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야 놀자 “Tiny but Mighty” SAMYANG AF 35mm f2.8
렌즈야 놀자 “Tiny but Mighty” SAMYANG AF 35mm f2.8
  • 포토저널
  • 승인 2017.07.18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사진: 유 재 력

 

비오는 열대 우림, 나무 잎으로 만든 정글 속 숙소에서의 밤은 서늘하다 못해 춥기까지 했다. 카메라는 젖을 까봐 가방 속에 단단히 챙기고 우람한 빗소리 속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새웠다.

정글 속의 새 아침, 밝은 햇살이 저 높은 나무 끝 사이에서 빛났다.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떠나는 정글 트랙은 이곳이 새삼 열대 우림 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땀과 열기가 카메라 가방을 멘 내 등 뒤에서부터 밀려왔다.



때마침 나무 잎 틈새로 들어 온 햇살이 열대성 고사리 잎(Fern)에서 빛난다.

무심이 카메라 가방을 연 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속의 카메라는 아직 찬 공기 속에 있는데 가방을 여는 순간 밖의 뜨거운 공기가 카메라와 렌즈를 덮치고 순식간에 카메라 파인다는 뿌옇게 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시에는 최고라는 니콘의 80-200mm f4 줌 렌즈와 Nikon F2 보디는 물에 잠겼다 나온 듯 했다.

물론 그 카메라와 렌즈는 수리 점에서 닦았지만 그때의 일부 사진들은 쓸 수가 없었다.

 

장마철이 되면 사진가들은 염려되는 게 있다.

렌즈에 습기가 차서 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렌즈의 원만한 긁힘이나 흠집은 화질에 큰 문제가 안 되나 뿌옇게 안개 낀 현상은 화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렌즈들에 비해 요즘 디지털 시대의 렌즈들은 덜 영향을 받는다.

IF로 된 현대 고급렌즈들은 실링이 잘 되어 있고 보디와 신호로 연결 되어 거리나 조리개의 정보를 전자로 공유하므로 렌즈 외부의 조작으로 인한 부품들의 틈새가 거의 차단되어 있다.

렌즈의 안개 현상은 외부 습기의 침입보다 렌즈 외부의 온도와 렌즈 내부 온도 차로 인한 이슬 맺힘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요즘 나의 렌즈들 삼양 렌즈 일색이다. 그래서 수동에 편리한 미러리스가 내 카메라의 주종이다. 삼양렌즈들은 해상력과 화질에서 어느 렌즈 못지않지만 하나같이 무겁고 큰 것이 험이다. 물론 수동이 자동보다 불편한 것도 틀림없다.

며칠 전 내딴엔 큰 돈들여 삼양의 새로운 화제의 주인공 AF 렌즈 35mm f2.8을 30여만 원 좀 넘게 구입했다.



박스를 여니 인조 가죽 같은 것으로 된 까맣고 붉은 지퍼로 장식 된 예쁜 케이스가 나온다.

케이스를 열면 캡과 바렐에 SAMYANG이라는 글씨와 렌즈 앞부분의 AF 35/2.8 FE 글씨 이외 더 이상 아무 글씨도 숫자도 없는 아주 절제 된 외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렌즈가 앉아있다.

검은색 경통은 거리나 조리개의 숫치가 보이지 않고 삼양 렌즈 특유의 붉은 색 띠가 있다. IF 방식의 AF는 외형상 아무 움직임 없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맞춘다.



삼양은 이미 AF 50mm f1.4와 AF 14mm f2.8로 자동 초점 제작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Tiny but Mighty”라는 부제를 붙인 85g이라는 깃털 같은 무게의 이 삼양의 AF 렌즈는 그야말로 Mighty한 실력을 갖고 있다.

최대 개방 f2.8에서도 충분히 고 해상의 화질을 얻을 수 있지만 f4부터 f16 까지는 어떤 몇 배 비싼 렌즈 못지않은 해상력과 선명한 화상을 얻을 수 있는 한 주먹 안의 보석이다.

한 가지 이 렌즈에 아쉬움이 있다면 0.35m로 한정 된 근접 촬영을 한 0.25m 정도로 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단 초점 렌즈만 들고 다니면 처음은 좀 갑갑하지만 그 화각에 익숙해지면 훨씬 보는 눈이 넓어진다. 한 화각을 통한 사진작업은 대상을 좀 더 관찰하게 되고 그 대상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찾아 좀 더 많은 시각을 연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보는 대상이 그 화각에 고정 되어 보게 된다.

전통적 35mm 필름과 풀 프레임 카메라의 35mm 화각은 스냅(snap)과 캔디드(candid)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화각이다.

60년대의 사진기자들은 거의 모든 사건이나 인물 인터뷰 사진들을 35mm 렌즈 하나로 해결했다.



나는 대학시절 Airesflex(75mm 표준의 단 초점 이안렌즈 카메라) 라는 Rolleiflex 모방의 일제 카메라로 당시 한참 캠퍼스를 늘려나가던 대학교 건축사진들을 만들어 냈고 1961년 “동화그라프”잡지에 근무 시에는 Leica III에 Zuiko 40mm 렌즈로 모든 사건 사진을 찍어 냈듯이 깃털 같이 가벼운 이 삼양 35mm f2.8 하나와 미러리스 보디 하나 그리고 가볍고 작은 삼각대 하나로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짜 볼까한다.



 

다만 이 렌즈는 현재 소니 마운트 만 있어 소니가 내 주 카메라가 되는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