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 조기주 제5회 모녀전 발견의 시학: 구상과 추상사이
이경순 조기주 제5회 모녀전 발견의 시학: 구상과 추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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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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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조기주 제5회 모녀전
2022. 01. 05 (수) - 01. 27 (목)
토포하우스 전관

화가들의 2인전은 흔한 일이기는 하나, 조기주와 이경순 화백은 화가이면서, 엄마이고, 여자이면서 엄마와 딸 사이이다.

1953년 제2회 국전부터 16회의 입선과 4번의 특선을 수상하였으며 1977년 국전 추천작가, 1982년 국전 초대작가를 역임하였고, 1946년 가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해 19505월 서양화 전공으로 졸업한, 대한민국 정규 교육을 받은 1세대 국내파 화가인 94세의(1928년생) 이경순,

엄마의 후배로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후 미국 뉴욕의 Pratt Institute대학원을 졸업, 2020년 단국대학교 교수로 정년 퇴임하기까지 끊임없이 회화의 재료와 주제에 대한 연구와 영상작업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조기주의 다섯 번째 모녀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경순 화백의 미발표 장미작품을 포함하여 국전 특선작인 인물화 두 작품이 나온다. 1997-8년 딸 조기주를 따라 뉴욕에서 1년간 거주하며 제작한 작품으로 이번 처음 발표하는 것이다. 작품 크기도 미국식이고, 항아리도 미국에서 친지가 소유한 이조 철화백자 항아리에 활짝 핀 장미를 담아 그렸다. 다른 하나의 작품은 2007년 제작한 작품으로 배경에 문양을 넣어 그렸다.

 

그 외에도 딸 조기주를 어린 시절부터 대학 들어갈 때까지 그린 작품들도 출품된다. 이에 대해 미술비평가 남인숙은 이경순의 인물화 전시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아카데미즘과 국전풍(國展風)의 작업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편 비구상 작가인 딸 조기주는. 처음으로 본인의 자화상을 발표한다. 본인이 고등학생 시절 교복 입은 모습을 그려준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처음으로 구상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넣어 그린 그림을 제작하였고 이번 2022년 시작을 알리며 열리는 모녀전을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 비구상 작가의 구상 작업을 도전하였다.

조기주는 모녀전을 위해 자화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느꼈던 내게 이 교복 입은 여학생을 그린 작품은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작업하며 내가 나에게 주었던 숙제, 자화상 그리기를 이번 모녀전을 통해 풀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또한 2006년 조기주가 감독, 제작, 극본을 만든 단편영화 연속 그러나 불연속을 감상할 수 있다.

 

남인숙 (미술평론가/미학박사)

(1) 이경순 화백의 꽃과 인물

이인성(1912-1950)과 이경순은 사제지간이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이인성의 졸년(卒年)이 이경순이 대학을 졸업한 해이니, 이인성이 서울 생활 내내 만난 인물 중 한 명이 이경순이다. 수채화가 제일 기억에 남으셨는지, 이 화백은 수채화를 아주 잘 그리는 분으로 이인성 선생을 기억한다. (...) 최근 이경순은 2021년 세계 수채화 비엔날레에 출품함으로써 수채화의 기린아였던 이인성 제자로서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 화백의 정물, 특히 꽃 그림은 꽃병의 선택에 신중하고, 꽃다발의 풍성함과 색의 균형, 기울기, 방향 그리고 화병이 놓인 테이블과 배경의 문양 모두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상 자체에 대한 충실성에만 한정되지 않고 주변과의 관계를 함께 살피는관점인데 이를 시각적으로 이끌어 내는 방식이 장식의 충만함이 아닐까? 향기를 대신하듯 화면 전체에 율동이 퍼져 시각 본연의 즐거움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꽃병 자체의 진귀함, 꽃병의 무늬, 테이블의 무늬 혹은 주변 기물들의 무늬가 서로 반향하여 화려한 기분을 강화하고 있는 점인데, 이 점이 바로 화면 전체를 시각적인 고유 공간으로 다루는 태도인데, 화면을 기쁨과 고상한 정신에 물들게 하는것이고, ‘관계를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이 화백의 고유한 관점이라 파악된다. 이경순의 정물화는 전체적으로 장식적이고 화려함에도 화려함에 눌리지 않고 명증하다. 이렇게 장식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주제를 강조하는 화면운영은 매우 현대적이며 선구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

(2) 조기주의 구상과 추상 사이

원의 도상은 줄곧, 얼룩은 2013년경부터 모티프로 등장하지만, 조기주 작품에 등장하는 무한, 생명, 순환 그리고 이들의 숨결, 흔적과 동세(動勢)에 담긴 미래 이야기 등은 방안에서 광장으로, 심상에서 현실로 경계를 넘어서는 생성의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 주어진 모든 우연으로부터 생성될, 아직은 결정되지 않은 그것을 운영하는 생성의 경제야말로 추상과 구상의 구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잠재의 장소를 이끌어낸다.

조기주에게 바탕의 재료가 시멘트인지 합판인지의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공간 전체에 펼친 가변 설치인지, 뻥 뚫린 틀에 달린 사물의 진열인지 그 방식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조기주 작품에서 드러나는 장식성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의 고유함과 특징에 대해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서 지속적으로 기술하고 해석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3) 화가들, 엄마들, 여자들의 문제를 남기며

조기주와 이경순은 모두 장식에 대한 남다른 추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겠지만, 이경순 역시 장식성에 대해 매우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장식성이 지닌 회화적 의미를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전개한 평면적인 정물풍경에서 보이는 장식의 의미가, ‘회화 고유의 일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장식에 대한 추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혹시 이 점이 여성성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관계가 있다면 화가들, 엄마들, 여자들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는 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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