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립니다.

자작나무의 꽃말이다. 자작나무숲은 묘한 느낌을 준다. 흔히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이 무언가 다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찾은 지도 어언 12년이 지났다. 자작나무와의 만남은 매번 새로운 느낌이었다. 사계절 다른 색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작나무숲. 그 숲이 나도 늘 기다렸다.

자작나무와의 첫 만남은 벌써 30여년이 지난 듯하다. 인제군 북면 용대1리 남교리 마을에서 본 자작나무 가로수, 그 가로수는 분명 다른 나무에 비해 인상적이었다. 하얀 표피의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보다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고귀한 자태 그 이상이었다. 그 이후 자작나무는 늘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 후 2003년 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만났다. 그 때는 지금처럼 유명한 숲이 되기 전이었다. 빽빽이 산 하나를 가득 자리 잡은 자작나무들, 하늘을 향해 경쟁을 하듯 길쭉하고 매끈한 그 모습은 흔히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그 이후 2010년경 쯤 백두산 촬영 중에 만난 자작나무는 비와 바람으로 인해 누더기 옷처럼 너덜너덜한 것이 그 느낌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애절하면서도 우리 민족이 숱한 전쟁과 침략에 맞서온 강인한 근성을 엿 볼 수 있어서 그때부터 자작나무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진 듯 했다.

자작나무의 수명은 60~1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 인생과도 비슷하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매끈한 것이 귀족과 같고, 때론 누더기 옷을 입은 야인과 같기도 하고, 검게 검버섯으로 변하는 노인과도 같은 인생의 거울과도 같다. 인간이 만든 낙서에 강제로 껍질을 벗기는 고통에도 강한 바람과 눈비에 견뎌온 시간들. 그러한 모습이 애잔한 느낌을 주었다.

숲은 고요하다. 바람이 이는 데도 숲은 조용했다. 여름철 강한 햇빛에도 숲은 편온하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그 숲이 나는 좋다.

불에 타면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 자작나무. 남녀가 하나가 되는 고귀한 장소의 화촉처럼 자작은 붉고 푸른 불빛과 함께 하늘로 날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유를 찾아 비상하는 자작나무. 훨훨 날고 싶은 자작나무의 마음을 듬뿍 느낀 무수한 시간들. 그 만남 속에서 자작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박승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