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진실적 사진
소나무의 진실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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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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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대왕송(大王松) ( 금강송 소나무숲길에서 만난 대왕송 )

글사진 /이성휘 사진가

2년 동안이나 만나기를 학수고대하였는데 그 소망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2016년 처음으로 울진 금강송(金剛松) 소나무숲 길 탐방(探訪)을 시작하는 날, 탐방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떠서 일찍이 약속장소인 소광1리 노인정 앞에 도착하여 함께 할 일행을 기다렸다. 8시 30분 약속시간 10분 전이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다. 혹여 약속 장소를 잘못 알았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트래킹 센터로 전화를 걸었는데 발신음만 들리고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더욱 초조하였다. 그때 승용차 한 대가 도착해서 네 분이 내렸다. 숲길 4구간 탐사하실 분이냐고 물으니 그러하다고 하였다. 약속장소는 제대로 찾았나 보다 하는 안도를 하고 있는데 또 한 대의 승용차가 도착해서 세 분이 내렸다. 숲 해설가, 대구에서 오신 선생님 부부, 경기도 안양에서 오신 두 쌍의 부부, 그리고 나. 8명이 모두 도착한 것이었다. 오늘 3구간 탐방신청 인원은 47명이라 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4구간의 지원자 수는 현저히 적은 것이었다. 인터넷 게시 글에 제4구간 탐방 길은 산세가 험하여 전문 산악인 코스라 소개되어 있어 아마도 그 때문인 듯하였다. 도시락을 받아들고 안내원과 상의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은 자동차로 이동하여 등산 시작지점까지 갔다. 간단하게 산행 준비운동을 하고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숲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바람을 피하고 햇빛을 찾아 한쪽으로 자란모습 

 

  울진 금강송 군락은 조선 숙종 6년(1680년)부터 나라에서 양질의 황장목(속이누런)을 확보하고자 황장봉산으로 지정하여 엄격하게 관리해 왔으며, 현재는 산림청에서 산림 유전자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무단 벌채를 금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지 않은 관계로 비교적 깨끗하게 보존된 계곡 길을 따라 쉬엄쉬엄 2시간 정도 걷다보니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울창한 금강송 군락을 기대 하였으나, 실제로는 잡목이 무성한 숲속에 금강송이 간간히 한두 그루씩 섞여있는 정도이었다. 20분쯤 가픈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른 후에야 정상 능선 3거리에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대왕송까지는 0.6Km... 고대하고 고대하였던 대왕송과 마주할 순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고,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정신없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까 어느새 눈앞에 붉은 대왕송이 그 대단한 위풍을 드러내고 있었다.

  600년 긴 세월동안 안일왕산 해발 780m능선에서 모진 풍설 한파와 맞서면서 온 산야를 호령하듯 하늘을 향해 우람한 가지를 펼치고 서있는 그 당당한 기세에 압도되어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한동안 멍하니 대왕송을 바라보다가 조촐하게 준비해간 술과 안주, 과일을 차려놓고 예를 올렸다.
 ‘어렵게 알현한 대왕소나무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 때에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고자 하는 좋은 앵글에 햇빛이 사광으로 비치면 사진이 안 된다. 다행히도 제일 좋은                    앵글에 빛까지 적당히 들어 10분정도 짧은 시간동안 100컷 이상의 사진을 담았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숲 해설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울진군에서 금강송을 알리고자 소나무 사진작가를 공모했는데 그때 뽑힌 한 분이 금강송 군락으로만 세상에 알리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울진에 있는 소나무를 전부 조사하던 중에 대왕송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 사진작가가  대왕송을 찍고자 하는데 주의 소나무 때문에 의도한 사진구도가 나오지 않아서 산림청에 벌채 허가를 신청하였지만 허가가 나질 않아 소나무를 배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소나무가 베어진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대왕송의 가지 두 개도 잘려다는 것이다. 사진의 전체 구도에 방해되어 자른 것인지 그 의도를 알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하여 대왕송이 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진작가가 금강송으로 인해 유명세를 탔다가 다시 금강송으로 인해 명성을 잃은 셈이었다. ‘과유불급’과 같은 인생사에서 지켜야 할 자세에 대해 잠시 되뇌면서, 한편으로는 소나무 사진 촬영의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금강소나무길 탐사 팀의 일원으로 합류한 탓에 사진 찍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훗날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고 그토록 마주하기를 바랐던 대왕송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하산하였다.
 오후 3시경 하산하여 하산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도토리묵, 파전으로 목을 적시고 금강송 숲길 답사 일정을 마쳤다. 5시간 30분이 이상이 소요된 고된 산행 이였으나, 대왕송 한 그루 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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