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사진과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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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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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테크놀로지
 

사진은 카메라camera라는 도구가 특정한 현실을 재현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술이 발명된 19세기 초반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후로 지식인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명해서 특허를 출원하려고하는 시대였다. 당시에 사진술 연구에 몰두한 니에프스, 다게르, 탈보트, 바야르 등도 특허를 통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한 이들이었다.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도 빠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한 시기였다.
 

또 상공업으로 부를 축척한 새로운 지배계층인 브루조아들이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그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거에 왕이나 귀족들이 누렸던 권력, 명예 등을 과시하고 누리고자 했다. 또 일반대중들도 질병으로 일찍 사망하거나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가족들이 많았기 때문에 초상으로 남겨서 기억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기에 사진술이 발명되어 초상사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사진관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번성하여 부를 누리는 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펠릭스 나다르(Nadar, 1820 ~1910)이다. 그는 초상사진이 상업적으로 급증하던 1880년대 중기에 초상사진의 예술성을 최고조로 보여 주었던 인물이다. 자신의 초상사진에 예술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인화지 표면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초기 초상사진은 낮은 감광도 때문에 촬영시간이 많이 소용되었고 렌즈의 해상력도 떨어졌기 때문에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회화에 비해서 훨씬 사실적이었고 기술이 빠르게 진보했기 때문에 초상사진은 짧은 시간에 대중화되었다.

 

특히 1890년대에는 코닥에서 간편하게 사용 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름이 장착된 채로 판매되었기 때문에 사진 찍기의 대중화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건판필름의 개발은 사진촬영 과정에서의 여러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었기 때문에 사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예술을 지향하는 헨리 피치 로빈슨 (Henry Peach Robinson. 1830 ~ 1901)과 같은 예술 사진가들은 오히려 비 은염 프린트나 합성사진과 같은 수공예적인 사진제작방식을 선택하여 아마추어 사진가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21세기 현재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인하여 사진촬영이 삶의 일부분이 된 동시대문화를 연상시킨다.

 

사진은 서양사회가 합리주의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과학, 기술과 산업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근대화시대의 사회문화적인 소산물이다. 모더니즘 시대를 상징하는 매체 중에 하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19세기 초반에 발명된 이후 빠르게 진화되어 1890년대에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사진은 기본적인 제작방식과 개념에 큰 변화가 없었다. 1920년대에 소형카메라가 개발되고 렌즈의 해상력이 점점 더 높아졌지만 전체적으로는 20세기 후반까지 10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코닥이 디지털기술을 이용하여 수치영상 즉 디지털사진을 연구하여 보급하면서 사진은 제작방식, 존대형태, 미학 등이 근원적으로 변화됐다.

 

카메라의 형태는 과거와 큰 차이는 없지만 필름이 필요 없게 되었고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이 필요 없게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현상 과정이 없어도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이미지를 현장에서 즉시 확인 할 수 있다. 이미지를 보정하는 과정과 인화를 하는 과정은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암실에서 이미지를 재현하지 않는다. 모든 후처리과정이 암실暗室이 아닌 명실明室에서 이루어진다. 필름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전통적인 은염인화지도 대부분 생산이 중단되었다.

디지털사진은 수치화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이 제작된다. 물질적인 결과물은 최종 인물화물에서만 존재한다. 그런데 디지털이미지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저장장치가 충격을 받으면 이미지가 손상 받아서 사라 질 수도 잇다. 또 이미지의 삭제가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다르게 많은 이미지가 인화과정이 생략된 채로 생성과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또 이미지의 가공도 디지털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너무나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사진과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특히 카메라 없이도 디지털프로그램에서 현실과 똑같은 대상을 재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물 자체의 의미도 많은 차이점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디지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디지털출력 방식이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서 보편화되고 있다. 그래서 최종 결과물의 존재방식과 외형 그 자체만으로는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미학이 아닌 기술에 의해서도 장르간의 융합과 해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을 비롯한 도구예술은 기술의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것에 따라서 미학과 기본적인 개념이 변화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시대의 시각예술은 새로운 제작방과 존재형태로 인하여 새로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미래를 예측 할 수 없는 매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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