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6일(화) ~ 6월 7일(일)
장 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신정현 사진전 <기약오차다항식>, 5월 26일부터 류가헌
“수학자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미국 중서부의 옥수수밭 한가운데서 인생의 몇 년을 허비했다.”
이번 전시 <기약오차다항식>은 여러 해 전에 작가가 직접 만들었던 한 권의 수제본 사진집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신정현은 미 중서부의 옥수수밭 한 가운데에 있는 어느 대학원에서 수학을 공부하며 몇 년을 보냈다. 2007년에 학교를 그만두었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인생의 몇 년을 옥수수 밭에서 허비’한 후였다. 그 뒤로 한동안을 뉴욕 써니 사이드에 머무르며 작은 수동카메라와 흑백 필름으로 일련의 사진들을 촬영했다.
‘허비했다는 단어를 선택하면서 사진가는 암시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누설하고 있다’고 한 박태희(사진가, 안목출판사 대표)의 리뷰처럼, 당시의 시간들을 ‘누설’한 사진과 글을 10년이 지난 2017년에 작가가 직접 한 권의 수제본 책으로 묶었다. 66장의 사진과 8편의 글이 78페이지에 실려 있는 사진집의 제목은 <irreducible quintics>. 번역하면 ‘기약오차다항식’이다.
수학에는 ‘근의 공식’이 있는데, 4차까지는 공식이 있어서 그 공식 안에 넣으면 답이 구해지지만 5차부터는 공식이 없어 명확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결국 ‘기약오차다항식’은 답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수학도였던 작가가 삶의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낯선 수학용어 제목에 담긴 뜻을 이해케 된다.
‘그의 사진을 보면, 이상하리만치 그 날의 빛과 온도와 공기를 내가 체험한 마냥 피부로 기억하게 된다. (중략) 나는 지금 다른 사진가의 작업을 통해 내 과거의 시간에 대한 사유의 부피를 늘리는 중이다. 그래서 동시대 예술가의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안목’이 작가가 직접 만든 한 권의 수제본 책을 더미북 삼아서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사진집 <irreducible quintics>을 출간한 이유다. 동시대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각자 과거의 시간에 대한 사유의 부피를 늘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