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공예 명장 홍연화 인터뷰
지승공예 명장 홍연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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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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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공예 명장 홍연화 인터뷰
글/사진 정동주 기자     jdj3300@naver.com

 

엄지와 검지로 좁고 길게 자른 종이를 꼬아 노끈을 만든다. 여러 노끈 다발을 엮어 길고 긴 시간 끝에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

지승공예는 종이가 흔치 않던 시절 종이를 엮어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썼던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전통공예이다.

한겹 한겹 쌓은 견고함이 돋보이는 고전의 미, 여기 32년간 전통공예를 해온 홍연화 작가를 만나 보자.

Q) 지승공예가 무엇인가요?


종이 지(紙)의 이을 승(繩)자로 종이를 잇는다는 뜻입니다. 순우리말로는 노엮개라고 합니다. 종이를 엮는다는 의미예요.

예전에 한지가 귀한 시절 책을 다 읽고 버리기 아까우니까 그것을 길게 잘라서 종이를 꼬고, 기물을 엮어서 옻칠한 뒤에 실생활에 사용했었어요.

세숫대야, 함지박, 가마 요강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가마 요강 같은 경우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멀리 시집을 갈 때, 볼 일을 해결하기 위해 종이로 요강을 짜서 만든 것입니다.

종이로 요강을 짠 뒤 쌀을 가마 속에 넣어주면, 소리도 나지 않고 가벼워서 신부가 시집가는 가마 속에 넣어줬다고 합니다.

그것이 몇 년 전 <진품명품>에 나와 고가의 평가를 받아 화제 된 적이 있었죠.

이렇게 지승공예는 1500년 이상 된 뿌리 깊은 한국의 전통공예로 그 유물들이 국립민속박물관에 가시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산업화 되면서 이런 공예작업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서 문화유산을 저희가 지킨다는 것에 의미가 있죠.

현재 지승공예는 조형미를 가미해 장식 등으로 사용 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소박하지만 깊은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자르는 일부터 한땀 한땀 손끝으로 엮는 작업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이 깃들었을까?

Q) 지승공예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한지를 오래 했습니다. 한 30년 되었어요. 한지로 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그때부터 지승공예를 알게 되었죠.

친정아버지가 솜씨가 좋으신데 어린 시절, 집에서 농사하실 때 이런 것들을 만드셨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도 이걸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한지를 집은 지는 32년째입니다. 지승공예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지는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승공예는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명맥을 이어오는 자가 많지 않다.

꾸준히 하나의 일로 30여 년간 해왔다는 홍씨, 그의 존재가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Q) 한국문화예술 명인이라고 하시던데요?


네, 한국문화예술 명인이자 작년에 성남시에서 공예명장으로 지정받았습니다.

성남시 공예명장은 작년에 생겨서 1년에 한 번씩 뽑는다고 해요.

전통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2016년도 1명에게 주는 상이에요.

그중에 1호로 공예명장이 지정되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 명인은 한국예총에서 2013년도에 지정받았습니다.



성남시 공예명장은 목․칠공예, 도자공예, 금속공예, 섬유공예, 종이공예 등 각계각층의 종목을 선정하여 20년 이상 공예산업 분야에 직접 종사한자로서 ‘공예 관련 전문성 보유 정도’, ‘입상 및 문화발전 공헌’, ‘예산업 발전 및 지역사회 기여도’ 등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춘 자를 선정한다. 그 결과 ‘성남시 공예산업 활성화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의거 홍씨가 ‘성남시 공예명장 1호’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Q) 지승공예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시면서 후회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저는 직업인으로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억지로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면 굉장히 힘들고 고단하지 않겠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로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것 같아요.

처음에 할 때는 외롭고 힘든 길이였어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없고 그랬는데, 점차 물 위에 떠 오르듯이 지승공예가 점점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승공예는 무형문화재로 전라도에서 지정했고 충청도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각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멀리서 지승공예를 배우러 파주, 인천, 양평과 같은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해서 이런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성남문화원에서 현재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리고 저의 제자들은 성남시 사랑방문화 클럽의 한지공예 ’오방지’나 지승보존 연구회인 ’경록회’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승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홍씨의 입소문이 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먼 곳에서도 마다치 않고 찾아오고 있다.

그녀의 오랜 작품활동은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를 통해 빛을 발하였다.

Q) 임권택감독과의 인연이 있으시던데요.

2011년도에 임권택 감독님과 작품을 한 적 있습니다. ‘달빛 길어 올리기’라고 한지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있어요.

한지를 뜰 때 기온이나 온도가 중요한데 달빛이 가장 하늘 중앙에 떴을 때 한지를 뜨기 좋은 순간이에요.

그래서 ‘달빛 길어 올리기’라는 제목이 된 것 같아요.

그때 영화 제작 시에 들어간 소품이 제 작품이에요. 그때 인연으로 감독님이 전시회도 찾아주세요.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기다림의 멋, 지승공예.

꾸준히 한길만을 걸어온 홍씨를 보며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지승공예와 같은 깊은 멋이 느껴졌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승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홍연화 명장의 진가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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