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최경신 2인전 모자(母子)산책 review
황종환, 최경신 2인전 모자(母子)산책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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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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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끝나간다는 생각을 그다지 한 적이 없었지만, 스스로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덧 쌀쌀한 날씨에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한다.

이런 날에 의미있는 전시회는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아들의 콜라보 전시가 열린 것이다.



전시소개글을 통해 어머니와 아들은 이렇게 밝혔다.

" 엄마는 그림을 그리십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때 부터 엄마의 그림을 보아왔습니다.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든

낡은 가방에 덫 입힌 그림이든

액자를 때어내고 남은 흔적에 그렸던 그림이든,

크건 작건 엄마가 만들어낸 직선과 곡선의 조합을 보며 자랐습니다.

 

엄마의 오랜 습작들은

참 멋지고 근사했습니다.

다만, 세상에 보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마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내온 세월이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버린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사진을 합니다.

동시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넥타이 부대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사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놓지 않았습니다.

3년즈음 될 무렵 사진을 모아 종이에 출력해 보니

사진에 엄마의 그림이 보이더랍니다.

 

엄마가 주로 담아내던 동산의 능선

펜으로 그리는 명암의 강약

시선을 잡던 행인,

 

저의 사진이지만

동시에 엄마 그림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서로 닮은 그림이자 사진입니다.

 

엄마와 저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다른 장면을 담았습니다.

저는 출퇴근길에 걸었던 동네의 공원,

엄마는 한적한 오후의 공원,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껏 엄마로서 살아오며

스스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그림과

여러분 앞에 조심스레 꺼냅니다."

황종환(子)

 

그리곤 어머니와 아들은 각자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

동네를 거닐다 보면 추억이 떠오를 때가 많아.

네 외할머니가 아껴 주었던 교통비 20원을 안쓰고 모아

라면땅으로 사먹고 20리 거리를 걸으며 다녔어.

이북에서 피난온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애환을 보며 걷기도 하고

노을 녘, 스산한 산길이 무서워 뛰어다니기도 하고

언덕에 올라가 노래 부르며 내 동네, 옆 동네 보며 걸었던

추억이 떠올라.

누가 그러더라,

인생의 의문점은 자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데.

자연과 같이 보냈던 옛 추억이

엄마가 살면서 품는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주는 것 같아.

그림은 그 과정을 담는 것 같아."

채경신(母)

 


 

출근 하기전 하루라도 녹음(綠陰)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모인 직장에서 상대방 기준으로

맞추어 지내려 노력하다 보면 정작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업무 중 얻어진 몇 감정과 잔상이 남아

계속 스스로를 쉴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침에 걷기로 했습니다.

교회에서 아침 기도를 하고 공원을 거닐며 묵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가 뜨거나 흐리거나 비가오가나 눈이 와도 계속

아침마다 걸었습니다.

 

간결한 공원, 아침의 조용함, 찬 공기, 언덕의 능선

그렇게 공원에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선의 나열을 따라가게 되고

그 형태가 단순하게 보여질 수 록

상황과 생각을 재나열하게 됩니다.

비로소

복잡하게 만든 것은  제 자신 스스로 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황종환(子)

 



그동안 많은 전시를 둘러보던 중에 가장 의미가 있는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솔직히 이런 콜라보 전시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지만,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가 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것도, 흔한 일 역시 아니다.

무언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예술행동양식이라고 여겨진다. 그 이유는 요즘 세간에 들려오는 소식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천륜을 어기는 사연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한 공간 속에서 오랜 시간 같이 있어왔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모를 만큼 평행된 생활양식을 살아왔다. 이유야 역시 제각각이겠지만, 본 기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인에게는 공부와 친구관계, 학교생활 이외의 가족이라는 것은 단지 숙식을 해결하는 거주처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관계개선에 힘썼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서로간의 이해를 위한 어떠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모자(母子) 두 작가는 서로를 배려해주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그림과 사진은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보는 시각도 다르고,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한 공간 안에 전시된 두 장르의 작품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밀어주는 좋은 밸런스를 보인다.

가장 이상적인 조화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전시를 보고나니 마치 한 가정집을 방문하고 나온 기분 같다고 할까...

어머니와 아들의 전시는 마치 한 가정의 일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의 작품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장르이며, 접근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이는

곧 부모와 자식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데, 부모와 자식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임을 말이다.

흔히 보면 자식이 부모만큼 못하면 혼나는 일이 있는데, 사실 부부사이도 다른데, 자식 역시 다른 재능, 다른 성격, 다른 관심사를 가지기 마련이다. 비슷하다고 해서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같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로 인한 트러블이 발생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번 전시에서의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고는 이것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임을 생각케 했다.

이 전시는 그렇기에 의미있는 전시이다.

 

"예술은 '기교'보다 '감동'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잠시 잊었던 지난 날을 뉘우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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