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명일 색과 면으로 보여주는 풍경화
작가 한명일 색과 면으로 보여주는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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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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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다져온 감각
<바다 섬, 호수 산 展>은 한명일의 독특한 색채 언어로 그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전시다. 그가 만난 거제의 풍경, 통영의 섬과 내륙의 대청호와 충주호, 제주까지 전시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의 바다와 섬, 호수와 산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해 냈다. 그가 그린 풍경은 함축된 형체와 색채가 단순한 듯 보인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시선이 머문 거제도는 따뜻하면 서도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다. 그가 자연을 그려내기 위해 까다롭게 선정한 색들은 묘한 대비 속에 조화를 이뤄 사진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작품은 디지털 프린팅 판화이다. 컴퓨터는 그가 선택한 작업 방식이다. 화가는 캔버스에 붓으로, 그는 컴퓨터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계의 힘을 빌릴 뿐,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얻기 위해 색을 조정하며 반복되는 프린팅 작업을 거치며 작품을 완성해 낸다. 한명일은 분명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판화를 회화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앞에 그는 매우 당당하다.


한명일은 디자이너다. 그의 작품들이 매우 단순한 구도지만 안정적인 느낌과 독특한 색감과 스타일을 보이는 것은 그가 40년 내공을 지닌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제일모직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 제일기획과 신라호텔, 바른손 수석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베이컴> 대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5년 전부터 일상의 사소한 모습으로 묻혀있던 풍경 일부를 가져와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색채에 대한 그의 감각은 본능적이다. 그는 자연의 운동감을, 시간의 흐름을 선이 아니라 색채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 색채는 일종의 패턴이 되어 캔버스에 뿌려지고 반복되며 확장된다. 풍경이 색채의 운동으로 단순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감성과 관찰로 사소하게 묻혀 있던 자연 풍경을 우아한 색채의 반복적 운동으로 표현해 내는 건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 달 두 달 심지어 몇 개월씩 대작을 그리는 회화작가에 비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적은 시간이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적은 시간에 완성된 그림이라고 해서 완성도가 없는 그림이 아니다. 그는 40년 동안 다져온 내공으로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작품을 창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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