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루프(Thomas Ruff, 1958~ )의 개념적 표상
토마스 루프(Thomas Ruff, 1958~ )의 개념적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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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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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루프(Thomas Ruff, 1958~ )의 개념적 표상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19세기 초중반에 세상에 알려진 사진술Photography은 신의 창조물인 세상/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려고한 화가들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래서 발명초기에는 현실을 재현하고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하지만 예술지향적인 일부 화가출신의 사진가들에 의해서 예술의 반열에 올려졌다. 그런데 19세기 당시엔 사진이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많은 걸림돌을 극복해야 했다.
 

Nudes lac15, 2000
Laserchrome and diasec
59 x 43 1/4in
150 x 110cm
Edition 1/5
 

 


우선 카메라camera라는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생산하는 도구예술이라는 매체적인 특성도 걸림돌이었고,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사진이 예술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초기 예술 사진가들은 작품의 내용, 작품의 표면, 미학적인 지향점 등에서 화화의 그것을 수용했다. 하지만 19010년대부터는 독자적인 미학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기계적인 기록성 및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사진이 1950년대까지는 사진의 대명사였고 주류적인 경향이었다.

1960년대에는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하였고 1970년대 후반엔 미술대학출신의 여성작가들이 자신들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기반으로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사용하면서부터 동시대미술에서 중요한 표현매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까지는 세계사진의 흐름을 미국이 주도하였는데, 1980년대 후반에 동구권이 몰락하고 독일이 통일하면서 정치적인 상황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지형도 많이 변모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이 주도한 세계미술의 흐름에서 탈피하였고 사진도 그에 영향을 받아서 유럽사진이 중요한 위치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독일사진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형학적인 사진이 부각되면서 베허스쿨출신의 사진가들이 집단적으로 세계사진의 경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 사진가들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베허부부로부터 사진을 배웠고, 게르하르트 리히터로부터 회화를 배웠다. 그러한 영향으로 인하여 스승인 베허부부와는 다르게 컬러를 표현매체로 사용하여 유사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적인 대상 및 표현방식, 독특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작업등으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독일사진의 전통은 20세기 초반의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 알베르트 렝거파취로부터 계승되었다. 이들 사진가들의 태도 및 표현방식을 베허부부가 수용하여 독일현대사진의 특정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또한 베허부부와 게르하르트 리히터로부터 사진과 회화를 배운 베허학파 사진가들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동시대사진의 경향에 큰 영향을 끼치며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그들 중에 한사람인 토마스 루프는 개성적인 콘셉트와 표현대상을 기반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전통적인 인물사진기법을 계승하는가 하면 천문대에서 별을 찍은 천문사진을 수집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또 인터넷선상에 떠도는 포르노이미지를 재구성해서 시각화한 작업도 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찍어서 작업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집한 이미지를 프린트한 작업도 있는데 다분히 개념적이고 뒤샹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인 사진미학을 계승해서 작업한 결과물도 발표했지만,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아방가르드예술의 표현방식 및 콘셉트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허부부와 리히터의 영향력이 어우러진 작업세계를 구축한 것 같이 느껴진다. 또한 디지털테크놀로지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50 여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동시대적인미술과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사진과 디지털테크놀로지가 효과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무한대로 표현영역이 확장되었고 동시대미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와 같은 변모에 루프의 작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 1세기 전부터 회화, 조각등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설치 등도 매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여러 표현매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데, 루프의 작업도 동시대미술의 이와 같은 경향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그와 더불어서 시대와 조우하는 생산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진 발명이후 시각예술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영향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표현방식 및 미학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루프의 작업도 이와 같은 미술의 지형 속에서 개념 및 미학이 거듭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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