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사진전 군용 Military use_1989
이한구 사진전 군용 Military use_1989
  • 포토저널
  • 승인 2021.09.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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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2021년 8월 31일(화) ~ 10월 3일(일)
장 소 사진위주 류가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문 의 Tel. 02)720-2010 E-mail. ryugaheon@naver.com

이한구는 다큐멘터리사진집단 <사실>, 월간 <사람과 산> 사진부의 일원이던 시절부터 멀리 히말라야와 톈산산맥,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등 우리 땅과 그 너머를 종으로 오르고 횡으로 걸으면서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 노정에서 얻은 사진들로 2010년 첫 개인전 <소소풍경>을 열었다. 스무 살 무렵 군복무 중에 병영생활상을 감각적으로 찍은 사진 <군용>으로 2013년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군용>2015년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 5>에 선정되었다. 행적이 자연에 있지 않은 동안에는 자신의 거처 가까운 곳의 서울을 사진에 담았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청계천변을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부터 찍기 시작해 변두리이자 중심으로서 삶의 풍경들을 30년 넘게 찍고 있다. 2015<청계천-프롤로그> 전시를 열었고, 2020<서울옛길> 전시를 열었다.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든 이후로, 줄곧 자신의 삶이 선 지점에서 자신을 둘러 싼 외계를 사진으로 작업해 왔다. 그의 사진과 그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인 까닭이다.

노트

최전방에 가고 싶었다.

어차피 가야하는 군대라면. 최전방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잠잘 때도 카메라를 머리맡에 두고 자던 스무 살 무렵이었다. 최전방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생각하면, 자원한 종군기자처럼 입대가 설레었다.

1989, 원하던 대로 최전방 15사단 부대에 입대했다. 찍고 싶은 것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크고 극적인 것들을 찍게 되리라 여겼는데. 수첩에 그것을 빨간 풍선이라고 적었다. 암호가 일상화된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손에 쉬이 쥐어지지 않았다. 초조하고 불안했다. 눈으로 찍었다. 찍고 싶은 장면 앞에서 한쪽 눈을 껌벅이는 버릇이 그때 붙었다. 밤이면 침상에 누워 천정에 눈을 감고 현상했다.

상병이 되어서야 카메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촬영은 불가능했다. 방독면케이스에 카메라를 넣고 야전훈련을 나갔다가, 부대장으로부터 가스실에 맨얼굴로 들어가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촬영한 필름들은 비닐봉지와 자루에 담아 땅 속에 묻었다. 비가 오면, 잠이 오지 않았다. 휴가 때마다 혼자만의 특급수송작전을 펼쳐서 집까지 공수했다. 현상을 마치면 휴가가 끝나있었다.

스무 살 그때. 모두가 스무 살이던 속에서, 그렇게 찍고 싶었던 빨간 풍선은 무엇이었을까. 터질 것처럼 불안하게 부푼. 더럽고 찬란한. 혹은 수상한 통과의례. 이런 몇 개의 단어들로 그것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사진들이 미처 말로 표현치 못하는 그것들을 대신 보여 주기 바란다.

삼십 여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나는 기억한다. 나의 사진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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