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와 얼굴형”
사랑니에 얽힌 오해와 진실 –
사랑니는 어금니 보다 안쪽에서 맹출되는 치아로, 치아 교열이 모두 완성된 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금니에 무리한 자극이 되거나 충치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등 치아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 발치의 필요성이 강조됩니다. 간혹 통증은 물론 별다른 증상 없이 똑바로 자리 잡은 사랑니들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별도로 발치를 진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플란트 치료법이 없던 시절 제이대구치가 상실되어 뺏다 꼈다 하는 불편한 부분의치를 제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고정식 브릿지 보철물의 지대치로 사랑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없는 사랑니일지라도 발치를 원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사랑니가 얼굴 모양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몇몇 환자들은 사랑니를 발치하면 얼굴형이 더욱 갸름해지는지 궁금해합니다(그림1 참조). 또한 사랑니로 인해 앞니의 치아 배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도 궁금해하는데요. 과연 사실일까요?
‘사랑니를 뽑으면 얼굴형이 갸름해진다?’
얼굴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째는 하악골의 하악각, 즉 아래 턱뼈의 모서리 부분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턱뼈를 감싸는 교근, 쉽게 말해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쓰이는 저작근이 더해져 얼굴의 윤곽이 결정되는데요. 사랑니는 하악각과 교근의 안쪽에 자리 잡는 치아일 뿐임으로 얼굴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랑니가 염증을 유발해 부기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얼굴이 평소보다 좀 더 부어 보일 수 있어 얼굴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사랑니 발치 후 생긴 부기가 빠지면서 전에 비해 턱 주변이 갸름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케이스 모두 일시적인 부종에 의한 혼동일 뿐입니다. 만약 턱뼈 속에서 염증을 유발해 턱뼈를 망가뜨리는 사랑니를 오래도록 방치할 경우에는 턱뼈에 이상이 생기므로 얼굴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요.
사랑니를 빼면 앞니가 가지런해질까?
사랑니를 오래도록 방치하면 앞니의 배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어금니를 자극하는 사랑니가 치열 전반을 망가뜨릴 수 있을까요? 똑바로 정출된 사랑니가 앞니의 치아 배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치아는 얼굴의 중심선, 즉 정중선을 기준으로 좌우측 치아 모두 쓰러지고 가까워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치의학 용어로 근심이동 경향(Mesial drift tendency : 앞니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라고 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수평으로 매복되어 정출되고 있는 사랑니의 경우 위쪽이 아니라 앞의 치아를 밀게 되므로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이 완료되고, 매복된 사랑니의 뿌리 부분의 성장이 완료된 경우에는 사랑니가 근심이동 경향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지요.
잇몸 상태가 건강하지 않거나 노화에 의해 치조골이 약화된 경우에는 치아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이러한 근심 이동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지런했던 앞니가 비뚤어지며 앞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니의 치아 배열 문제는 사랑니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지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예방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사랑니와 관련된 사항 두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니의 상태부터 명확하게 진단해 처치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니는 물론 모든 치아들과 구강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관리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치아 문제는 조기에 대응할수록 기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도 축소됩니다. 만일 지금 사랑니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고 계시다면, 더 늦기 전에 치과를 방문하십시오.
(글/ 서초이엔이치과 원장, 치의학박사 임창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