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 스터지스(Jock Sturges, 1948-)가 바라본 자연주의자들의 삶
족 스터지스(Jock Sturges, 1948-)가 바라본 자연주의자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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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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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1950년대 이후 동시대 작가들은 대부분 일상을 다루고 특별한 거대담론보다는 사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정형화되고 엄격한 조형규칙을 지키기 보다는 자유로운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사진사 180여 년 동안 사진가들이 다룬 대상을 거칠게 구분하면 인물, 풍경, 정물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인물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주된 표현대상이기도 하지만, 예술사진에서도 많은 사진가들이 관심을 갖고 주목한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누드사진은 1930년대와 40년대 모더니즘사진가들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이들은 회화적인 시선과 미감의 연장선상에서 누드를 다루었다. 엄격한 조형규칙에 입각한 화면구성이 중요했고, 빛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완벽한 프린트로 마무하는 표현방식을 선택했다. 그와는 다르게 동시대 작가들은 시각적인 것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세계관 및 주관적인 미美를 표현했다. 섹스, 섹슈얼리티, 젠더, 페미니즘, 아이덴티티 등과 같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누드들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다.

누드는 오랫동안 시각 예술가들이 관심을 갖고 재현한 표현대상이다. 고대나 중세에는 직접적으로 누드를 재현하지 못하고 신의 신체를 빙자해서 다루었다. 인간의 벗은 몸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음란淫亂 한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근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간의 벗은 몸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다.

 

 

 

 

 

사진가들도 주로 여성의 벗은 몸을 다루었다. 근대 작가들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신체를 재현했고, 곡선미와 같은 성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와는 다르게 동시대 작가들은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신체에 접근한다.

그런데 현대작가이지만 그와 다른 태도로 사진작업을 한 작가가 족 스터지스다.

그도 여성의 벗은 몸을 재현했다. 그런데 모더니즘사진가들의 시각처럼 여성신체의 성적인 측면을 부각시키지도 않았고, 포스트모더니즘작가들과 같이 사회적인 담론을 생산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자연주의자들의 삶을 기록했다. 인위적인 조명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8x10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 흑백필름으로 대상을 재현했다. 인위적으로 자연 빛을 제어하지 않고 부드러운 광선을 선택해서 셔터를 눌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생산한 작가의 작품은 말 그대로 아름답다.

주로 여성들의 벗은 몸을 찍었지만, 성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과 어우러져서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포즈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들과 오랫동안 교류하여 깊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배경으로 인물 한명 한명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인물 한 사람을 찍은 사진도 여러 명을 찍은 사진도 있는데, 마치 옷을 입고서 찍는 것처럼 느껴 질 정도로 편안한 포즈를 취했다. 작가는 음란물을 제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정에 서기도 했지만 무혐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서양사회에서도 누드화와는 다르게 누드사진은 금기시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찍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작가의 작품에서도 간혹 섹슈얼리티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표현의도 때문이 아니라 모델에서 드러나는 묘한 분위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마저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동시대의 다른 작가인 셀리 만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의 작품과는 다르게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미학적으로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1960년대 이후 동시대 작가들은 주제와 표현방식이 제한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그들 중에서 족 스터지는 전통적인 사진제작방식을 선택했지만, 접근방식이 모더니즘사진가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표현대상과 관점에서 변별점이 존재하다. 또 시각적으로 너무나도 아름답다.

흑백사진의 풍부한 계조를 완벽하게 재현하여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마치 풍경사진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유사하다. 이 지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발견 할 수 있다.

근대사진과 현대사진 어느 지점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태도와 미학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최근 20여 년 동안 동시대사진은 현란하고 매끈한 디지털이미지로 넘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이와는 다른 은염사진의 매력을 환기시킨다. 정서적으로 보는 이를 동화되게 하는 연금술적인 마력이 작동한 가장 사진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기록과 표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보는 이의 감성을 현혹한다. 또한 모델, 작품의 배경, 작가의 완벽한 사진기술이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일궈낸 성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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