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박사’ 건강 칼럼 16_] “참을 수 없는 서핑의 유혹”
[‘턱박사’ 건강 칼럼 16_] “참을 수 없는 서핑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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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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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똑 같은 데를 다쳤는데 임플란트가 앞으로 들리고, 옆의 이가 빠졌어요!!!”>

어느 날 오후 진료가 끝 날 즈음 데스크로 급박한 전화가 왔다.

“좀 전에 운동을 심하게 하다 다쳤는데, 얼마 전 해 넣은 임플란트 치아가 앞으로 들리고 그때 함께 신경 치료한 옆 치아들도 빠졌어요!!! 그래서 지금 치과로 가고 있습니다.” 전화를 받은 우리 직원이 “조금 있다가 저희 진료시간이 끝나 문 닫아야 하는데, 몇 시까지 오실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자, “우선 제가 지금 급하니까 그냥 갈께요.”하고 전화가 끊어졌단다.

 

원래 직업이 간호사이며 S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이 남자 환자는 작년 11월 방배동 SR치과에서 의뢰되었던 젊은 분이다. 그때도 서핑보드에 부딪쳐서 위 쪽 앞니 부위에 외상을 입어서 탈구되어 정출된 세 개 치아는 신경치료와 보철 치료로 살렸고, 치아 주위 뼈와 잇몸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치조골을 광범위한 뼈이식과 잇몸이식을 동반하여 회복시킨 후 임플란트를 심어 감쪽같이 치아를 만들어 준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다행히 우리 팀원들이 퇴근을 안하고 모두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오늘도 쉴 틈 없이 환자를 봐서 모두 힘이 들텐데, 다른 약속도 모두 취소하거나, 또는 남편 저녁 차려주러 귀가도 안한 채 기다려주는 직원들이 고마웠다. 속으로 한 명이라도 남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는데...

 

환자가 도착하였다.

환자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고, 약간은 횡설수설하며, 정신이 약간 빠진 것 같다. 술을 마신 것 같은데, 본인은 절대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폭염 경보가 내린 정도로 더운 상태에서 앞니를, 그것도 똑같은 부위를 다쳤다가 몇 개월이나 걸려 겨우 치아를 잘 만들어 넣었는데, 두 달도 안 되어 더욱 나쁜 상태로 다쳤으니.... 하여튼 환자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임상사진과 방사선사진을 찍고 드레이핑을 한 후 입 안을 살펴보았다. 아뿔사, 임플란트 측절치 주변 치조골이 부러져서 거의 90도 가까이 무슨 심한 기형 뻐덩니처럼 들려 있다. 그 옆의 중절치는 빠진 상태로 입 안에 물고 왔는데 치근의 가운데 부위가 파절되었고, 특히 앞 쪽의 주변 치조골 벽은 모두 복합골절이 된 상태이다. 입안에 물고 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뿌리 주위의 골 벽들이 으스러진 상태라 도저히 빠진 치아를 재식(replantation)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뼈가 남은 곳은 부러진 뿌리 부분이 있는 곳 뿐인데, 그나마 남은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대야 한다. 임플란트는 그렇게 주위 뼈채로 변위 되었는데도 동요도가 별로 없었다. 통상 제거해야 하지만 아까워서 일단 원래 위치로 정복시킨 후 서너 달 추적 관찰을 해보고 도저히 다시 골유착될 가능성이 없으면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황을 잘 설명하며 환자의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료계획에 대해 동의를 받은 후, 정맥하 진정 마취(소위 수면마취)를 시행하였다. 환자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혈압과 맥박도 좀 더 낮아지며 진정상태가 되었다. 상처를 열고 보니 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하여튼 처음 생각대로 잔근 제거 후 임플란트를 인접치에 고정시킨 후, 골 결손부가 워낙 컸으므로 상당히 많은 양의 골이식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금속궁(arch bar)을 이용해 앞쪽 치아들을 고정하려 했으나,먼저번 다쳤을 때 처음 방문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금속으로 고정을 했었는데보기도 안좋은데다 입술도 너무 아팠었다며 환자가 극구 거부했으므로, 이삼 일 후 앞니 돌출증 수술 후 사용하는 치아 고정장치를 제작하기 위해 상, 하악 인상(IMPRESSION :뽄)을 뜨고 수술을 종료하였다.

사람들이 앞니를 한번 다치고 나면 그 기억으로 인해 비슷한 운동을 할 때 극히 조심하거나, 대개는 아예 피한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좀 다른 것 같다. 어찌 보면 부주의, 오기, 혹은 위험 불감증이라고도 불 수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부러웠다. 한번 다치고도 또 다시 반복하여 도전하는 ‘불굴의 자세’라고나할까.어찌보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용기가 부족하고 겁만 많은 것은 아닌지...... 하여튼 비록 치료 기간은 첫 번 째 보다도 더 오래 걸렸지만 처음 계획한대로 이 환자의 치료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청년이 나중에도 전혀 기죽지 말고 사회를 꿋꿋이 살아가 주기를 바란다.

(글/ 서초이엔이치과 원장 치의학박사 임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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