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러시아의 작은 보물 ORION-16 28mm f6
숨겨진 러시아의 작은 보물 ORION-16 28mm 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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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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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력과 콘트라스트와 깊은 심도

사진.글: 유 재 력

렌즈야 놀자 200913

사진.: 유 재 력

 

숨겨진 러시아의 작은 보물 ORION-16 28mm f6

해상력과 콘트라스트와 깊은 심도

 

사진이란 결국 자기를 기록하는 작업이다.

사진가는 자신의 생각이 닿는 곳에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생각만큼 자신의 수준만큼 기록한다.

 

기록을 담는 카메라나 렌즈는 사진가의 도구이지만 이들 또한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 기록하고 담는다.

인간의 시각은 150도 넓고 눈은 자유로운 줌 렌즈이지만 인간이 만든 눈인 렌즈의 화각이나 밝기 선명도는 자유롭지 못하다.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렌즈는 초기에는 안경용에서 사진용으로 발전하면서 현미경 등 의학용, 천문학의 천체 망원경, 군사용 등으로 비약적인 진보를 거듭하였다.

 

현재는 마이크로 생산 라인에서부터 IT 핸드폰 등 생활의 필수 도구로 인간에 밀착되어 있다.

생활 패턴이 급속히 바뀌는 현대 사회에서 사진은 점점 전문적 역할이 줄어들고 핸드폰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에 의해 일상적인 생활 속의 사진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사진가들에 의해 사진 예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흘러간 역사 속의 보석 같은 명물렌즈는 아직도 일부 사진가들에 의해 그 빛을 발하고 있다.

 

2차 대전의 승전국 구 소련연방이 독일의 Carl Zeiss 기계와 기술자를 아무리 자기 땅으로 데려와도 독일 본토에서 생산한 제품과는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렌즈를 새롭게 설계를 해도 독일의 첨단적 노하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조그만 불편을 감수하면 그 나름대로 독일 렌즈 못지않은 결과를 주는 렌즈들도 많이 생산했다.

구 소련제 즉 러시아제 렌즈는 렌즈 경통의 마감과 코팅 등의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광학적으로 우수한 렌즈들도 많았고 그중에 ORION-15 28mm f6은 정말 보석 같은 존재이다.

1990년대 한때 나는 Leica M3ORION-15 28mm f6를 그리고 Leica R7Elmarit 28mm f2.8을 장착해 같은 장면을 찍어 비교한 적이 있었다.

ElmaritLeica 특유의 차갑고 강한 콘트라스트에 좀 튀는 이미지로 표현했다면, ORION-15는 차분하고 풍부한 계조에 Elmarit 못지않은 해상력을 보여주면서도 개성 있는 색감을 만드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Carl ZeissTopogon 25mm f4의 모방품으로 소련의 KMZ 공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ORION-15 28mm f6Topogon 25mm에는 못 미치는 화각에 f4 보다는 한 스톱 반 넘게 어두운 f6이 한계였다.

그러나 열배 이상 비싼 Summaron 28mm f5.6과 비교해 볼 때 반 스톱도 안 되는 차이의 밝기이다.

실상 사용에서 그 누구도 두 렌즈의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ORION-15 28mm f6 렌즈는 개방인 f6에서 평균적으로 우수한 해상력과 콘트라스트를 보여주며 반 스톱 정도 조인 f8 부터는 광각렌즈가 갖는 보편적인 단점인 해상력 저하, 콘트라스트 저하, 플레어, 왜곡 면에서 현대 최고의 렌즈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광각렌즈 특유의 비네팅도 쉽게 조정 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며 APS-c인 크롭 바디에 사용한다면 아무 불편 없이 쓸 수 있다.

 

이 렌즈의 특징은 깊은 심도이다. 거리의 스냅이나 행사 등에 AF 없이 목측으로도 좋은 해상력을 얻을 수 있으며, 풍경에서도 아름다운 색상의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 렌즈의 단점은 그 외관에 있다.

경통을 알루미늄으로 만든 초기 형은 부분적으로 녹슨 것들이 많으며 후기 형은 일부 스텐 같은 재질을 섞어 좀 나아 보이나 못 생긴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부 제품은 뻑뻑한 헬리코이드로 불편 할 수도 있다. 정말 모양 없이 만들어진 이 렌즈는 한편 그 단순한 모양으로 멋없는 멋을 즐길 수도 있다.

 

처음엔 CONTAX RF 용 즉 러시아의 KIEV 마운트로 생산 됐지만 후에 Leica L39 마운트로도 대량 생산되어 ebay 등에서 200, 300불 정도로 쉽게 구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에서 구형 Leica 베르나크 타입은 물론 M 타입에 거리계 연동으로 쉽게 사용 할 수 있으며 어느 밀러리스 카메라에서도 간단한 어댑터로 사용 할 수 있다.

다만 1,000만원을 호가하는 그리고 앞가슴에 번쩍이며 걸어야 하는 디지털 Leica는 이 렌즈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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