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순 사진전
이형순 사진전
  • 황임규 기자
  • 승인 2022.11.03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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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03 – 11.10
무늬와 공간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302 인앤인오피스빌딩 8층

무늬와공간 대표 임창준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며, 비슷한 표현으로 물비늘이란 말도 있다. 그 속에는 눈 부신 빛의 반짝임이 있어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곤 한다. 이렇게 반짝이는 물결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반사되는 빛은 한정된 시간대에서만 살아있다.

 

 

 

 

 

 

 

 

 

 

 

 

 

 

 

 

 

 

 

아무리 눈부시게 반짝이는 윤슬이라도, 그 아래엔 물의 심연이 존재한다. 마치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밝게 웃는 사람이라도 그 마음 속 심연에는 남들이 알 수 없는 고민이나 잘 아물지 않는 상처가 존재하듯이…

이형순 작가는,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윤슬에 끌려서 오래 전부터 사진기로 담아왔다. 그리고 몇 번인가 윤슬 사진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초창기 작가의 작품들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 위에 생성되는 윤슬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인위적으로 자를 수 없다. 즉 그것은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우리네 인간 삶에서의 복잡한 인간 관계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자를 수 없는 윤슬들의 사진들을 조각낸 후, 서로 바꿔서 늘어놓아 보고, 서로 붙이기도 하는 등 데칼코마니, 드로잉, 콜라쥬등의 방법들을 이용해 새로운 질서로 배치하였다.

여러조각으로 잘려진 윤슬의 빛살조각들이 다양하게 콜라쥬되어 삶의 결이 되며 차곡차곡 쌓였다. 조각난 여러가지 경험의 기억들이 몽롱하게 중첩되며 굵고 얇은 물결이 되어 밀려온다.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들은 그녀의 마음 속 고민, 인생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여러 번의 데칼코마니를 거친 윤슬들은 별자리 모양 같기도 하다. 작가는 마치 스케치 하는 느낌으로 드로잉을 하듯이 다양하게 잘라 붙이는 방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냈다. 관객들은 그 속에서 물고기 형상이나 세계지도, 혹은 올림픽 성화나 봉화를 찾을 수도 있고, 언뜻 보이는 북두칠성 별자리는 예전 석기시대나 청동기 시대사람들이 고인돌위에 칠성 성혈들을 파 놓은 것을 떠올리게도 된다.

윤슬은 그녀의 마음이자 인생이다. 자르고 싶은 대인 관계. 묻어두고 싶은 기억들은 윤슬 아래 잠기고, 그 위로 새로운 싺들이 돋아난다.

그러다가 문득 작가는 깨닫는다.

아, 이게 바로 나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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