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고비사막
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고비사막
  • 김기록 몽골아침그린복지재단 공동대표
  • 승인 2019.09.0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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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우주의 어느 한 켠 외롭게 떠있는 듯 황홀하면서도 심연을 알 수 없는 고독감에 전율하게 되는 곳

 

고비사막하면 사람들은 우선 미세먼지부터 떠올린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우리 하늘을 온통 뿌옇게 덮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미세먼지는 몽골이 아니라 중국의 내몽고에서 날아오는 먼지이다.

몽골고비사막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대흥안령이라는 높고 긴 산맥이 가로놓여 먼지가 넘어오기 어렵다.

 

고비사막은 전체면적이 130만 제곱km로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여섯 배나 크며, 아시아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아프리카나 미국, 남미 등지의 사막처럼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과 달리 고비사막은 정구지와 흡사한 풀이 자생하여 수백만마리의 가축이 유목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곳곳에 웅덩이나 샘이 있고 달란자가드, 샤인산트 등의 도시는 물론 여행자캠프도 여러 곳에 있다.

 

고비사막의 풍광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건 알타이산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몽골의 서북쪽에서 남동쪽으로 무려 2000km에 걸쳐 뻗어있는 알타이산맥은 고비사막에 이르러 산세가 낮아지면서 각양각색의 지형을 이루고,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끝없는 지평선, 높고 낮은 모래산, 지구의 역사를 유추해 보게 만드는 협곡과 암석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비사막의 관광명소로는 고르반 사이항 국립공원, 헝거린엘쓰, 바잉작, 이흐가자링촐로, 박가자링촐로, 차강쇼워륵 등이 있다. 저마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광막한 사막의 한 가운데 서보면 마치 낯선 우주의 어느 한 켠에 외롭게 떠있는 듯 황홀하면서도 심연을 알 수 없는 고독감에 전율하게 된다. 일찍이 선지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광야에서 신의 음성을 들었던 것처럼, 태초의 천지창조를 연상케 하는 황막한 평원의 적막 속에 빛나는 별을 보면 누구나 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습기가 거의 없는 신선한 바람 탓에 고비사막의 별은 지구상에서 가장 크게 반짝인다고 한다.

별을 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로망도 그래서 고비에 있는 모양이다.

 

고비는 또한 세계 공룡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다.

수 천만년 전의 고비사막은 수심이 낮은 바다였으며 공룡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근세들어 거의 완벽한 형태의 공룡화석들이 발굴되었고, 공룡뼈는 물론 공룡알, 조개, 소라 등의 화석들이 흔히 발견되고 있다. 1960년대엔 20m크기의 대형 타르보사우르스 공룡화석이 완벽한 형태로 미국에 밀반출 되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몽골로 반환되었고, 지금은 울란바타르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2017년에는 무려 7천만년전의 사우롤로포스 공룡화석이 한국으로 밀수입되어 100만불에 밀거래 되었으나 내부고발이 되는 바람에 한몽경찰의 합동수사로 압수되어 몽골로 반환된 사실도 있었다.

 

고비사막의 진면목을 보자면 알타이산맥의 중간지점 부근인 고비알타이를 가봐야 한다.

험준한 산세와 만년설, 사막과 평원, 기암절벽은 알타이와 고비의 비경을 한자리에 모두 모아 놓은 듯하다. 수천 년 전 오랑카이족이 살았던 지역으로 산맥을 넘나들며 동서문명의 가교역할을 했던 곳이다.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나 사슴돌을 보면 선사시대에 태양과 달을 숭상하며 수렵, 채집생활을 왕성하게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슴돌은 1만년이 넘는 세월동안 모든 사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고 이를 숭배했던 원시신앙의 한 면을 보여준다.

 

알타이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은데 호수 한 가운데 큰 섬이 있는 에린호수는 새들이 얼마나 많은지 먕간쇼워니우르(무수히 많은 새들의 집)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니, 재두루미, 원앙새, 북방개개비, 노랑머리할미새 등등. 그 밖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로 가득한 섬은 인간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새들의 낙원이라 할 만 하다.

산악지대에는 회색늑대, 붉은여우, 야생염소, 산양(아르갈) 등 희귀동물들이 서식하며, 멸종위기의 눈표범도 이따금 관찰된다. 약초도 많았으나 중국인들이 대량 채집해가서 지금은 귀해졌다고 한다. 독수리 새끼를 데려다 길들여 사냥하는 풍습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알타이의 산신과 자연을 찬양하는 알타이막탈도 여전히 구전으로 전승되고 있다.

 

몽골의 18개나 되는 가운데 고비알타이주는 가장 특별한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울란바타르에서 1500km이상 떨어져 있고, 도로사정도 안 좋은데다 여행자캠프도 없어서 한번 가보자면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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