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프 닝 3월 30일(화) 오후 6시
장 소 사진위주 류가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시처럼 살고, 길 위에 살았던
어느 ‘두루주의자’가 만난 풍경과 사람들
서른 살 생일을 길 위에서 맞았던 시인 조병준이 오래도록 꾼 꿈이 있다. 삼십년 뒤 환갑도 길 위에서 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돈 2020년, 그 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한 사람이 그를 불러 세웠다. 24년 전 조병준의 첫 책 <나눔나눔나눔—조병준과 함께 나누는 문화이야기>(박가서장, 1997)의 편집자이자 현 수류산방 대표 박상일이다.
“이리 오세요. 책을 냅시다.” 오래된 컴퓨터를 뒤지니 온라인에 실리지 않아 사라졌던 종이글 원고가 쏟아졌다. 어쩌면 영영 잊힐 뻔했던 글들. 조병준은 글무더기에서 보물들을 하나씩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땅의 길 대신 그의 인생길을 되 걸으면서.... 산문집 <퍼스널 지오그래픽>(수류산방, 2021)이 이렇게 해서 나왔다.
조병준을 가장 많이 수식하는 단어는 ‘시인’이고, 90년대 문화평론의 새 지평을 열면서 ‘문화평론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한 그지만, 생애 반 이상을 세상을 떠돌며 글 쓰고 떠나고 만나는 삶을 지극히도 충실히 살아 온 그는 무엇보다 우선 ‘여행자’다.
삼십대부터 인도와 유럽 등지로의 여행을 시작했고, 네팔 히말라야 눈 덮인 산자락 어딘가로 떠났다는 소문이 들리는가 싶으면, 새까맣게 탄 얼굴로 에티오피아에서 돌아왔다. 그라나다와 프라하, 파푸아뉴기니와 바라나시 사이에 행적이 찍혔으며,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자원봉사자’ 로 보낸 시간도 상당하다.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내어 ‘에세이스트로’도 사랑받아 왔고, 여정 속에 만난 사람과 풍경을 주제로 2007년 <따뜻한 슬픔>, 2011년 <길 위의 詩> 등 지금까지 네 차례의 사진전을 열면서 ‘사진가’라는 수식까지 덧대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두루주의자’라고 말한다.
다섯 번째 사진전인 이번 전시 <퍼스널 지오그래픽>은, 시인이자 문화평론가, 여행자 아니 ‘시처럼 살고, 길 위에 살았던’ 두루주의자 조병준이 자신이 걸어 온 인생길에서 만난 풍경들, 풍경 속의 사람들, 그 길의 지도를 보여주는 전시다. 조병준의 글과 사진을 두고 ‘내 이웃을 이야기하며 지구 건너편의 삶을 꺼내 보인다’고 한 표현대로 사진 속의 집도 길도 사람도 이국적이지만, 그 풍경들 속에 담긴 서정은 따듯하고 친숙하다.
전시는 3월 30일부터 3주간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리며, 약 50여 점의 전시작과 사인본 책 <퍼스널 지오그래픽> 외에 기 출판된 작가의 여러 책들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