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의 땅 몽 골
샤먼의 땅 몽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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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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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초의 종교는 당연히 무속신앙(샤머니즘)이다.
대자연의 위용 앞에 좁쌀만한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어 무언가 초자연적 존재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던 것이 샤머니즘의 기원이다.
천둥과 번개에 떨며 하늘을 외경하고, 지진 화산 홍수 등 자연재해는 원시인류가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신명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중간자로서의 무당(샤먼)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 뿌리깊은 무속의 역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 천 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어디나 존재하는 무속신앙의 본류는 어디일까?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을 세계무속의 성지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햇빛이 잘 드는 땅이란 뜻의 알 혼 섬은 제주도의 절반 크기로 1500명 정도의 인구가 상주하는 호수내 유일한 유인도이다.  그 섬 한 켠에 보르홍 할돈이란 바위산이 있어 예로부터 극히 신성시하는 성소로 오늘날까지 순례객과 무속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칼호수를 끼고있는 브리야트공화국(수도는 울란우데)의 브리야트몽골족은 인구 300만명으로 우리민족과 너무도 흡사한 문화역사를 갖고 있어 흥미롭다.  지구상에서 우리 한민족과 가장 가까운 종족이 브리야트몽골족임은 유전자의 93%가 일치한다는 학계의 보고서로 증명된 바 있고, 많은 설화와 전설까지도 우리와 거의 동일하다. 
나무꾼과 선녀, 심청전, 콩쥐팥쥐 등 똑같은 옛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고, 실제로 과거 바이칼호수 어딘가에 처녀를 제물로 바치던 임당수가 있었다고 전한다.
 몽골족은 푸른늑대의 후예를 자처하지만 브리야트몽골족은 까마귀를 조상신으로 모시며, 지도자는 나무밑에서 기도하는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몽골족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브리야트몽골은 흉노의 땅이자 선비족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알타이 김(金)씨는 신라의 김씨와 일맥상통하지 않던가?

 속설에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칭기스칸의 무덤이 알혼섬에 있다고 한다.  텡그리(하늘)신앙을 깊이 가졌던 칭기스칸이고 보면 그 성소에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칼이나 보르홍할돈이란 단어 자체도 러시아말이 아니라 몽골말이며, 특히 보르홍할돈은 몽골인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단어로 몽골 여기저기에 보르홍할돈이란 지명(산 이름)이 붙은 곳엔 사람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칭기스칸의 무덤이 그곳에 있고, 텡그리 신령이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칼은 풍요, 대자연이란 뜻으로 몽골여성의 이름에 많이 쓰이며, 마(maa, 어머니란 뜻)를 붙여서 바이갈마라는 이름도 흔하다.

 지상 최대의 담수호 바이칼의 물 절반을 채워준다는 신비의 호수가 몽골 북부에 있는데 바로 훕스쿨호수다. 물속 30m까지 보일만큼 투명한 훕스쿨호수는 모든 몽골인들에게 평생에 한 번은 가봐야 하는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수라 하지 않고 “훕스쿨달라이“라 부른다. 달라이는 달라이라마로 큰 바다, 위대한 스승, 반야(대지혜)를 의미하는 티벳말이다.
훕스쿨호수는 셀렝게강을 통해 바이칼로 흘러드는데, 350개가 넘는 바이칼의 지류중 가장 큰 지류여서 바이칼의 대형 물고기들이 모두 셀렝게강으로 회귀하므로 종종 2m에 달하는 물고기가 잡히고 있다.
 
 몽골의 무속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훕스쿨무당을 가장 경외한다. 훕스쿨 산속에 거주하는 차탕이란 부족은 문명을 등지고 순록을 키우면서 지금도 1만년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어 여러차례 다큐로 소개된 바 있다.  훕스쿨에서 러시아 경계까지 순록의 먹이를 찿아 한 번 다녀오면 1년이 걸리며 이를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인디언의 주거형태와 똑같이 통나무 수십 개를 세워 흰 천으로 둘러친 “오르츠“라는 집에서 오늘도 원시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훕스쿨 차탕족의 무당은 가장 강력해서 다른 지역 무당들도 쉽게 넘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호수의 신비한 기운 때문이 아닐까?

 구소련 소비에트 시절 광란의 피바람이 몽골 브리야트를 휩쓴 아픈 역사가 있다.
종교를 핍박하며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스탈린 독재정권하에서 수 만명의 승려와 무속인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총살당하고 유물과 유적까지 모두 불살라지고 파괴되었다. 그로 인해 1만년 넘게 이어지던 시베리아 몽골의 무속도 단절되어 귀한 전통과 정신까지 치명적인 훼손을 당한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구소련 붕괴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완전히 꺼졌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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