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국제사진제 임창준 작가 전시
동강국제사진제 임창준 작가 전시
  • 포토저널
  • 승인 2021.08.05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우주 저 멀리 공간 …임창준 작가

동강국제사진제, 9월 19일까지 영월 동강사진박물관

이제 우주 저 멀리 공간 속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촬영했는지,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고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나에게 중요한 물음이었다.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서 나 자신의 정체성에 다가 같다. 의사이자 작가, 그리고 평범한 종교인으로서 삶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예술로서의 삶을 실천하며, 자기와 타인을 돌보는 미적인 차원으로 도약하는 단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예술, 의술, 학술, 기술은 모두 나와 세계를 깊이 살피고 돌보며 공생하는 삶의 실천 기술이다. 유한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예술인데, 예술 창작에는 필연적으로 위험과 어려움이 따른다. 모든 순간 판단의 용기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의술과 사진술의 닮은 점이다. 예술로서의 삶이란 결국 인간 삶의 고통을 적극적인 기제로 받아들이고 극복하여 자기를 치유하는 자기 돌봄과 함께 건강한 주체로 거듭나는 삶이다.

 

 

 

 

 

 

 

 

 

 

 

 

내가 의술을 펼치는 병원의 벽들과 사진술이 열리는 미지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사진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드넓은 자연을 만나고, 그

속에 작게 서 있는 자신과 조우하고, 그 공간에서 침묵과 여백의 시간 속에 빠져든다. 그러다 보니 의사인 자기와 사진작가인 자기가 서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오래 보고, 다시 보고, 새롭게 보니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길도 보였다. 일상을 아름답게 향유하는 것이 예술이고, 예술로서의 삶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게 됐다.

사진을 찍는 것은 존재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이고, 결국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예술작품에 적용하는 기술을 자기의 일상을 구성하는 형식으로, 즉, 일상과 예술의 미학 사이를 밀도 높게 순례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세상을 구성하는 영원한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원한 실체는 존재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영원한 것의 예로 운동과 시간을 언급 하였고, 제일 천계(The first heavenly world)를 구성하는 가장 바깥 쪽의 구가 바로 실제로 존재하는 영원한 실체라고 하였다. 주로 피조물을 이차원 공간에 담던 저자는 영원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 Luminary (발광체), 2019 ’에서는 둥그런 1차 발광체와 평면이 서로 부딪치는 형식으로, ‘ FBU Fantasia (머나먼 우주의 환상곡), 2019 ’에서는 밤 하늘의 별과 별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쩌면 암흑물질에 의한, 은하단의 환상적인 흐름(굴절) 현상을 담아 우주적 영원성 혹은 불변성을 표현하였다.

 

 

 

 

 

 

내가 이제까지 담아 온 아름다운 꽃, 고집 센 나무, 신성한 숲 들은 피사체가 나와 합일이 되는 어떤 경지 속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모든 피사체의 다양한 생명력이 우주의 기운 속에서 교감됨을 표현하고 싶었다. 렌즈 속으로 대상을 담아내는 순간의 내면의 세계, 어떤 감정들을 머나먼 어두운 공간 속으로 띄어 올렸다. 피사체를 안팎으로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개의 점들은 겹겹이 얽힌 각자의 인간사들이 녹아 있는 또 하나의 다중우주로서 우리 인간의 삶에 위안을 준다.

나의 세포 하나하나가 우주 속에서 반응을 하고 있는 느낌. 우주와 공명을 하고 있는 느낌. 나의 존재의 근본도 우주인 느낌…. 저 멀리 은하계 한복판 공간 속으로 자신을 데려가 보라. 그것은 정말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이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 중에서 태초의 견고성을 유지하고 있는 돌은 무엇에 의존 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인간에게 불완전성을 초월한 어떤 힘을 계시하는 것으로 사유된다. 태풍이 불어오던 새벽에 서울을 떠나 영월 지역에서 처음 촬영을 하던 날 우연히 접했던 물과 돌과 태양 빛의 조화 속에서 탄생의 신비를 접한 후 틈이 날 때마다 태고의 신비를 담아왔고 결국 올해 초 유일한 한 권의 수제 책인 ‘Creatia(창조)’를 제작하였다.    

이번 사진제에서는 미발표 ‘머나먼 우주(FBU;Far Beyond Universe)’ 시리즈들을 수제 사진집 ‘Creatia(창조)’와 함께 보여드림으로써 앞으로 저의 사진 세계에 대한 암시를 드리고자 한다. 

 

‘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

빈센트 반 고호

 

2021년 6월 사진가 임창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