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빈 금 내기
세이빈 금 내기
  • 김선일 기자
  • 승인 2021.01.2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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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  (서울시 중구 필동 128-22)(충무로역 1번 출구)
          Tel : 02) 593-1140   담당자: 큐레이터 박인기 010-6304-0948 
전시기간 : 2021. 1. 28 - 2. 10  (오전11시- 오후5시 / 월요일, 공휴일 휴관)  
 

세이빈 작가는 2019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건너편 건물에서 ‘Construction Art’ 설치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전면에 비계가 세워져있는 공사중인 건물에 형형색색의 테이프로를 둘러서 건물전면이 다양한 모양의 조각으로 이뤄진 하나의 큰 캔버스(20x9m)로 만들었다. 전시가 끝나서 테이프를 철거하면서 색색의 테이프를 뭉쳐서 버리려다 뭉친 테이프가 작품의 실마리가 되어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천장에서 테이프 하나씩 내려와 뭉친 테이프를 잡고 있다. 이것은 파리 잡을 때 쓰이는 찐득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렇듯 테이프를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는데, 테이프와 비슷한 윈도우 필름에서도 모티프를 얻었다. 작가는 필름이 갈라지고 헤져서 너덜거리는 버려진 유리창을 보고 작품화했다. 이 작품은 하나의 기포도 없이 매끈하게 붙여야 될 필름을 일부러 주름지고 굴곡지게 붙여서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포도 있고 주름도 있는 필름을 연출하다보니 무엇인가가 밀착된 사람의 피부로 느껴지고 공기마저 가둬둔 듯하다. 이것은 관객에게 극대화된 촉감으로 느껴지게 한다. 초밀착되어 촉감이 최대한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 전시는 촉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모두 시각이 실재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촉감은 육체적이라는 이유로 천대해 왔다. 하지만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만지고 느끼는 것이 훨씬 그 물체의 실체에 더 가까울 수 있는 것이다. 촉감을 통해 물건의 단단함, 질감, 성분을 더 잘 알 수 있기에 촉감의 극대화는 전통적인 시각중심주의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 “당신이 본 것을 만졌을 때도 본 것과 같은 느낌일까?” 그래서 세이빈의 작품은 볼 때는 스테인리스재질처럼 보이지만 만졌을 때는 필름으로 느끼는 작품도 있다.

세이빈의 이 자발적 오류는 사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금 내기이다. 필름은 깨끗하고 티없이 깔끔하게 붙여져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살짝 금(Crack)을 내서 관람객에게 필름은 깨끗하게 붙여졌을 때만 쓸모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금은 점점 커져서 고정관념이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공사장은 항상 가려지고 더럽게 방치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Construction Art' 퍼포먼스로 실현됐고, 2020년 전시 공사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전시도 고정관념에 금을 내고 깨버리는 전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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