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존재론적인 의미 김영태
사진의 존재론적인 의미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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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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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미학


1. 사진의 존재론적인 의미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회화의 역사에서 화가들의 오랜 꿈은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기원전 4세기부터 그 원리가 연구되었다는 ‘카메라옵스큐라’도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자 한 화가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다.

19세기 중반에 화가들의 꿈은 그들의 손이 아닌 ‘카메라’라는 근대적인 문화의 산물에 의해서 실현 되었다. 즉 기계의 힘을 빌려서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1839년에 다게르에 의해서 세상에 태어난 다게레오타입(Daguerroe Type)이라는 사진제작방식은 기술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았고, 완벽하게 세상을 재현하지 못했다. 대량복제가 불가능했고 노출시간이 너무 길어서 실용성과도 거리감이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탈보트가 발명한 칼로(Calotype)타입에 비해서 선명하기는 했지만 지지체가 금속판이었기 때문에 보는 이의 얼굴이 반사되는 단점도 갖고 있었다.

그와는 다르게 칼로 타입은 네가-포지방식으로 대량복제 가능했지만 지지체가 종이였기 때문에 선명도가 떨어졌다. 이처럼 19세기에 발명된 초기사진술은 기술적으로 여러 단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한 화가들의 오랜 꿈을 어느 정도까지 실현시키는 했다. 그 결과 화가들은 세상을 사실적으로 모방하고자 한 노력에서 탈피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생활의 방편으로 삼은 화가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그들 또한 사진술을 익혀서 초상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을 차렸다.

19세기 중반이후 이와 같은 사진관이 빠르게 생겨나서 사진관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발생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이나 타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진은 회화의 보조적인 수단 혹은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발명됐다. 또한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진은 생성 될 수 없다. 빛이 특정한 사물에 닿은 이후에 반사되어 카메라 렌즈를 거치면서 감광물질과 화학적으로 융합되어 영구히 고정된 결과물이 사진(Photography)이다. 말 그대로 빛이 그린 그림이다. 19세기 당시에는 재현 혹은 기록수단으로서 산업생산품처럼 여겨졌든 사진이지만 19세기중반이후 예술지향적인 화가출신의 사진가들의 노력에 의해서 기존의 예술제도권으로부터 예술로서 인정받았다. 또 예술로서 뿐만 아니라 지형학, 생물학, 인종학, 인류학, 고고학, 의학, 천문학 등 여러 학문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지식전달체계도 문자중심에서 탈피하여 이미지중심으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문자적인 사유에서 이미지적인 사유를 하게 되어 새로운 사유적인 틀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됐다. 또한 사진은 미술의 주류인 회화에도 영향을 끼쳐서 인상주의. 미래주의, 포토리얼리즘 등 새로운 미술사조가 발생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는 다양한 층위에서 현대미술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외형적으로 현실의 완벽한 재현 혹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매체로 판단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인간의 감정 및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노출의 선택, 프레임 및 앵글의 선택, 셔터 찬스, 대상의 선택 등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 사진가가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의지가 최종 결과물에 투영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상에 접근해서 재현하려고 노력한 최종결과물조차도 절대적으로 객관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진은 외형적으로 현실과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현실 그 자체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진의 시각적인 특성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된 적도 있었고 사진을 주로 다룬 매체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그래서 ‘라이프(Life)지가 창간된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였다. 또 이와 같은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사진이 한국에 수용되면서 예술로서 인식되어 195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원로 사진가 임응식에 의해서 ’생활주의 사진‘이 주창되기도 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텔레비전이 일반화되고 사진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진에 대한 모더니즘적인 신화는 막을 내렸다. 특히 디지털시대의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의 인덱스도 아니고 인간 상상력과 꿈의 산물일 뿐 이다. 또한 예술적인 가치를 제시하기 위한 여러 표현매체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다.

사진은 지시적이고 직접적인 매체다. 그러므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있어서 어느 현대미술 장르보다도 유용하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감성을 자극하는 것 외에도 이성도 함께 동화시켜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1950년대 이후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현대사진은 새로운 모색을 한 것이다. 현대사진은 매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구조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19세기에 발명 당시에는 물론이고 21세기 현제에도 가장 동시대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매체이다. 그래서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가들이 관심을 가진 것이다. 또 도구예술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변적인 매체다. 그래서 20세기초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현대미술의 미학과 어느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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