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902 사진전
강남역902 사진전
  • 포토저널
  • 승인 2020.11.03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FTER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변경랑, 전용혜, 한기애, 한상재

전시 기간2020년 11월 3일(화) ~ 11월 15일(일)
오프닝11월 3일 화요일 5시
문 의
Tel. 02)720-2010 E-mail. ryugaheon@naver.com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을 읽고 난 후에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샬럿 코튼이 지은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21세기 지배적인 예술 형태로서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이상적인 지침서라고 일컬어지는 책이다.

 

그리고 여기, 그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지침 삼아 사진 작업을 한 네 명의 사진가가 있다. 변경랑, 전용혜, 한기애, 한상재. 개념미술의 평범하고 기교 없는 스냅사진부터 정교하게 구성된 타블로 사진까지, 오늘날 예술가들이 사진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거의 전 영역이 담긴 책의 내용 안에서 저마다 자신에게 맞거나 마음이 끌리는 작업 방식을 선택해 각자의 사진작업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AFTER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이다.

136p에 실린 나이젤 샤프란(Nigel Shafran)의 작품 <(플라스틱 테이블 위의) 반짇고리 알마 플레이스>에서, 작은 탁자 위에 놓인 특이한 반짇고리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집안의 토템처럼 조각적인 형태로도 보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면을 구성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발견되는 행위에 주목하는 나이젤 샤프란의 이 같은 작업 방식은 변경랑의 마음을 끌었다. 그녀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일상을 지내는 동안, 날마다 카메라를 들고 한강 주변을 걸었다. 지나가는 자전거와 마스크를 쓴 산책객, 강가에 쪼그리고 앉은 소년과 공원의 조형물 등 공간에 스며있는 인물과 사물의 정체를 관찰하고는, 주변광이나 장노출 기법을 이용해 평범한 장면에 시적인 리듬을 부여한 나이젤 샤프란의 방식으로 포착했다. 실제로는 침수돼 진흙을 뒤집어쓴 조형물일 뿐인데도, 곧 강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할 것처럼 먼 곳을 응시하는 분홍펭귄들. 제목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닌사물이자 풍경이지만 기이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변경랑의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미지를 차용하고 재구성해서 새로운 개념의 시각예술로 바꾸는 작업에 천착해온 사진가 전용혜는 책 215p부터 시작되는 부활과 재생섹션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른 이미지나 기호에 의해 결정되는 이미지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 그녀의 작업은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과 이어지며 <패스티시Pastiche>로 귀결되었다.

작업노트 말미에 사진 작가 윌리 도허티, 사이먼 노포크, 디누리의 작품을 흠모하며라고 밝힌 한기애는 위험표시 테이프가 둘러쳐진 놀이터와 공원의 벤치, 운동기구 등을 통해 코로나19 팬더믹 시대의 사회적 초상을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담았다.

129p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에 실린 샬럿 코튼의 이론에 주목한 한상재는 음식재료의 하나에 불과한 하찮은토마토라는 대상을 중앙에 놓여 조명을 받는 중요한존재로의 변환을 시도했다. 지난 전시 <석작>에서 보여 준 것과 같은 정갈하고 회화적인 정물사진 <토마토>가 그 결과다.

네 명의 사진가는 함께 사진을 공부하는 <강남역 902>의 동인들이다. 공부하고 탐색하고 현실에서 구현해가는 네 사진가의 놀라운 열정은 113일부터 갤러리 류가헌 전시2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 02-720-201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