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윤 초대전 《우아한 감시 Refined Observation》
황지윤 초대전 《우아한 감시 Refined Obser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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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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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간 2021년 9월 30일(목) ~ 11월 26일(금) 총9주
오 프 닝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장 소 (재)한원미술관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서초동) 한원빌딩 B1

존재하는 열린 구조의 공간이라는 뜻이다.2) 응시가 관람자에게 말을 건넨다고 라캉이 주장하듯 관람자
로서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로서 작품을 창작함에 있어서 우리는 이 응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술작품은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자 ‘그들의 응시를 위해’ 열려있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이론에 입각한 황지윤의 작업은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감시에 집중한다. 작품
속 형상들의 시선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자의 시선, 그리고 다시 그것을 의식하는 작가의 시선은 각 주
체 간의 내밀한 응시와 시선교환이 이루어진다.

 

 

 

 

 

 

 

 

 

 

 

 

 

 

황지윤은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외출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도 작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최근의 〈백색 시선 White Eyed〉
(2020) 시리즈는 ‘육아’와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전 작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아이와의 소통방식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경험과 집안 유리창 프레임에 갇힌 자연풍경들로부터 느껴지는 시선은 ‘무언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때 유리창 프레임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가 체득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소재로도 활용되어 바깥쪽 표면부터 안쪽에 이
르기까지 화면 속에 스며든 서정적인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작품을 들여다보자. 어두운 배경에 수풀, 나뭇잎의 반복적인 패턴들 사이로 저마다의 흰 눈동자의 형상들
이 부각되는데,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자연풍경들은 일상과 삶의 의미들에 대한 질문과 답들이다. 작품
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중성적인 무채색 톤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은 시각적인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느끼는 동시에 화면의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존재하지 않
는 곳으로 들어가다 Enter Nowhere〉(2020) 시리즈는 화면에서 고요한 침묵과 관조를 느낄 수 있듯이 시
선의 범주 안에서 발생하는 작가의 심리적 상태를 회화로 표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의도적으
로 설치한 LED 조명은 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한 빛을 발산하며 자개장 속 풍경을 보는 듯한 신비한 광경
을 연출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는 유리에 인레이 기법으로 그린 회화 30여 점과 회화와 설치가 결합한 라이팅 작
업 등 다양한 형식의 회화를 소개한다.3) 신작 〈깊고 깊은 그곳 The deep, deep place〉(2021) 시리즈는
휴양지에서 스쿠버다이빙 통해 바닷속 곳곳에서 마주친 풍경들이다. 늘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주는 장소
인 바다는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온다. 열대어, 산호초 등과 같은 수중생물들은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미지의 장소는 우리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
만 작가는 어둡고 무거움보다는 밝고 경쾌한 태도를 유지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해학적이
면서도 현상을 파고드는 이질적 묘미를 선보인다. 또한, 관람자로 하여금 개인의 상상에 따라 해석의 폭
을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시각적 긴장감을 주어 관람자가 작품 감상에 보다 능동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 속에 숨겨진 미지의 영역은 관람자의 시선으로 채워지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식
하는 순간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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