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사진읽기
세계명작사진읽기
  • 포토저널
  • 승인 2017.12.29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명작사진읽기-62

 


프란스체스카 우드만(Francesca Woodman, 1958~1981)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예술이 현재와 같은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한지 것은 대략 2세기 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예술가의 자율적인 표현의지의 산물이 아니었다. 군주, 성직자, 귀족 등과 같은 지배계층의 주문에 의해서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생산자의 정신세계가 투영된 결과물이 아니었다. 그 이후 예술가가 자신들의 미적인 주관 및 세계관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반영했다.

 

 

 

 

그러므로 특정한 예술가가 생산한 결과물을 보는 이들은 그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느끼고 짐작 할 수 있다. 회화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이의 의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되므로 생산자의 내면적인 영역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우연히 개입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명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현대미술로서 수용되고 있는 사진도 도구예술이지만 작가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을 찍는 행위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므로 그 과정에서 사진가의 의지가 개입되어 작가의 정신세계가 투영되어 표출된다. 특히 저널리즘사진이나 광고사진과 같은 특정한 사실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예술사진은 사진가의 정신적인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대사진의 대명사인 다큐멘터리사진은 사실주의적인 재현과 객관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보편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그와는 다르게 예술사진은 사진가의 독특한 사유세계와 개성적인 미감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정신세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술로서의 사진이 기존의 예술제도에서 지리매김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상당수가 개별 작가들의 특별한 정신세계를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자화상 self-portrait’ 작품은 대부분 작가의 정체성이나 내면적인 갈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화상 작업을 주로 하는 사진가들은 나르시시즘이 강한 경우가 많다.

 

 

 

 

또한 결과물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성향이 드러나고 내면적인 갈등이 느껴진다. 작가 자신의 정체성, 관심사, 욕망 등이 이미지를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의 정신세계를 파악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사진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자화상’이다.

 

 

그는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서 드러냈다. 또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자신의 삶과 성적인 관심사를 암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프란체스카 우드만도 자신의 정신세계가 투영된 것 같은 ‘자화상’ 사진작업을 했다.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고 암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작가는 특정한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행동 하나 하나가 자학적이다. 높은 곳에서 매달리거나 자신의 가슴을 손톱으로 꼬집기도 한다. 또 벽난로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도 한다. 그리고 어두운 방안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셔터속도가 느려서 결과물이 유령이미지처럼 느껴지는 결과물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에 자학적인 행위를 끊임없이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는데 벗은 몸으로 특별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찍었다.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이하고 이성적인 사고로는 이해 할 수 없는 행위의 반복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슬픔과 내면적인 상처가 느껴진다.

 

 

작가는 부모가 모두 예술가인데, 10대부터 이러한 사진작업을 했다. 그런데 23세 때 자살을 한다. 무엇이 작가를 스스로를 괴롭히게 하고 자살에 이르기까지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은 사진사적으로 독특한 의미를 남겼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사진은 과도기적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1970년대 후반엔 20세기 전반부를 차지한 모더니즘사진이 마무리되고,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사진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전통적인 사진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 새로운 경향의 사진이 휘몰아친다. 이러한 시기에 작가는 직관적으로 사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을 남겼다. 흑백사진을 표현매체로 선택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결과물을 남긴 것이다. 또한 삶 자체가 예술로서 승화된 결과물이다.

 

 

서양사회는 1960년대에 큰 문화적인 변동을 겪게 된다. 젊은 세대들이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부정하고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려고 한 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기독교, 자본주의, 남성 중심적인 사회 등 기존의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이러한 문화적인 변동의 연장선상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예술의 변화도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환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은 역사로서 부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