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 알려지지 않았던 최재형 독립운동가의 위대한 이야기
창작 뮤지컬 - 알려지지 않았던 최재형 독립운동가의 위대한 이야기
  • 박미애 취재국장
  • 승인 2019.03.15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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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페치카>
알려지지 않은 최재형 독립운동가를 뮤지컬로 불러내는 무모한 도전

 


창작 뮤지컬 <페치카>를 준비하기 전까지

우리도 그를 알지 못했다

그를 알면서부터 우리는

그가 꿈꾸었던 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그를 꼭 불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듀오아임 주세페 김, 구미꼬 김

 

 

2017년 11월 ‘용산아트홀’에서 3회 공연으로 2,100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특한 창작 뮤지컬의 쇼케이스가 있었다. <페치카 쇼 케이스>다. ‘K문화독립군 랑코리아’라는 전문예술단체가 제작 및 기획을 맡았다. 1998년 이태리에서 결성된 크로스오버 팝페라그룹 듀오아임에서 시작하여 20여년간 인문적 음악활동을 해온 곳으로 뮤지컬 제작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안중근의 배후, 시베리아의 거인이라 불리는 최재형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알리고 싶다.”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 이 도전은 제대로 된 홍보도 투자도 없이 2017년에 이어 2018년 7월 연극계의 거장인 배우 김성녀씨가 특별출연까지 하며 ‘여의도 KBS 홀’에서 2회 공연(약3,100명) 개최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낸다. 이 배경에는 이 창작 뮤지컬의 제작기를 응원하는 수많은 'K문화독립군‘들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이 공연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무료관람이 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동시에 각각이 적극적으로 홍보와 유치에 힘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창작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페치카>는 러시아식 난로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러시아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페치카 최재형은 누구인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은 노비 아버지와 기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생을 노비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당당하게 극복했다.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다. 지독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열한 살에 집을 나왔다. 러시아 상선을 탄 그는 선장의 배려로 6년간 두 번의 세계일주를 한다. 말이 세계일주지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고단한 노동이었다. 그래도 그 덕에 세계의 견문을 익히고 근대 교육을 받았다. 각고의 고생 끝에 군수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오늘날의 군수 격인 도헌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배부르고 등 따스한 인생을 아낌없이 버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한인 마을마다 서른 개가 넘는 학교를 세우고 장학금을 주었다.

 

당시 한인들을 보호해주는 따뜻한 난로라는 뜻에서 그는 '최 페치카'라고 불렸다. 그의 인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애칭이다.

 

조국의 운명이 기울어진 뒤에는 독립운동, 특히 무장투쟁의 정신적 지주이자 자금원으로 활약했다. 의병활동을 지원하고 신문을 만들어 일제를 규탄했다. 임시정부 수립에도 재산을 쏟아 부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1909년)도 선생의 역할이 컸다.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볼셰비키 혁명(1917년) 이후 인민재판 대상자가 되어 쫓기다가 4월 참변(1920년) 때 가족을 위해 투항한 후 이송 도중 탈출하다가 순국했다. 안타깝게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재가 아닌 감동으로서의 역사

 

창작 공연이란 늘 위험부담이 크다. 더욱이 비영리 공연은 더더욱 그렇다. 악단 기반의, 게다가 인문학 팝페라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의 공연을 주로 하던 사람들이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진통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무모한 일인 것을 알고 시작하자 다짐했지만 늘 그보다 몇 단계 더 힘든 과정이었네요.”

총감독을 맡은 주세페 김, 대본과 노래시를 쓴 이상백 시인, 그리고 권오경 연출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그들은 이 무모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소재가 아닌 감동으로서의 역사를 그리자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생애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그들은 직접 그 발자취를 찾아 러시아로 떠났다.

2018년 4월 5일, 그들은 러시아 ‘4월 참변 98주기 추모제’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수리스크 ‘고려인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최재형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다는 집과 거기서 불과 3분 거리 초등학교건물 2층이다. 1919년 3월 17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전로한족중앙총회’가 ‘대한국민의회’의 토대를 마련한 곳이다. 바로 이 대한국민의회가 100년 전 3개의 임시정부 중 가장 먼저 탄생한 임시정부다.

 

4월 참변 추도비에서 묵념을 올리고, 순국 후 아직까지 그의 무덤의 소재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동행인 중에서 최재형 무덤으로 추정된다는 곳을 안다는 이를 따라 바람 부는 언덕을 함께 헤매며 한참동안 그들은 그곳에 서 있었다고 했다.

 

4월 참변은 1920년 4월 5일 일본이 연해주에서 무고한 러시아인들과 한인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사건이다. 특히 최재형 및 독립운동가와 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여기에 이제 왔는데, 이 땅에 고려인들은 잊지 않고 98번 째 추모제를 지내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이 그들에게 <페치카 갈라 쇼>를 꼭 해야겠다는 더 강렬한 힘으로 작용했다고 이야기 했다.

부끄럽지 않은 후손으로서 역사를 마주하기 위해서 뮤지컬을 제작하는 뮤지컬 밖의 사람들. 통상적인 뮤지컬 제작 시스템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 온 그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2차 공연

 

2019년 2월 20일. 임정 초대 재무총장에 임명되었던 최재형을 기념하여 창작 뮤지컬 <페치카>가 세종문화회관 에서 1회 공연(약3,000명)을 성황리에 마쳤다. 3월 27일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2회 공연,  8월 15일 천안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이번 공연에도 배우 김성녀가 특별 출연하며 안무가 최인숙, 뮤지컬 배우 임현수와 극단 <필통>이 함께 참여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공연을 잘 마치고 내년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창작 뮤지컬 <페치카> 공연을 소규모라도 꼭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2020년 4월은 최재형 선생 서거 100주기라며 소망을 밝히는 사람들. 그들의 바람이 이루어 질 수 있을 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 행로를 지켜볼 일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 <페치카>

 

김성녀(국립창극단 예술감독·중앙대 교수)가 최재형의 딸 ‘올가’ 역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특별출연하여 ‘잘 가라 눈물아’를 부를 예정이다. 1천명이 넘는 관객과 출연진들은 ‘죽어서도 조국의 한 줌 흙이 되고 싶었을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난로인 페치카 최재형’을 조국으로 불러낸다. 당신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조국으로.

 
◇시간 : 2019년 3월 27일(수) 14:00/ 19: 30
◇장소 :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제작 : 경기도 전문예술단체 랑코리아
◇문의 : 경기도 문화의 전당 031) 230-3440~2
◇티켓가 : 전석 2만원 (학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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