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범 개인전 몽마(夢魔)
허승범 개인전 몽마(夢魔)
  • 임창준 기자
  • 승인 2021.07.0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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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8 - 7. 17
K.P 갤러리
Tel : 02. 706. 6751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435-1 B1

거듭된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급속히 이룩한 산업화와 문명화는 분명 우리들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류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미래를 앞당기려는 우리들의 노력은 가시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만하며, 더 큰 성공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동력이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에 따른 현대 문명의 빠른 속도감은 우리들의 삶에 적잖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보다는 온라인상으로 건조한 안부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다. 한 개인이 도시라는 거대한 조직의 요소로 작동하게 함은 개인의 존재적 결핍을 야기하며 우리들의 가치를 군중 속의 익명으로 제한한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무한 경쟁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정신적 불안과 압박, 스트레스를 억누르며 쉼 없이 달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바쁘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다 보니 이란 단어는 사치이자 낙오자들의 넋두리로 전락해버렸다.

강퍅해진 현대사회의 해소되지 못한 개인의 억눌린 욕구와 욕망들은 무의식에 침잠하여 꿈을 통해 발현된다. 학자들의 꿈 해석에는 이견이 있지만 명백한 공통점은 꿈을 통해 우리들의 무의식의 상태를 성찰한다는 것이다. 깨고 나면 희미해지는 대부분의 꿈과는 달리 악몽은 우리들 기억 속에 트라우마가 되어 현실의 스트레스를 매개로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

나는 나와 주변인들의 꾸었던 악몽들을 소재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들은 현대인의 악몽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악몽은 현대의 집단적 무의식이 보내는 어두운 상념의 그림자이자 억눌린 욕망과 욕구들의 분출구이다. 환부에 느껴지는 통증처럼 악몽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신호는 경고에 가깝다.

 

화려한 도시의 페르소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몽마는 어쩌면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바이러스이지 않을까? 현대사회에 증가하는 자살률과 정신질환 발병률은 몽마의 강한 전염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사이코 패스적 범죄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들의 내면은 안전한가?

허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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