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미술적 상상력
사진과 미술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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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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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카메라 camera’라는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재현하는 도구예술이다.

19세기에 사진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회화의 그늘에 자리매김했다. 또한 1850년대에 기록이 아닌 예술을 위한 사진이 시작되었을 때도 주제, 미학, 기본적인 개념, 용어 등은 대부분 회화에서 빌린 것이다. 하지만 사진은 1세기가 넘게 예술로서 보다는 기록이나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또 19세기에 등장한 초기 예술 사진가들은 대부분 화가 출신이었고, 회화의 연장선상에서 사진을 이해했고 그림그리기로 이루지 못한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사진으로 성취하고자 했다.
 사진은 외형적으로는 회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평면예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후발주자인 사진은 미학적인 측면에서 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회화도 사진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상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을 포기하고 표현하게 되었고 빛의 흐름에 따른 색채의 변화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또한 동적인 표현을 시도하게 되었고, 사진과 같은 극사실적인 재현도 시도했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사진을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매체로 파악하였고 사진의 표현영역을 탐구하고 확장했다. 이 시기에 사진과 미술의 경계는 허물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191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모더니즘 사진가들은 사진 고유의 미학을 정립하고 독자적인 예술로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시기에는 예술사진보다는 매체 사진(저널리즘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회적으로 더 관심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 매체로 수용하고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페미니즘 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 매체로 이용하여 자신들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을 표현하면서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 혹은 매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와 90년대부터는 갤러리, 미술관,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에서 사진을 빈번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서는 이미 1930년대부터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소장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19세기에 발명되어 회화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나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사진은 회화의 미학을 수용하여 예술로서 출발했다. 그 후 20세기 초중반에는 독자적인 미학과 역사를 정립하려고 모더니즘 사진가들이 노력하였고, 20세기 후반부터는 동시대 예술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진은 회화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회화의 변모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1960년대부터는 현대미술로서 서서히 수용되면서 동시대 미술가들이 추구하는 미학과 동시대 사진가들이 추구하는 그것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는 경계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주제와 미학을 구분을 짓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1990년대부터는 디지털테크놀로지가 사진술과 융합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부터는 사진의 제작과정, 기본적인 개념, 미학, 주제, 표현영역 등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사진가의 작품은 제작과정과 미학이 회화와 유사해졌고 미술적인 상상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현실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재현하는 방식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디지털테크놀로지 시대의 사진은 제작과정, 미학, 외관 등이 회화를 비롯한 미술작품과 닮은 경우도 많다.
전통적인 사진처럼 대상과 사건, 실재하는 인물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미적인 감각과 상상력 등이 작품의 완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초기 예술사진도 회화와 유사한 미학을 추구하였지만 디지털테크놀로지 시대의 예술사진은 동시대의 또 다른 문화적인 지형과 기술이 어우러져서 미학이 변모하고 있다.

회화가 추구하는 미학은 19세기 예술사진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모더니즘 사진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작품의 근원으로 작동했다. 특히 작품의 표면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미학적 태도는 회화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사진의 재현방식과 미학적인 특성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사진의 재현과 미학은 미술적인 미학 및 표현방식과 융합되어 미학적인 개념이 변모했다. 그 후 21세기 디지털테크놀로지와 만난 사진은 또 다르게 미학이 변모를 거듭하고 있고 존재방식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통적인 은염사진은 이제 쉽게 만날 수 없고 희귀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적인 느낌, 사진적인 재현, 사진미학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별 사진가나 예술가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이 작품을 생산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사진은 ‘카메라 camera’라는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재현하는 도구예술이다.
특히 동시대미술의 지형에서는 여러 표현매체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또 다루는 주제도 동시대 미술의 그것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미술적인 상상력이 중요하다. 물론 주도적인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개별 작가의 세계관이 공존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미학적인 결과물이 소통되고 있다. 다양성과 개별성 그 자체다.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동시대사회구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동시대사진의 지형은 이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현상을 보여주는 또 다른 표상表象의미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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