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의 아일랜드 : 섬을 만나는 두가지 태도
이정환의 아일랜드 : 섬을 만나는 두가지 태도
  • 장규성
  • 승인 2020.09.2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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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갤러리움 초대전
- 2020. 10. 1.(목) - 2020. 10. 18.(일)
- 관람시간 11시~18시, 월휴관, 무료관람
■ 오시는 길 (헤이리마을 7번 게이트)
헤이리갤러리 움 /Heyrigallery WOMB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5 2층
이정환작가의 아일랜드 사진들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그러나 결국은 하나의 시선으로 모아지는 서사를 담고 있다.
제주가 4.3 의 아픔을 간직한 섬임을 작가는 어느 날 제주의 음산한 날씨와 풍경에서 자각하고 그것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서 남아 떠도는 혼령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안개 속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풍경들과 요동치는 바다와 파도는 4.3.의 혼령들이 아직도 못다한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한편 이정환 작가의 시선은 제주 섬의 곳곳이 외지인, 즉 육지 것들의 욕망과 자본의 침탈로 황폐화 되는 자연에 머문다.
개발과 자본의 논리가 이미 휩쓸어 버린 제주는 역사의 원형을 간직 한 신화의 섬, 항거와 투쟁의 역사를 간직 한 섬 그리고 4.3.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 한 섬이라는 제주 특유의 상징성과 고유성을 지우고 있다.
그런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자본이 휩쓸어 버린 더 이상 제주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풍광과 건물들이다.
이정환 작가는 우리가 흔히 보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개발되고 파헤쳐지는 제주의 모습을 담아 냄 으로서 그런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고 우리가 지키고 유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을 역사적 사건들은 말해준다.
제주 4.3.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사건이다.
은폐하고 조작하여 무수한 죽음을 헛되이 만들어 버리는 권력이란 우리의 무관심 속에 똬리를 틀고 그 무소불위의 힘으로 우리를 옥죈다.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섬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자본의 탐욕스러운 지배는 우리가 제주 4.3.사건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출구를 아직도 찾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정환 작가의 두 가지 서로 다른 태도는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그리고 현재에 그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에 대한 특별한 응시이자 작가의 시선이다.
그로부터 새로운 희망과 소망의 출구를 내는, 이정환 작가의 섬은 광장을 닮았다.
 
 
작가노트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2012년 여수엑스포 개막식 이벤트 꿈꾸는 바다를 준비하기 위해 제주시 조천면에서 40여일을 지낸 적이 있다.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머물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43일이 다가오니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지더니 비가 퍼붓고 음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며칠간 안개가 자욱해서 사진을 찍기가 좋은 날씨라 차를 빌려 밖으로 나갔다.
제주 돌 박물관 근처에서 길을 잃었는데 내려서 보니 흔히 보던 제주도의 풍광이 아니었다. 안개 속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연신 셔터를 눌렀다.
숙소로 돌아와 티비를 켜니 43항쟁에 대한 특별방송을 하는 게 아닌가. ! 오전에 느꼈던 그 음습한 기운의 이유가 이거구나.물론 제주 43에 대한 아픈 역사를 알고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특히 죽임을 가장 많이 당한 조천면에서 그 기운을 직접 느꼈던 거다.
제주도는 피가 솟구치는 아픔을 지닌 혼령들의 섬이다. 예전에 어떤 만화가가 제주를 배경으로 한 퇴마사 이야기를 아일랜드라는 제목으로 그린 적이 있다. 그와 같이 억울한 혼령들이 떠도는 제주도의 기운을 담으러 매년 제주도에 내려갔다.
아일랜드 시리즈는 고립된? 섬 제주도에 몰려온 육지것들의 만행과 제주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한 사진들이다. (사진가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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