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 (中間界) : 모호한 경계
중간계 (中間界) : 모호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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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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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이재훈
전시제목: 중간계 (中間界) : 모호한 경계
기간:2020년 1월 31일(금)-2월 15일(토)
초대일시: 2월 1일(토) 오후 3시

일상 너머로의 초대

일상적 우리네 삶은 의식되지 않은 채 일과와 섞여 지나간다. 평소처럼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며 살아갈 때, 어쩌면 우리는 이 현실적 세계의 최고 시민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시민의 역할에서 벗어난다. 평상시처럼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지만, 일상을 보내다 생각에 잠긴다. 특히 일상에 젖어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 문득 스스로에게 일상의 의미를 묻고 의심을 품으면서 이 현실적 세계의 시민이었던 우리는 현실 너머에 어떤 것을 머리에 떠 올린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현실 세계의 시민이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을 헤매는 탐구자로 스스로를 변모시킨다.
 
중간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을 반성할 때 출현하는 미지의 세계다. 이 미지의 세계는 일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출현하기 때문에 가장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익숙함의 이면으로 다가오기에 한 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낯선 대상이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때 생기는 낯섦으로 인한 두려움은 익숙함에 근거한 동질감과 함께 여행자에게 독특한 감정을 자아낸다. 중간의 감정적인 상태에서 현실적 세계와 비현실적 세계의 틈을 탐구하는 이 여행자는 중간자로 스스로의 존재를 변모시킨다.

 

 
이재훈은 중간도시 시리즈를 통해 스스로를 중간자로 칭하며, 가장 익숙한 서울 풍경 속에서 현실을 넘어선 무언가를 찾아나선다. 그가 카메라를 가지고 산책을 나서게 되면 남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서울 도심을 배회하는 행위가 아무도 경험한 적 없는 틈을 기록하는 중간자의 여행으로 변한다.

 
서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가 지금까지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틈을 여행하는 이재훈은 카메라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일상 너머의 것을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에게, 아니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다른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중간자는 자신이 탐색한 두 세계의 틈을 포착하고 전개해 준다. 이재훈이 소개해 준 그 틈을 통해 우리도 중간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양가적 감정을 느끼고, 일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된다.

(강인모)

작업노트

중간계 (中間界, Mid Land) : 모호한 경계


나의 작업에서 '중간中間'이란 의미는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상식과 비상식의 중간, 사랑과 증오의 중간 그리고 검정색과 하얀색의 무수한 중간과 같은 것들 이었다. 중간도시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끼어 있는 얇은 막과 같은 공간이다.

 이번 갤러리 서이Gallery SEOI에서 전시하게 되는 '중간계中間界'는 '중간도시'의 마지막 시리즈로 중간도시에서 보여지는 공간성에 집중 하였으며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촬영한 내용을 선별하여 전시하게 되었다.
나에게 도시는 두려운 공간이다. 나의 주된 촬영 무대인 서울은 30년 넘게 살았어도 항상 낯설게 느껴진다.
무엇이든 그 속성을 모르면 두렵기 마련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서울과 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작은 균열 사이로 틈이 만들어지고, 그 틈을 통해 서울의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틈을 통해 겨우 보이는 서울은 내가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의 모습이 아니었다. 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정지된  세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공간이 압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공기가 들뜬 것 같기도 하고, 공간들이 겹쳐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그 '틈'에  호기심이 생기고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빠져  나온다. 사실  튕겨져  나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강력한  나의  이성이  그곳은  낯선 공간이란  것을  알았는지 이성으로부터  끌려 나오게 된다. 낯선 곳을 경험하는 것은 실제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낯선 경험일 것이다.
나는 렌즈를 통해 도시를 보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 도시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2020년 초겨울,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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