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솔직하게 그려진 에로티시즘
소녀, 솔직하게 그려진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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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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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바라는 것을 노트에 기입한 적이 있다. 갖고 싶은 것을 시작으로 하고 싶은 것, 미래에 바라는 자신의 모습까지.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마냥 그런 것들을 적으면서 되도록 꼭 이루어지길 희망하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버킷리스트'라고 부른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을 목록으로 작성해서 하나씩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분명 이룰 수 없는 것이 한 두 가지씩 있다. 가령, 자기 자신을 가장 이상적으로 바꾸는 것과 같이 말이다. 물론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운동을 통해 목표로 하는 이상적 이미지를 실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이미지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할 때, 약간의 좌절감을 느낀다.

 

 



20대 나이의 여성사진가 정예진에게도 그런 소망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또는 실현시킬 수 없는 이미지에 대해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그것들을 다른 대상을 통해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꼴라주 작업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정예진 사진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입었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들로 섹슈얼리즘과 판타시즘이 결합되었다. 몽환적이면서 붉은 색이 강렬하게 표현된 그녀의 작품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섹슈얼리즘을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작품들 중에서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표현된 것들도 상당 했는데, 공통적으로 짙은 붉은 색이 가미되어져 있다. 빛으로 물들어져 있거나, 때론 가느다란 실로 얽히고 섥혀있기도 하고, 속박하기도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한 작가들 중에 일본의 유명한 노부요시 아라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분명 다른 코드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미지에 다가서게 한다. 작가 본인도 아라키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과 닮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는 그것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보다 더 자유롭게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앞서 그녀는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입었다'고 했다. 이 말은 그녀 스스로가 자아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말한 것이 아니다. 정예진 사진가는 그 동안 본 기자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여성이고, 가장 소녀다운 감성을 가진 인물이다. 여성들은 청소년기 시절 자신이 바라는 것을 다이어리나 노트에 적어놓거나 잡지들을 모아가면서, 또는 블로그에 캡쳐해서 모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정예진 작가의 작품들은 그러한 마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에게 없는 섹슈얼한 이미지를 이상적인 모델을 빌려 사진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소녀'에 어울리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소녀'라고 해서 통상적인 관점으로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섹슈얼 이미지와는 전혀 연관이 없기에, 앞에서 주장한 바는 어폐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의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녀'는 성장하면서 '여자'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녀'가 무엇이며, '여자'가 무엇일까? 그렇게 규정하는 자체가 '어폐' 그 자체라고 여겨진다.

 

 

 

 

 



물론 대체로 '소녀'를 '어린 여자 아이'로 생각하고 가장 순수한 존재로 여긴다. 나아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녀'는 순수함을 잃어가고 욕망하게 되니,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여자'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소녀'도, '여자'도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남자와 여자 스스로가 욕망하기도 했지 않았는가?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나이가 적든, 많든 욕망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소녀'는 욕망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여긴다. '소녀'라는 단어는 마치 '여성'을 고정적 사고 방식으로 얽어맨 족쇠와 같다고 여겨진다.
정예진 사진가는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품고 있는 욕망에 대해 과감하면서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어떠한 가식도 없이, 자신이 느끼고, 위험해 보이지만 인간으로서 가지는 원초적인 본능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를 탓할 수 없지만, 가지길 희망하는 것은 자유이고, 그런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 나는 단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나 자신이 보여지길 희망하는 아우라, '섹시함'을 주제로 선택한 것이다"고 당당히 소신을 밝혔다. 또한 그녀는 '예술'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누구나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 예술도 그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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