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향한 4개의 렌즈 (2편)
알프스를 향한 4개의 렌즈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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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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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의 숨겨진 보물 Nikkor 28-105mm f3.5-4.5-

갑자기 찾아 온 이상기후 덕에 여름 평균 25도 안 밖의 알프스 일대가 36도로 들 끓는다.
떠나기 전 이 만욱 단장의 초겨울 의상을 준비하라는 안내로 모든 대원이 겨울 옷 준비로 엄청 무거운 트렁크를 준비했다. 또한 단원 중 누구도 안 와 본 알프스에 거의 우리 단원들은 많은 장비를 준비했다. 뙤약볕 속에서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거대한 트렁크를 끌면서 조그만 거리를 이동해도 모두들 힘들어 했다.

 

스위스 융프라우(Jungfrau)을 바라보는 쉬니케 플라테(Schynige Platte)에서의 아름다운 야생화와 유리 전망대 그리고 융프라우 위를 날라 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의 젊은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프스에 내가 있다는 즐거움을 준다.
스위스 Zermatt에서 만난 석양의 Matterhorn과 새벽의 Matterhorn은 장관이다. 특히 새벽 해를 맞은 Matterhorn의 정상은 환상이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담고 싶어 하는 장면이다.
이 즐거움과 장관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렌즈는 Nikon D810에 붙은 Nikkor 28-105mm f3.5-4.5이다.

 

나는 무겁지 않고 조그마한 Sony A6000과 삼양 12mm f2, 삼양 8mm 어안렌즈는 허리 가방에 넣고 Nikkor 28-105mm f3.5-4.5을 장착한 Nikon D810은 목에 걸었다. 등 뒤 가방에는 가벼운 Nikkor 75-300mm f4.5-5.6과 기타 배터리와 필터를 넣어 무게를 분산했다.  그러나 여름 알프스에서 얼어 죽을 가 봐 준비한 나의 옷 트렁크는 누구 보다 무거웠다.

알프스 촬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렌즈는 역시 Nikkor 28-105mm f3.5-4.5이다.
삼성 NX1이후 현재 내가 가장 신뢰하는 카메라는 Nikon D810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렌즈는 10배 이상 가격의 최신 렌즈 못지않은 화질과 풍경이나 스냅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화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2의 근접 촬영 기능은 Micro 렌즈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름 시절 고급 카메라의 대명사 Leica M3의 최고의 세트는 Summicron 35mm f2, Summilux 50mm f1.4,와 Summicron 90mm f2이다. 그러나 광각 측에서 좀 모자란 느낌이다. 좀 여유 있으면 아주 작고 귀여운 그러나 싸지 않은 Summaron 28mm f5.6을 더 추가한다.
당시의 35mm형 필름 카메라에서 일상의 촬영 범위를 28mm에서 90mm 화각으로 생각했고 좀 더 망원이 필요하면 Elmar나 Hektor의 135mm를 추가했다.
28mm 부터 90mm 까지 Leica M3의 최고의 세트로 구입하면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보편적 사진의 화각은 풀 프레임에서 28-90mm 정도에 있다. 즉 프레임의 대각선의 범위가 약 75도에서 27도 정도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진의 범위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이지만 다큐 사진을 선호하던 필름시절엔 21mm가 내 표준렌즈였다. 특히 Leica M6에 Super Angulon 21mm f3.4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장비였다.
그러나 내가 광고사진이나 일반적 목적의 사진 촬영에서는 역시 35mm 필름용은 28mm에서 105mm사이, 중형인 Hasselbrad에서는 50mm, 80mm 그리고 150mm이다. 

1966년 내가 동아일보에 처음 입사할 때 취재용으로 지급 된 카메라는 Leica M3에 파인더가 부착 된 Summicron 35mm f2와 Nikon F에 Nikkor 105mm f2.5였다. 이 두 카메라, 이 두 렌즈의 화각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했다.

풀 프레임에서 보통 24-70mm을 표준 줌 렌즈로 설정한다. 그러나 나에겐 이 범위의 줌 렌즈는 좀 애매하다. 24mm는 많이 쓰는 화각이나 나에겐 충분한 광각이 못 되고 70mm은 표준도 아니고 망원도 아니다. 카메라 또는 렌즈 회사의 편리에 의해 만들어 진 어정쩡한 화각이다. 오히려 작고 밝은 24mm와 35mm 또는 50mm 두개를 갖고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한때 골프장의 화집 촬영에 Nikon D200에 Angenieux 28-70mm f2.6을 사용한 적이 있다.

크롭 바디인 Nikon D200에 28mm는 거의 표준에 가까운 화각으로 Tokina 12-24mm, Nikkor 80-200mm f2.8ED와 함께 거의 완벽한 화각을 갖추었던 기억이 있다. 3 렌즈 모두 좋은 렌즈지만 특히 Angenieux 28-70mm f2.6의 색감과 질감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와 Nikkor 28-105mm f3.5-4.5과의 인연은 그 시대 최고의 명기라는 Nikon D2Xs로 바디를 바꾸면서 시작 된다. 프로용으로 당시에는 최고 사양의 카메라이지만 엄청 무거웠다.
카메라는 무겁지만 렌즈를 가볍게 하기위해 Sigma 10-20mm을 광각으로 하고 좀 더 화각 범위가 넓은 Nikkor 28-105mm f3.5-4.5을 표준 내지 망원 줌 렌즈로 설정했다.
Angenieux 28-70mm f2.6는 괜찮은 가격에 처분하고 무거운 Nikkor 80-200mm f2.8ED는 필요 할 때만 가방에 챙겼다.
당시 한 유명한 설치 작가의 작품들과 작가의 초상을 Nikkor 28-105mm f3.5-4.5로 촬영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지금도 내가 크롭 바디인 Nikon의 D7100, D7200, D7500 또는 D500을 쓴다면 삼양 10mm f2.8 또는 Tokina 11-20mm 그리고 Nikkor 28-105mm f3.5-4.5를 쓸지도 모른다.

이 렌즈의 단점은 앞 필터 장착부분이 회전하므로 편광필터(소위CPL필터) 사용 시 불편한 점이다. 편광필터 뿐 아니라 그라데이션 필터 사용에도 불편하다.
최대 밝기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만약 Nikon이 f2.8로 이 렌즈를 제작 했다면 훨씬 무겁고 가격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Bokeh의 아쉬움도 최대 밝기가 어둡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450g 정도 무게에 20만원도 안 주고 살 수 있는 이 정도 화질의 렌즈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Nikkor 24-120mm f4는 Nikkor 28-105mm f3.5-4.5보다 모든 면에서 편리한 렌즈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겐 Nikkor 28-105mm f3.5-4.5이 부족함이 없다. 특히 macro 기능에서 편리하고 현대 렌즈의 쨍하고 화사한 색상보다 깊이 있고 차분한 색상이 좋다. 물론 Nikkor 24-70mm f2.8의 흔들림 방지가 있건 없건 좋은 렌즈지만 정말 무겁고 크고 그 덩치에 비해 여러 가지로 아쉽다.
요즘 국립 수목원의 풍광을 담으면서 이 Nikkor 28-105mm f3.5-4.5의 편리함과 색상에 나의 즐거움을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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