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우혁 프롬나드 Promenade
빈우혁 프롬나드 Promenade
  • 포토저널
  • 승인 2021.07.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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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6 - 7. 23
Gallery Bato
빈우혁 개인전 ‘프롬나드(Promenade)’의 하이라이트, 15.2미터 길이의 연작이 설치된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빈우혁은 베를린의 숲과 공원 풍경을 그리며 본인만의 독특한 심상을 담아왔습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팬데믹 상황은 작가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동 통제와 봉쇄 상황이 장기화되자 작가는 매일같이 발걸음 하던 공원과 숲을 출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과 또 트램을 통해 집에서 작업실로 이동하면서 먼발치에서 바라본 풍광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운 조합과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 그의 회화는 꿈속의 풍경처럼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오묘한 표현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Sanctuary’라는 제목의 연작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물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연작 8점이 설치된 원형 공간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Les Nymphéas)’을 떠올리게 합니다. 빈우혁의 수련이 펼쳐진 갤러리바톤의 전시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서 특별히 구성된 공간으로, 작가만의 해석이 담긴 이미지를 전하며 사색의 공간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Bin Woo Hyuk, Sanctuary 103, 2021, oil on linen, 160 x 19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Bin Woo Hyuk, Sanctuary 104, 2021, oil on linen, 160 x 19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빈우혁이 연못과 수련을 지속적으로 그린 행위는 결국 연못의 표면에서 일렁이는 빛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작가는 빛과 공기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의 표현에 주목하여 탐구해왔습니다. 연못의 원근감이나 깊이, 수평선 등이 의도적으로 배제됨으로써, 작품 속에는 물과 그 수면 위에 반사되는 그림자 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수련과 그림자의 구별 없이 원근이 사라진 무한한 풍경은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물 위에서 부유하는 듯한 환상에 젖게 합니다. 봉쇄령의 무기력함 속에서  작업 과정 내내 겪었을 원전에 대한 의식과 두려움, 그리고 그 극복에 대한 단초는 작가가 고심하여 전개한 회화적 기법에서 보다 자세히 드러납니다. 풍부한 색조로 전개된 연못의 이미지와 거친 듯하면서도 숲속에 깃든 광선과 대기의 효과가 빚어내는 아득함을 통하여 작가의 심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빈우혁은 끊임없이 숲을 찾아 나서고 산책하고 사색해왔습니다. 2014년 갤러리바톤 첫 전시를 준비하며, 그는 자연이라는 대상이 자신의 미적 지향점에 순응하는 매체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주로 목탄을 소재로 한 당시의 작품들은 독일의 여러 지명에서 제목을 차용하였고, 이는 작가가 자주 찾는 주변 장소에 대한 세심한 탐구가 작품의 출발점임을 암시합니다. 목탄을 세심하게 잘 다스려가며 표현한 촘촘한 풀숲과 나무들, 숲으로 빛이 들어서는 통로인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에 대한 여백 이상의 강조, 순간적인 공기의 흐름과 적막까지 모두 담긴 듯한 호수 등 친숙한 이미지들은 작품 표면에 무작위적으로 흐트러진 형형색색의 점으로 인해 종국에 작가의 사적인 의식 영역을 내보이는 장치이자 창(窓)이 되었습니다.
 

Bin Woo Hyuk, Neuer See 33, charcoal and gouache on canvas, 223 × 19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요셉 보이스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코마 상태로 헤매던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믿은 펠트 천 담요와 기름 덩어리를 작품의 소재로 적극 끌어들이며, 생과 삶 그리고 예술 간의 간극을 자신의 극적인 경험과 그와 관련된 사물을 빌어 메우고 시각화했던 것처럼, 종종 작가에게는 그것이 기억이었던 경험이었던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자신만의 방식과 시간들이 주요한 작품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빈우혁은 특정 시점의 과거로부터 존재했던 감정과 기억들이 뒤섞인 일종의 ‘카오스(Chaos)’가 되어버린 내면을 ‘숲’ 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치유하고자 하였지만, 오히려 그것은 과거의 망각이 아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끔 유도했습니다. 작가에게 아주 가까이 실존하는 ‘숲’은 그렇게 치유의 매개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발화 지점이 되었습니다.
 

빈우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문사 졸업 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에서 석사를 수료했습니다. 갤러리바톤, 경기도미술관(2018), OCI미술관(2014), 챕터투(2019)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20), 경기도미술관(2020), 성곡미술관(2016), 아마도예술공간(2016)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해왔습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중인 작가는 올해부터 베를린조형예술가협회(BBK Berlin-Professional Association of Visual Artists Berlin) 멤버로 활동중입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OCI미술관, 챕터투, 매릴랜드 예술대학(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을 포함한 국내외 미술기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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