또 다른 공사 중지된 건물이 있는지 탐문 하였다.

대형 건축물은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수평과 수직을 맞춰 촬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작업에 사용된 촬영 장비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 때문인가.

건축물을 일반 카메라로 촬영하여 포토샵으로 수직 수평을 맞출 수도 있고,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TS렌즈를 사용하여 통상 건축 사진들을 촬영 하기도 한다. 물론 대형 필름카메라로 촬영 시는 두말 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나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려 한 시점에 핫셀 H6D 100C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형 건축물을 촬영 시에 발생하는 상기 문제들을 고려 안할 수 없었고 그래서 처음 고려한 것이 핫셀에서 나온 H.T.S. 1.5 Tilt/Shift Adaper를 사용하여 촬영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테스트 촬영한 결과 수직 수평은 해결 할 수 있었으나 확대 시 주변부의 색수차 및 화질 저하가 심해 사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Tilt & Shift가 되며 가장 디지털팩 사용이 최적화 되어있는 Linhof Techno기종을 선택하여 촬영 하게 되었다.

건축사진에서 모두 파사드(facade)를 드러낸다.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두거나 작가만의 촬영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건축물의 파사드를 선택하여 촬영한 이유는 건축물이 놓여 진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함 이었다.

그리고 일단 촬영시간대는 주로 오후에 시작하여 일몰 후 한 시간 정도 지난 시간까지 촬영 하였다. 일몰 후 까지 촬영한 이유는 낮에는 무표정해 보이다가 건물의 형태에 따라 빛을 비추었을 때 마치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파사드 자체의 존재감이 극대화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Code Blue> 작품을 통해 사회(관객)에 해 줄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되는가.

이번 작업의 시작이 특별히 사회에 무슨 화두를 던지고자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 들은 이러한 건물들을 접할 때 그저 혐오스럽다거나 아님 무관심으로 지나치기 마련인데, 건축을 전공하고 현장에 있는 나로써는 한발 더 다가가 살펴보고 싶었고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이런 건물들은 대부분 사유재산이라 법적 제재도 쉽지 않았지만, 현재 이를 해결키 위한 법이 제정되고 또한 공공기능으로 재생시키기 위한 사업도 지자체 별로 진행 중인바 Code Blue 작업이 좀 더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사진 인화나 갤러리 디스플레이 방식 등 특별히 중점을 둔 요소들이 있을 텐데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이번 레퍼런스에서의 개인전은 어찌 보면 새로운 작업에 대한 Show case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도 있다. 모든 작업들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공간의 특성에 맞춰서 대형 작품의 보여 주는 방식과 조명등에 특별히 신경을 쓸 예정이다.

지금까지 사진사를 살펴 볼 때, 건물을 짓다가 공사가 멈춘 상태로 수년, 혹은 수 십 년을 방치한 건물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있어 왔다. 기존의 사진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 되는가.

물론 한 장의 이미지만 본다면 별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관점과 개념으로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나가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사진 작업 방향이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Code Blue시리즈가 완전하게 마무리된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더 이어 나갈 예정이다.

후속 작업도 계속 구상 중에 있는데 계속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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