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사진이야기_이용환 중앙대 교수X 이상미 서이 갤러리 대표
두런두런 사진이야기_이용환 중앙대 교수X 이상미 서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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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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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상미 서이갤러리 대표

두런두런 사진이야기_
이용환 중앙대 교수X 이상미 서이 갤러리 대표
                                                         

글 이상미 대표
사색의 계절, 성찰의 계절이다. 모두들 바쁘게 살아가지만 한 번쯤은 나를 돌아보고 지나 온 날들을 반추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진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몇 십 년 사진가의 길을 걸어 온 분들에게도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작품을 해왔는지 켜켜이 쌓여 있던 그를 만들어 낸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의 켜 한 부분을 이 번 서이 갤러리 전시에 내어 놓은 사진가가 있다. 이용환 교수이다.                                                                                                                                                                                                                                                                                                                                                                                                                                                                                                                                                                                                                                                               

 

< Imprinted 1984 >라는 제목으로 서이 갤러리에서 열리게 될 이 번 이용환 사진전은, 그가 지나 온 많은 시간 속에서 20대의 한 순간, 사진하기에 몰입해 열정적으로 골목길을 누비며,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의 작업이다. 이 작업들은 작가의 말처럼 ‘일상 현실 공간의 세계에서 생기는 추상의 세계‘를 촬영한 것으로, 존재와 시간, 소멸과 죽음을 내다 본 20대 청년 사진가의 사유가 함축되어 있는 작업이다. 암울했던 80년대를 청년 이용환은,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것들의 추상성에서 새로운 생성을 그려보았을지 모른다. 그것은 물리력이 가해진 것일지라도 시간의 흐름에 의해 자연적으로 사그라지는 과정에서, 사물 스스로 만들어 낸 흔적들인 것이다. 그 흔적들은 포대의 구멍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 그어놓은 알 수 없는 낙서들로 나타나, 시간이 덧입혀진 이후에는 미술적 행위로 보이기도 하는 흔적들이다. 그는80년대 골목길에 새겨진 추상적인 기호들을 통해 인간은 결국 소멸하는 존재로서, 소멸의 과정에서도 무언가 자신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사유를 일찍부터 하게 된 철학적 청년이었다.

 그의 여럿 작업들 중에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작업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사진에 열정을 가지고 골목길을 누비며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눌렀던 청년이, 자신의 고뇌와 접점을 이루는 지점을 만나 사유하게 되고, 그것이 논리적으로 발전됨에 따라 작업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한 청년의 사진 행위만이 아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사진의 근간을 말해주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며, 이용환 교수에게도 그 때의 열정과 치열함이, 다시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에 임하는 지금의 자기 자신에게, 사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상기시키는 선언과도 같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용환 교수와의 사진 이야기를 통해, 현재 사진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사진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상미: 2019년 가을의 한 복판, 저희 서이 갤러리에서 교수님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 드리며, 새로운 전시를 하게 된 소감 간단히 듣고 싶습니다.
이용환: 옛날부터 골목길을 좋아했습니다. 골목 촬영도 많이 하였구요. 젊었을 때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골목이 나오면 여기저기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함석집들과 골목들, 여기 서이 갤러리를 오는 도중에 그 때와는 다르지만 재미있는 골목길들을 보며 옛날이 생각났고, 특히 이 곳 한옥으로 된 갤러리에서 나의 사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20대의 작업을 전시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이상미: 감사합니다. 좋은 전시가 될 거라 저도 확신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을 1984년
<Imprinted>, 구태어 번역을 하자면 각인된 1984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때가 교수님께 어떻게 각인되었을까요?
이용환: 각인된 이라고 하면 너무 강한 말인데, 일종의 그 시대의 흔적들이죠. 지금 시점에서 그때 1984년도의 징표들, 우리의 가난의 징표들, 그때의 골목길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암시하는 상징이라고 할까, 추상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미: 네. 그렇군요! 이 번 교수님 작품들을 보면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상징적이고 기호적이어서 사람마다 느낄 수 있는 징표가 다르기에 이번 전시가 더 기대가 됩니다.
교수님에게 80년대는 어떠셨는지요? 작가노트를 보니까 ‘아버님이 피난 오셔서 친척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고 외로움을 타는 청년으로, 사진이 위안이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라고 말씀 하셨는데, 골목 사진은 일반적으로 최민식 선생님이나 김기찬 선생님의 사진, 이 번 추석을 전후로 저희 서이 갤러리에서 전시 된 문진우 선생님의 사진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골목길 사진일텐데요. 세월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골목의 벽이나 소멸되어 가는 골목의 사물들을 주로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용환: 당시 제가 음악을 좋아했어요. 클래식 팝을 많이 들었지만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때에는 재즈를 많이 들었어요. 거리를 걸을 때 또는 친구들을 만날 때 머릿속에 항상 멜로디가 있었어요. 그 음악의 선율을 타고 바라 본 어떤 대상의 목격이라고 할까, 그 당시 듣던 재즈 음악과 더불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막연한 불안감이 자루에 난 구멍이나 의미가 모호한 벽면의 선들에 집중하게 했죠. 전쟁 때 북한에서 저의 어머니는 가족이 반이 내려오시고 아버지는 혼자 내려오셨어요. 아버님이 대구로 피난을 오셨는데 대구엔 친척이 없었죠. 전쟁을 겪은 부모님을 보면서 항상 죽음에 대해 불안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오히려 사라졌어요.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몹시 슬프기도 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 것이라는 것을 아버님의 죽음을 통해 받아들인 것이죠! 존재의 사라짐을 알게 되기도 하였구요.
나의 그 때의 생각들이 그런 것들을 보게 한 것이죠. 이런 과정이,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을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이상미: 전쟁이란 것이 그런 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 되었고, 세계적으로는 1차 세계대전하고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 항상 죽음이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교수님도 가족이 겪은 전쟁, 피난, 이런 일들로 인간의 원초적인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고 사물들에 남겨진 흔적들, 세월이 입힌 흔적들이 그런 작가의 마음 상태와 반응 작용을 일으켜 작업으로 연결 되었다는 걸 말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적 사유가 대학시절부터 깊으셨던 것 같네요.
이용환: 네 제가 그 당시 프로이드를 좋아했고요.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상징’이라는 책을 읽었었어요. 이러한 것들이 작업에 대한 걸로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상미:“무의식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화를 일으킨다”는 융의 영향을 받아 골목 벽에 나타난 누군가의 무의식적 행위, 그것을 변화시킨 시간의 흔적을 탐구하셨나 봅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셨고 한 때는 사진이 유일한 위안이었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언제부터 사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용환: 중3 때 찍은 사진을 보내면 실어주는 잡지가 있었어요. 거기에 우리 집 강아지를 찍어 보냈더니 게재해 되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사진반을 모집했어요. 사진반에 가입하면 중앙대를 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사진을 하게 되었죠. 부모님은 경영학과에 가길 원했기에, 아버지와 사진을 하겠다고 엄청난 투쟁을 했어요. 결국 아버지도 사진을 취미로 하셨지만 말이죠.
이상미: 그렇다면 사진을 시작 하신지 40년이 다 되었고 또 교단에 계시면서도 계속적으로 작업을 해오신 것으로 아는데 작업자로서는 잘 알려지니 않은 요인은 무엇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용환: 고등학교 때부터 치면 사진 인생 40년이 넘죠. 그런데 아직도 사진 찍는 것은 재미있어 작업합니다. 29살에 저는 최연소 교수가 되어서 강단에 섰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다 보니 작업자로서 목소리나 색깔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내 전시나 작업 홍보보다는 학생들의 전시가 우선이었죠. 외국에서의 멀티미디어 전공과 중앙대 신문방송 대학원 전공으로 인해 보도사진을 가르치다 보니, 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찍었고, 기업에서는 멀티미디어 부분의 고문 역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작업은 틈틈이 하고 있었지만 작업자로서, 작가로서의 단절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물론 외국의 경우 편견 없이 전시의 기회를 주고 작업을 위한 환경이 좋다 보니 외국에서 작품 발표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이상미: 대구에서 젊은 사진가상도 만들고, 2010년에는 대구 비엔날레 총감독도 하시고.
사진 운동에도 많은 관여를 하시면서도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그러면 82년부터 시작한 이 작업 이후의 작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용환: 필리핀 민중에 대한 <침묵 속에 분노>, 그 다음에 <열하일기>인데,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패러디 해서 일기처럼 찍은 것으로 우리 가족과 주변의 풍경이 섞여 있습니다.
해외에 가장 많이 소개된 작품은< 정치적 풍경>인데 이것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찍고 있습니다.

 이상미: 그렇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이용환: 네 바로 이 번 서이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들을 하던 시기에 고뇌가 많았지만 더불어 저의 논리가 발전하고,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었던 시기, 열정이 가득했던 시기의 작업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상미: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정치적 풍경> 작업 이야기 해 주신다면?
이용환: 언젠가부터 환경 우선주의를 외친 정부로 인해 갑자기 길거리 가림막들에 풍경사진들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풍경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핀란드 같은, 알 수 없는 장소의 풍경들도 들어왔죠. 저는 여기서 시공간의 교차, 그것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봤던 것 같아요. 정치적 아젠다가 풍경을 변화시킨다는 개념에서 <정치적 풍경>을 시작했고, 간섭관계, 파워가 결정한 풍경이란 개념으로, <정치적 풍경>을 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조금 더 발전해서, 공사장의 바리케이트뿐 아니라 건물 안으로 들어 온 인위적으로 만든 풍경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음식점 안의 풍경사진, 집안의 디스플레이용 풍경까지도 인간에 의해 컨트롤 된 자연, 그 광의의 의미를 저는 역시 <정치적 풍경>이라고 본 것이죠. 
이상미: 역시 작가와의 대화는 그 분들의 작업을 좀 더 깊게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되네요. 교수님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10월 15일 있을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교수님의 작품과 작업 세계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장시간 좋은 대화 나누게 되어 감사 드리며 마지막으로 교육자로서, 작가로서 사진예술을 전망한다면?
이용환: 사진도 예술로 통합되면서 매체간의 간섭현상으로 다양한 매체를 합성 또는 융합하는 위주로 사진 예술이 진전 될 것 같고요, 그런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전통적인 형식의 전시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안티테제로 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첨단예술. 현대를 리딩하는 예술과 역사적으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장르가 공존하면서 발전할 것 같습니다.
고령화된 사회에서 삶을 꾸려나갈 때 주로 하는 것이 운동과 예술이라고 본다면, 늦게 예술에 눈을 뜨게 된 사람들에 의해서, 삶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이상미: 네. 앞으로의 사진은 전통적인 사진의 계속적인 활약과 더불어, 현대 예술로서 새로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네요.
 예술의 분야가 어떻게 변화되든 모쪼록 사진예술, 나아가 모든 예술을 하는 분들이,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오길 바라며, 교수님께서 앞으로도 사진계에서 큰 역할을 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교수님과 사진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번 <1984 imprinted>전시가 많은 분들에게 자신만의 흔적을 찾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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