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개인전 “이것 저것 THIS AND THAT"
허준 개인전 “이것 저것 THIS AND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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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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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0.5.13. (수) - 5.25 (월)
장소: 토포하우스 (윈도, 2관, 3관)

그리움에 산은 멀어지지만, 산야가 주는 희망은 뚜렷하다.”

경기문화재단 책임학예연구사 최기영

작가 허준은 항상 자연에 동화되기를 원한다. 스스로가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자연으로, 혹은 자신이 꿈꾸는 삶의 안식으로 다다르기를 바란다. 사실 작가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또한 그러한 마음을 비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질적인만족으로만 따진다면 삶의 의미를 너무도 작게 국한하는 것이다.

 

허준이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은 동화적이고 우화적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여정은 쓸쓸하며, 어둡다. 자유롭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한 화면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들은 작가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진다. 철저하게 숨기려고 채워진 나무와 구름들, 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는 여정의 끈으로 표현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우연하게 마주친 부부, 동물들, 길 위의 물음들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피한처로 산을 찾고 그 산속에서 자신을 채우려고 한다고 한다.

일찍이 장자는 적()이라하며 넉넉하고 홀가분하며 편안함을 의미하는 자유로운 느낌이라 정의하며 그 단계를 역설한다. ()이 시작되고 채워짐으로써자적지적(自適其適)”을 이루며 끝으로는 망적지적(忘適之適)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작가는 자적지적을 통해 새로운 답을 구하는 구도자(求道者)이다. 너무도 현실적인 삶에 지친 자신을 버리고 싶으며, 안정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은 빽빽한 화면을 이루고 구름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허준의 자적(自適)은 스스로가 만족하는 산행이며, 망적(忘適)은 자신뿐만이 아닌 타인의 만족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허준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만족함이 이야기나 검은 산속의 숨겨진 동물들이던, 뭉글하게 피어오르는 구름던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작가의 이상처럼 자유롭고 헛헛함을 느낀다면 그만이다.

작가의 최근작은 산은 멀어지고 화면은 비워지며, 구름은 더 짙어지며, 아련해진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가 이제는 자신의 만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작가가 자연을 버리거나 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인(작가+타인)을 통해 그 그리움이 절실해지는 것이며,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는 것 일도 모른다. 허준은 안정이라는 꽃을 찾는 나비처럼 자신의 호접몽(胡蝶夢)을 꿈꾸는 이상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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