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블루의 또 다른 관찰...윤정미
핑크 블루의 또 다른 관찰...윤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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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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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JOA)의 한국사진가 인터뷰

 

핑크 블루의 또 다른 관찰...윤정미

 

사진가 윤정미는 여자-핑크, 남자-블루라는 컬러 코드화를 2005<핑크 & 블루 I>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이후 계속해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 II,III’를 통해 성별에 따른 선호색은 결국, 사회적 관습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주지시켰다. 윤정미는 젠더와 고정관념에 따른 기호와 소유 등, 동시대인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단면을 살펴보도록 한다.

 

 

 

 

 

 

 

 

 

 

 

 

 

 

이번 윤정미의 개인전 <핑크 블루 관찰(Pink and Blue Observation)>은 카이스트 리서치 앤 아트 갤러리에서 2019829부터 101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 I' 작품과,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신작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촬영한 사진, 그리고 핑크, 블루의 사물들을 촬영해 모아온 스냅 사진들로 구성된다. 뿐만 아니라 SNS나 이메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기증받은 핑크 또는 블루 책으로 구성 된 설치 작업과, 같은 방식으로 받은 핑크 또는 블루 책들을 찍은 사진들도 전시된다. 기존 작업과 연계된 어린이들과의 워크샵에서 나온 결과물들도 전시 되는 등 여러 형태의 작품들로 볼거리를 다채롭게 제공한다.

윤정미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해 졸업 했다. 이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에서 사진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동물원,1988-1999, 자연사 박물관,2001, 공간-사람-공간, 2000-2017, 핑크 & 블루 프로젝트 2005등의 개인전과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9회 일우사진상 수상 외에도, 홍콩의 소버린 예술재단 아시아 작가상과 제5회 다음작가상을 수상하였고, 보스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또한 반려동물,2015 , 핑크 & 블루 프로젝트,2007 등의 책을 출간 하였다.

대학원에 들어와 사진을 전공하고 졸업 한 이후 첫 작업 동물원,1998~2000자연사 박물관,2001연작 등의 초기 작업에서는 핑크 & 블루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색채학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주지되는 점은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재생산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드러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윤정미 작가가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동물원사진부터지만 작가를 각인 시킨 작품은 핑크 & 블루프로젝트 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유학 시절 시작 된 작업으로, 어린 딸이 옷이나 학용품 등을 모두 핑크 계열만 고집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러한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 되었다. 이후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는 계속 되었고, <핑크 & 블루 프로젝트 III>에 이르면서 처음 가졌던 의문은 상당 부분 풀리게 되었다.

이제 2019,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핑크 블루 관찰를 통해 그러지 아니 한가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여성 관련 된 책(요리, 연애 등) 표지는 핑크, 남성 관련된 책(공학, 건축 등) 표지는 블루가 많음을 주지시킨다. 물론 모든 책들이 다 그렇지는 않음을 전제로 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전시 방법들과는 달리, 핑크 블루의 여러 사물들을 찍은 사진 뿐 만 아니라 설치 등 더욱 다채로운 방법들을 통해, 성별에 따른 색에 대한 고정 된 관념은, 그 적용 범위가 생각보다 넓게 포진해 있음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관객 참여로, 단순히 관람을 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참여하는 전시로 좀 더 능동적인 소통을 시도했다는데 그 의미가 깊다고 볼 수있다.

먼저, <핑크 블루 관찰> 개인전을 축하한다. 어떤 작품들로 구성되는가.

1. 헌책방에서 산 핑크색 책들을 모아놓고 스튜디오에서 셋팅 해서 촬영, 키워드 :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 결혼, 육아, 연애, 다이어트 등에 관한 책들, 2. SNS통해서 기증받은 핑크 물건들을 모아놓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 3. 길을 가다가 핑크색의 피사체를 보면 촬영한 사진들의 모음 사진들, 4. 핑크색에서 붉은색, 그리고 연한 보라색, 보라색 북커버인 페미니즘, 여성학, 가족, 연애, 다이어트 등의 책들을 서울의 여러 도서관, 서점 등에서 촬영한 것 : 5장 전시, 프린트 사이즈는 책과 거의 같은 사이즈로 인화해서, 관람자들이 책 제목을 읽을 수 있게 눈높이에 설치, 5. SNS, 메일 통해서 받은 여러 분들의 핑크색 파란색 책 모음 사진들, 150장 정도 A3사이즈로 출력하여 다닥 다닥 붙였음. 6. 5번의 사진들 밑에는 SNS를 통해서 기증받은 핑크색, 블루색 책들 설치, 7.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 (핑크 프로젝트-예림이와 예림이의 핑크색 물건들, 블루 프로젝트-동후와 동후의 파란색 물건들), 76x76cm, 디아섹 액자, 8. 작년에 한 미술관에서 어린이미술 프로그램을 하고 나온 결과물인 어린이들 그림 12점 전시: 내 연작들 중 핑크 블루 프로젝트사진 중에 동후 (블루)와 예림 (핑크) 사진을 아웃트라인만 딴 후에 색칠 공부하는 식으로 그림을 만듬.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그것을 나눠주고, 초등학생들에게 그 안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색칠하게 하였다. 9. 좌대위에 핑크색 책 중에서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 결혼, 육아, 연애, 다이어트 등에 관한 책들을 포개서 높이 쌓은 설치 했다.

이번 전시는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 I,II,III’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방법들을 다양하게 접목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작업들이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결과물이 나왔다.

기증받은 핑크 또는 블루 책들로 구성 된 설치 작업도 있고, 지인들이 핑크 또는 블루 책들을 찍은 사진들도 전시 되는데 수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대 토목과 나오신 분으로 추정되는 분의 책장 : 파란색 책들 제목이 콘크리트, 기계 등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어떤 책들이 여러분들이 많이 갖고 있어서 그 책이 정말 베스트셀러구나 하는 책들이 있었다.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전공,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사진가들 중에 작품사진과 달리 핸드폰으로 대충 잘 못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정말 작품처럼 너무 구도 등에 신경 써서 배치해서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고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회화를 전공했는데 사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예고를 나와서 미대에 진학해서 페인팅, 판화, 설치 등의 매체를 배웠다. 88학번이라서 그 당시 교수님들은 거의 앵포르멜 계열의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수업시간에 그분들의 작업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는데, 나는 좀 안 맞았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때까지는 몰랐는데, 졸업 작품 하면서 4학년을 보내면서, 작업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디자인과나 어떤 다른 과로 전과를 할까 졸업하고 뭘 해야 하나 약간 막연했다. 그러던 중에 배운 것은 미술밖에 없어서 결국은 졸업 후 판화를 한 2년 정도 했었고, 일찍 결혼해서, 임신을 해서, 판화를 하기에는 약품이 너무 독해서 그만뒀다. 그 이후 그냥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어디에 적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림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있어서, 언젠가는 그림을 다시 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른들의 기호나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을, 남자아이들은 파랑색을 좋아하도록 길들여지고 있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적 색의 코드화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디자이너들의 의식적으로 다양하게 색을 사용한다던가 해서, 이제까지 당연하게 여겨오는 젠더에 따라 나눠진 역할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해야 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책, 교과서 등도 바뀌고 있지 않은가? 사회가 변화하는데 당연히 같이 변화해야한다.

향후 작품 계획이나 작업 방향이 궁금하다.

올해 젠더, 사회 정치적인 여러 가지 다양한 전시기획이 많이 들어와서,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책제목, Text와 연계된 작업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다. 나의 작업이 늘 그랬듯이 살면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작업의 동기를 발견하고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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