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1937~)의 멀티플 한 사진이미지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주지하다시피 사진은 회화적인 재현을 좀 더 손쉽게 실현하기 위해서 19세기에 여러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물로서 세상에 등장했다. 사진술이 공포된 이후 화가들은 기록을 포기하고 표현을 시도하였다. 그 이후에 인상주의회화가 등장한 것이다. 또한 초상화가로서 생계를 유지한 화가들은 초상사진을 찍어주는 초상사진가로 전업했다. 1850년대에는 예술가로서 제도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했던 일부 예술지향적인 화가출신의 초기사진가들이 회화의 외관 및 미학을 모방했다.
그 후 1910년대부터는 모더니즘사진가들이 사진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했다. 유럽에서는 알베르트 렝거 파취의 신객관주의 사진이 대표적인 예이고 미국에서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스트레이트포토straight photo가 사진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한 산물이다. 또 독일의 바우하우스의 교수인 모호리 나지, 존 하트 필드, 미국의 만 레이 등과 같은 진보적인 예술가들은 사진을 미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새로운 매체로 인식하고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특성을 수용했다.
1960년대엔 마르셀 뒤샹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하고 1970년대 후반에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이 모더니즘을 비판하기 위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면서 사진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팝 아티스트들도 사진적인프로세스 및 사진을 이용해서 미적인 주관 및 세계관을 드러냈다. 이들 중에서 대표적인 작가 중 한사람이 영국의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이다. 작가는 사실주의적인 회화작업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포토콜라주작업을 발표했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작업세계를 펼쳐보였다. 사진을 이용한 작업에서는 인물 및 특정한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결과물을 생산했다. 영국에서 출발한 팝 아트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를 비판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호크니의 작업은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조형적으로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시각화했다.
데이비드 호크에게는 사진은 회화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모더니즘예술가들처럼 매체의 특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표현영역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매체로 수용한 것이다. 작가는 포토콜라주를 통하여 원근법을 전복시켰고 피카소의 큐비즘처럼 인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또한 특정한 공간을 해체하여 재구성함으로써 초월적인 공간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작업은 색채가 감각적이고 당대의 시각문화를 반영한다. 사실주의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현실을 재현하였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 한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또 다른 층위에서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주한 것이다.
20세기초반에는 사진이 새로운 표현매체이다. 하지만 1세기가 지난 현재에 사진은 이제 올드미디어가 되었다. 또한 디지털프로그램이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장시켰다. 특히 데이비드 호크니가 시도한 포토콜라주는 좀 더 손쉬워졌다. 즉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조우하거나 견인하는 주제가 더 중요하다. 사진이 시각예술이기는 하지만 보여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업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1990년대 이후 동시대적인 예술은 더 이상 이즘ism이 존재하지 않고 작가와 작품만 존재한다. 하지만 개별 작가가 미래의 작가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업세계를 바라보면 새롭게 느껴진다. 작가는 거칠게 구분해서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 할 수 있다. 당대의 작가로서의 업적과 후대에 끼친 영향력이 중요한 평가덕목이다. 호크니는 팝 아티스트로서 사진을 이용해서 미적인 감각을 드러내어 미술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또한 그의 작업은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다만 말년에 사진에 대해서 젊은 시절과 다른 견해를 표방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작가는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예술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영토를 넓히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작가 중 한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