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일상의 기억
사진과 일상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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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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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일상의 기억

 


사진은 기억, 역사, 증거, 자료 등과 관련 있는 매체다. 서양인들이 19세기에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진술을 발명 한 것은 기록을 위한 수단 혹은 회화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 그 결과 사진이 세상에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아 초상사진을 찍는 것이 유럽과 미국의 부르주아 계층과 대중들 사이에 유행하여 ‘사진관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미지의 세계로 통상 通商 이나 탐험 探險을 하기 위해서 여행을 갈 때 필수적으로 카메라를 챙겼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겼다.

그러한 행위의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가 병인양요나 신미양요 때 프랑스인과 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찍어서 전해지고 있는 사진자료들이다.

개항 후에도 서양인들은 우리나라의 풍경, 사람들의 패션, 가옥, 인물 등을 기록했다. 이러한 사진들은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와 통상하고 좀 더 나아가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식민지화 정책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찍은 것이다.

이때 그들이 찍은 사진에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 가난하고 무지한 동양인의 모습으로 재현하거나 순박한 황색인종이라는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기록했다. 또 여성들을 찍은 사진에서는 성적대상으로 바라본 태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그들은 평범한 평민여성도 찍었지만 기녀들도 찍었는데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정한 시각을 바탕으로 연출하여 찍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의식의 밑바닥에는 서양남성으로서 동양여인을 바라보는 성적인 호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서양인들의 카메라에 노출된 결과물에는 그들이 미지의 세계 혹은 제3세계를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이 깔려있다.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예술사진은 아마추어사진가들에 의해서 시도되었다. 그들은 일상의 평범한 풍경이나 사건 혹은 주변 사람들의 인물사진을 자유로운 시각으로 기록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자끄 앙리 라르띠끄(Jacques Henri Lartigue, 1984∼1986)의 기록사진이나 영국의 쥴리아 마가렛트 카메론(Juila M. Cameron)이 인물사진이다.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은 포토저널리스트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역사적인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현장 사진을 찍거나 유명 인사들의 인물사진을 찍었다. 아니면 초상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을 차려서 고객이 원하는 인물사진을 주문에 의해서 찍었다. 그와는 다르게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자유롭게 일상과 주변의 인물을 찍었다. 이와 같은 아마추어사진가들의 사진행위는 동시대 아마추어사진가들의 사진 찍기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2000년대부터 디지털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사진은 더욱 더 대중화되어 사진 찍기는 일상화 됐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진문화가 형성되어 전업 작가들과는 다른 층위에서 사진행위가 확대되어 계속해서 문화적인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양에서 작가적인 의식을 갖고 예술사진을 찍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다. 그들이 유럽에서는 알버트 렝거파취와 같은 뉴 비전 작가들이고, 미국에서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그의 영향을 폴 스트랜드, 에드워드웨스턴, 안셀 애덤스, 마이너 화이트 같은 작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사진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아마추어사진가들에 의해서 시작됐다. 일부 사진가들은 직업적으로 사진관을 운영하거나 사진기자로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예술사진을 한 이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였다. 또 사진행위를 금전적으로 교환하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 활동으로 승화하는 것을 지향하는 금욕주의적인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화는 미국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삶에서도 발견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동료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 Eduard Jean Steichen)이 패션사진과 같은 상업사진에 종사하자 순수하지 못함을 비난하면서 결별하기도 했다.

미국의 모더니즘 사진가 중에서 자신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한 예술 사진가는 안셀 애덤스나 에드워드 웨스턴 그리고 그의 아들인 브렛 웨스턴(Brett Weston)같은 작가들이다. 그 중에서 브렛 웨스턴은 80세 생일 때 각 작품마다 1장의 인화물만 남기고 불태워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과는 많이 다른 작가적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엿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사진이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세기 사진도 거래되고 있지만 컨텐포러리(contemporary) 작품들도 일부 작가들에 한해서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예술로서의 사진과 관계없이 동시대 사회에서는 사진은 일상에서 다양한 행태도 제작되어 여러 형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예전에는 대중들도 기념비적인 시건만 사진으로 기록해서 남기고 기억했지만, 21세기 현재 대중들은 사소한 일상을 수시로 끊임없이 기록해서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이중에는 생성과 동시에 사라지는 사진이미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과거 아날로그 사진시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사진이 제작되고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쉽게 생산되는 만큼 쉽게 사라지고 있다. 또 인화하지 않고 이미지로만 보관되고 유통되는 사진이미지가 대다수다. 그리고 이제 대중적으로는 사진의 대명사는 디지털사진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사진이라고 지칭되는 것은 아날로그 형태의 사진 이였고, 디지털사진은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이라는 단어로 보편적으로 지칭되는 대상은 디지털카메라로 생성된 디지털이미지다. 대중들은 인화물에 한해서 사진으로 인식하지 않고 소형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액정화면으로 보면서 사진으로 인식하고 즐기고 있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보편화된 사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자 문화다.

사진은 이제 일상을 유희하고 기억하기 위한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생성되고 소멸되고 있는 수많은 사진이미지 중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각 아카이브가 될 만한 이미지도 있고, 개인의 소중한 추억이 될 만한 기록물도 있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서 사회와 국가의 역사가 되고 한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생성되고 있는 사진이미지를 바라본다면 또 다른 층위에서 다양한 담론이 생산 될 것이다. 이제 사진은 일상이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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