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사진가을 만나다.
구본창 사진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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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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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 Young의 사람이 좋다

전시기획자

구본창을 만나다.

글/사진 無縈최희영기자

작업실을 두드리는 손이, 마음이 설레인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이자 세계적인 전시 기획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구본창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를 만난다는 마음에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 해주는 직원분의 안내로 들어선 작업실은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조명으로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느껴졌다. 잠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켜켜이 쌓여있는 책과 언제든 작업을 할수 있게 준비된 촬영 장비들로 배치된 그의 작업실을 살짝 둘러보며 더욱 호기심이 생길 무렵 그가 들어왔다. 온화한 미소로 겸손하게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그의 작품 ‘백자’를 닮은 듯 소박하고 단아한 인상을 주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 유명한 아를사진축제에 대륙을 대표하는 큐레이터로 정식으로 초대받아 참여한 소감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1969년 프랑스 루시앙 클레르그Lucien clergue에 의해 시작된 LES RENCONTRES ARLES PHOTOGRAPHIE 아를사진축제는 현존하는 사진축제 중 가장 오래되고 국제적인 명성을 꾸준히 지켜오는 행사로, 매년 7~9월 열린다.
 

 


구본창은 아를사진축제에서 각 대륙을 대표하는 뉴욕 MOMA의 Quentin bajac과 네델란드 페스티벌 Noorderlict을 진행하는 Wim Melis, 중남미 지역의 사진에 관심이 많은 Alexis Fabry,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사진 재단을 운영하는 Azu Nwagbogu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5명의 큐레이터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아를사진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젊은 작가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인 ‘디스커버리 상’인데 추천인으로 각 대륙을 대표하는 큐레이터 5명이 각자 작가 2명씩 추천해 전시를 기획하고 열어서, 전시를 본 사진전문인들과 방문객들의 인기투표로 한 명의 작가에게 2만 5천유로를 지원하고 내년 행사에서 개인전까지 열어주는 매우 영광스런 상이라고 한다.

큐레이터로서 구본창은 작고한 한영수작가와 중국의 장개천의 작품을 추천했다. 한영수작가와의 인연은 90년대 충무로 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 50년대 60년대를 기록한 300장이 넘는 밀착본을 통해 새로운 한영수작가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전에 상업사진이 아닌 개성 강한 시각의 사진과 섬세한 이미지들은 한국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비견되는 인물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안타까움과, 일본은 50년대 활동한 작가들이 해외에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혀 기회가 없었던 점도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후 2008년 대구 사진 비엔날레를 통해 그룹전 ‘숨겨진 4인전’에 한영수작가를 소개하였고, 이번에도 추천하게 된 연유라고 한다.

 

 

 

 

 



중국의 장개천작가는 지난 2013년 파리에서 열린 ‘photoquai 포토케’행사로 중국작가를 리서치 하던 중 알게 된 작가이다. 변해가는 도시의 풍경을 다룬 작가는 많지만 그의 작품은 개성있는 컬러톤과 초현실적인 의외의 상황, 그리고 미니멀하고 섬세한 이미지들의 독특한 감성에 추천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포토케는 파리 브랑리 박물관에서 열리는 사진 비엔날레로 비유럽 출신의 참신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사회 문화인류학적 관점들을 나누며, 그 가치와 의미을 재조명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비엔날레에서 구본창은 동아시아 지역의 큐레이팅을 맡아 인물 사진을 통해 삶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여 성공적인 디렉팅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가 추천한 2명의 작가들은 전시내내 호평을 받았으며, 중국인 작가 장개천은 해당부분 수상자로 선정된 그 날 이후 내년에 열리는 여러 행사에 초대받게 되었고, 유럽의 여러 사진 관련 잡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영수 작가는 프랑스 유력 신문인 Liberation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이번 주 신문에 특집으로 소개될 예정이며 영국의 타블로이드지에서도 곧 특집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추천작가 2인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과 알려지지 않았지만, 잠재력이 있는 작가를 발굴했다는 자부심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그의 방식으로 기획하고 전시해서 평론가와 대중 모두에게 공감과 환호를 받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에 기획자로서의 보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 행사 같은 우리나라 축제와는 다른 진정한 축제다운 아를사진축제에 대한 지역민과 전세계 사진 관련인들과 애호가들의 사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우정에 대한 부러움과 앞으로 국내에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픈 그의 사명감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었다.

전시기획자로서 작가를 발굴하고, 그 작가와 전시 성격에 맞는 작품을 choice하고, 창의적인 예술성과 대중이 원하는 상업적인 코드를 적절하게 믹스하는 그의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아마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경험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한 그의 인내와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함부르크의 유학시절, 1985년부터 제자들과 함께 작가이자 기획자로 참여한 첫 전시,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최초로 사진전을 기획한 한국 사진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사진 새 시좌 전시회', 1998년대 오라클을 통한 전 세계 큐레이터들에게 한국 사진을 알리며 미국, 덴마크,호주등에 한국 현대사진전 개최, 대구 비엔날레 총감독등등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전 세계 문화의 중심지를 오가며 연 30여 차례의 개인전 등 이 모든 경험의 총체가 모여 현재의 그를 지탱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과 새로운 용기를 부여할 것이다.

한국의 현대 사진을 정착시킨 대표적인 예술가, 사진가이자 교수, 높은 감식안을 가진 자료 수집가, 그리고 전시 기획자.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구본창이란 이름 앞에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은 이미지는 없다. 그 많은 수식어 중 전시 기획자 구본창을 내가 더욱 기대하는 이유는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나는 그것을 듣고 싶고, 그러한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애정이 필요하다. 따뜻한 눈이 있어야 보이고 읽힌다”고 그의 저서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잘 버무려 보석처럼 빛내 주리라 믿기에 부드럽지만 강인한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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