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하 사진전, 땅의 소리 그리고 서쪽 바다
정주하 사진전, 땅의 소리 그리고 서쪽 바다
  • 박미애 취재국장
  • 승인 2019.10.21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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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 11월 17일 (월요일 휴관)
작가와의 만남 :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6시
갤러리 루페 _ 인천시 계양구 계양대로 196

 

 

<작가 노트> 

 

땅의 소리 

 

  어느 겨울날, 거닐던 논둑에서 아래로 보이는 베인 벼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동안 속에 잠들어 있던 소리를 들을 있었다. 소리는 역사의 조상으로부터 지금의 내게 이르는 따스한 포옹 같기도 하고, 동안 방황의 끝에서 잊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확인의 각인 같기도 했다. 잠시나마 겨울 위에서 춤추며 행복해 했던 나는 해가 넘도록 땅이 전하는 소리에 취해있었다. 

 땅은 우리에게 새로움을 준다. 단순히 먹을거리를 통해 나를 생존케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존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전하는 무당(농부) 의미를 통해 살아가는 고통과 희열의 교차를 실감케 하기도 한다. 

  우리의 땅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우리를 아름답게 한다.   

 

batch_ 땅의 소리 1
batch_ 땅의 소리 1

 

  사진을 하면서 가장 힘겨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주제로 삼을 것인가이다. 단순히 사진이 대상의 복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한 사진가라면 공감 있으리라고 생각되어지는데, 무엇을 찍는다는 것은 무엇을 인가이고, 이는 결국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와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판단하여어떻다라고 하는 해석을 얻는 경로는 단순히 감각되어진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응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자신이 이미 속에 소유하고 있는 간접적인 경험과 그것을 아우르는 지식의 총체적인 결집 위에서 우리는 바라본 대상을 이해하고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보고 느끼는 일련의 행위는 그가 살아온 간접적인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며, 역으로 바라본다면 보고 해석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보다 진지하고 폭넓은 경험의 축적을 우선하여 담보해야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결론적으로 사물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전제한다. 사진이 어떠한 형태의 방법적 틀을 지니고 있던지 간에, 어떠한 목적과 이상을 위해 제작되었던지 간에 외적으로든(사진자체) 내적으로든(사진 속의 사물) 사물에 의지(또는 이용)해서 제작이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사물과의 관계정립이 얼마마한 폭과 깊이를 가지고 있느냐가 사진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우리가 공간의 규정을 사물의 끝과 끝의 연장이라고, 그러니까 공간 자체를 비어있는 공空으로 이해하지 않고 사물 간을 이어주는 연장延長의 의미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은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어떠한 사물도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또는 못하고), 물리적으로는 다른 사물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의미론적으로는 사물이 가지는 인간과의 이해 관계 속에서 비로소 존재를 담보 받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장소화로의 의미전환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때문에 사물과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깊이 필요한 사진은 이러한 사물이 가지는 존재론적 근거와 의미론적 근거를 보다 깊게 사고해가면서 일구어 내야만 사진을 통한 올바른 대화의 시작을 가능하게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예술장르도 해낼 없는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사물의 환영(사진) 통해 관람자들의 세계관을 보다 드높게 고양시킬 있다고 믿는다. 

  아놀드 하우저Anold Hauser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예술가의 의무는 일반대중의 시각적 경험과 질이 낮다고 하여 그들의 수준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이해될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기쁨의 질을 예술가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사진이 가지는 사물과의 관계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사물보기에 있어서 사진은 근본적으로 마치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주변의 사물들에게 최초로 이름을 부여 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신으로부터 받은 능력으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리고 사물들을 지배해나간 것처럼, 예술가는 주어진 사물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힘을 통하여 사물들이 이제까지 전혀 인식되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과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시할 있으며, 그러한 새로운 순간의 부여는 사물의 새로운 존재방식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고 있다. 

  사물은 다양한 측면의 시각화를 가능하게 한다. 어떠한 사물이든 삼차원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각도를 달리해서 보여 있으며, 그렇게 달리 보이는 측면은 사물을 인식하는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의미부여가 된다는 뜻이다. 사진가는 봄으로서만, 그리고 현장과 유독 긴밀한 관계에서만이 작업의 시작을 가능하게 하므로 끊임없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려 애써야 함은 사진가의 존재 이유이며, 그것은 다시 사진가의 위대한 힘이 것이다. 바로 아담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곳에 인용하는 아담의 의미를, 크리스툼(Christum) 입장에서 이해하는 아담이라기 보다는 보편적인 의미로서 최초의 인류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했다.

 

 

batch_서쪽 바다 1
batch_서쪽 바다 1

 

서쪽바다.

 

바다.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바다에 연해있는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나는 젊은 시절 도시를 떠나려 여행을 하였다. 본디 정신에는 고향이 없는 . 누가 태어난 곳을 정신의 고향이라고 있을까.

그렇게 떠났던 바다다.

바다는 내게 근본적이다. 나는 언제나 곳에서 마음을 얻으며, 바람과 사람과 하늘을 함께 만난다.

멀리 수평의 선이 끊임없이 다가오고, 때로 격노하는 변화는 내게 근본을 돌아보는 여유를 준다.

곳과 어느 곳을 연결해 주는 바다는 그래서 둥글다. 

바다는 땅과 하늘의 사이이며, 곳과 저곳의 사이이며, 공기를 머금고도 공기를 일궈낸다.

 

더욱이 이곳 서쪽의 바다는 우리에게는 희망이자 희망이다. 동이 높고 서가 낮은 우리의 땅은 모든 오물을 서쪽으로 털어 내고, 그래서 서쪽의 바다는 정화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검은빛의 갯벌은 정화함의 전위이며, 자양분이 넘치는 벌의 의미가 다시 우리에게 자양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담아서 재생하는 바다는 내게 있어서 사진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의식에 담아 다시금 생명을 부여해 보고자 하는 나의 사진 작업은 분명 자체가 바다다. 물론 땅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하고, 불이기도 하다. 

지금은 바다다.

 

batch_서쪽 바다 1
batch_서쪽 바다 2

 

정주하

 

1958     인천 출생

 

학력

현재      백제예술대학교 사진과 교수

1992    독일 쾰른  자유예술대학교 아르노 얀센 교수로부터 마이스터 학위 취득

1990     독일 쾰른 자유예술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졸업

1984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3 중퇴

 

 

개인전

2017     《모래 아이스크림》, 고은 사진미술관, 부산, 한국

2016     《정주하, 동강사진상 수상자전》, 영월 사진박물관, 한국

2016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아우슈비츠평화박물관, 시라카와, 일본

201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리츠메이칸 국제평화박물관, 교토, 일본

2013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가노 무언관, 나가노/ 사키마미술관, 오키나와/ 세션하우스, 도쿄/ 마루키미술관, 사이따마/ 미나미소마 도서관, 미나미소마, 일본

201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평화박물관, 서울, 한국

2010     《경기전》,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시민갤러리, 가나자와, 일본

2008     《불안, -안》, 아트선재센터, 서울, 한국

2004     《서쪽바다》,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한국

2001     《혜생원》, 십일구갤러리, 서울, 한국

1999     《땅의 소리》,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

1994     《빛으로 받은 유산》, 샘터화랑, 서울, 한국

1993     《모놀로그》, 갤러리아미술관, 서울, 한국

1992     《마이스터 학위 청구전》, 쾰른, 독일

1991     《사람/거리/광장》 ,파브릭 헤더 갤러리, 클레펠트, 독일

1989     《포토포룸 슈발츠분트》, 빌레펠트, 독일

1988     《모나트 데어 포토그라피》, 클레브랜드, 독일

1984     《정주하사진전》, 출판문화회관, 서울, 한국

 

주요 단체전

2018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다수 전시에 참여

 

수상 선정

2016     14 동강국제사진상 수상, 동강국제사진제, 영월

1987     코닥 유럽 사진상수상, 독일

 

작품소장

아트선재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인천문화재단 미술은행, 인천 / 전북도립미술관, 전주/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프랑스 / 

 

출판

2017     『모래 아이스크림』, 고은사진미술관

2016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반비출판사

2015     『정주하 사진전의 기록』, 高文硏,일본

201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눈빛출판사

           『정주하, 작업과 비평』, 한스그래픽

2009     『서쪽바다』, 한미사진미술관

2008     『불안, -안』, 눈빛출판사

1999     『사진, 내적 구조에 대하여』, 눈빛출판사

『땅의 소리』,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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