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심인보 [the Girl Inside] 인터뷰
사진가 심인보 [the Girl Inside]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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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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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아름다움 뒤로 강인함을 품은 여인들,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는 사진가.

사진가 심인보

 

2016년 10월. 무작정 전시 포스터를 보고 찾아간 갤러리는 본 기자에겐 굉장히 특별하게 보여졌다. 카페에 가까운 갤러리, 그리고 사진창고라고 되어져있는 간판, 그리고 넓은 공간 한 켠에 자리잡은 상업사진 스튜디오. 한 자리에 많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낯설었다. 그 때문일까? 카페 안에 전시되어져 있는 작품들 역시 그 분위기에 아주 걸맞는 패셔너블한 사진들이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전해져오는 무수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우아한 여성의 자태, 그러면서도 툭 건들면 날카로이 금이가 깨질 듯한 예민함. 사진의 첫 인상은 감히 함부로 다룰 수 없는 형태와 뉘앙스로 다가왔다.

 

 

 

 

 


작가와 만날 수 있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작가는 본래 상업사진을 시작하여 오랜시간 일을 한 끝에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위해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된 작업이 이번에 열린 “The Girl Inside”라고 한다. 사진에는 주로 여성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 이번 작업은 모델 각자에게 있는 과거와 그 과거에서 축적되고 현재 내재되어 있는 감정을 포즈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향, 심지어 트라우마 까지 천차만별이죠. 여성들은 그런 것들에 대한 표현이 어느 정도 자유로이 되는 편이었지만, 그에 비해 남성들은 그런 것에 대한 표현이 상당히 어색해 하는 반응을 보였죠. 촬영 당시에도 그런 표현들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 여성들을 위주의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죠. ”

그는 그러면서 그 때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 생각해보면 참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각자 가진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고, 어린 시절 생겨난 아픔을 오랜 시간 동안 가슴 깊은 곳에 지니며 응어리진 채 살아온 친구도 있었어요. 거의 대부분 20대 초 중반의 여자였죠. 하지만 내면에는 마치 아이와 같은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많았어요. 잘못하다간 크게 상처받고 고통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었죠. 물론 그 중에는 처절한 유년기를 보내고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도 있었죠. 그녀는 모델이 되고 싶어했어요.”

그동안 촬영했던 모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은 마치 옛 친구, 또는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과도 같았다. 그는 그들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는 듯 보였다.

“ 모델들을 대하시는 태도가 굉장히 남다른 것 같아요. 혹시 그러한 이야기들이 이번 작품들에도 내포되어 있는 건가요? ”

본 기자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하였다.

“ 물론이죠. 그리고 최대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녀들 사진에 각자 담기 위해 노력을 했고, 많은 시도를 했죠. 사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물을 뿌리기도 했고, 얇은 면을 이용해 여성의 자태와 맵시를 표현하는 다양한 시도를 했었죠.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모든 것을 사진 한 장으로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

사진들을 보니 작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보임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의 여성들은 부드러우면서 날카롭고, 임펙트가 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어떻게 해서 그런 날카로움을 부드럽게 승화시킬 수 있었는가 였다.

“ 이 사진들 모두 일반 인화지로 프린트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이것들이 모두 한지라는 것을 아실 거에요. ”

그 말에 다시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종이의 재질. 그것은 다름 아닌 한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한지는 잉크가 닿으면 번진다. 작가는 이것을 어떻게 디테일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담아낼 수 있었는가?

“ 사실 처음 시도 했을 때에는 한지의 성질이 그렇듯이 잘 번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잉크가 닿자 마자 번져서 이미지의 상이 흐릿해지거나 뭉게지게 되어버렸죠. 이 문제를 보안하기 위해서 지줌 갤러리를 통해 해외 기술자와 조우를 해서 특수 잉크를 가지고 프린트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기존에 찍었던 파일과는 다른 느낌의 이미지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

파일이라는 말에 조금 의아했다. 사실 사진을 본 순간 순수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인 줄 알았다.

“ 제가 일했을 당시에는 디지털 기기가 대중에게 보급이 안 되었을 시기였기 때문에 필름만 가지고 했었지만, 디지털이 보급되고 나서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죠. 이번 작품 역시 전부 디지털로 작업해서 한지로 프린트한 것입니다. ”

작가는 매커니즘에 있어서 그다지 차별을 두지 않는 듯 보였다.

“ 작가님은 매커니즘에 대해 특별히 고집하시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본 기자의 말에 작가는 말했다.

“ 그렇죠.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쓰기 편한 카메라가 제일 좋은 카메라가 아닌가요? 브랜드를 떠나서 자신이 그 기종을 최대한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사실 캐논이니 니콘이니 하면서 서로 경쟁 구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워요. 기술은 날이 갈 수록 진보하고 있고, 그 편차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좁혀지고 있으니까요. 저의 경우 삼성NX1과 캐논, 니콘 카메라를 모두 사용하면서 촬영했어요. 때에 따라서 사용하는 기종이 달라집니다. 먼리 외지에서 촬영할 때에는 가벼운 삼성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곤 했죠. 그렇게 써도 결과물은 별 차이가 없이 잘 나옵니다. ”

자신에게 쓰기 편한 카메라가 좋다.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사실 기종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있고,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배우면서 니콘, 캐논, 라이카 라며 저마다 그 기종에 따라 사진가로서의 자세를 평가하며 싸우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했다. 사실 본 기자에게도 그런 편협된 시각을 갖고 있던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편견으로 인식되어졌다.

사진가에게 있어서 평가 받아야할 것은 카메라가 아닌 사진이라는 결과물들이고, 그 대상을 대하는 사진가 자신이어야 했다. 어떤 것을 담는 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담는 지가 우선이고, 구도, 빛, 카메라 등 기술적인 부분은 그 다음이다. 물론 순서는 상관없을 지도 모르지만,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사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 사진이란, 세상에 전하는 작은 이야기. 한 편의 소망 편지와 같은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들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녀들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그녀들이 자신을 가혹하리 만큼 괴롭히는 세상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희망을 향해 한 발 한 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그 이야기를 강렬하고도 부드럽게 전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것이 사진의 진정한 힘이죠. 그리고 그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사진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 그러나 성장 속에서 겪어지는 무수히 많은 시련.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강인함.

심인보 작가의 작품 속 여인들은 아름답고 강인한 꽃처럼 보였다.

갤러리를 나서며 심인보 작가가 바라던 대로 사진을 통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겨울이 된 오늘, 뒤늦게나마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기사를 기고한다. 그리고 세상이 슬픔보다 찬란한 희망이 가득해지길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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