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 개인전 The story of wonderland
김인옥 개인전 The story of wonderland
  • 포토저널
  • 승인 2023.06.12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시기간 : 2023.07.01(토)-07.26(수)
오프닝 : 2023.07.01(토) 오후5시
관람시간 : 화~토요일 10am~7pm (일,월 휴무)
전시장소 : 갤러리 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김인옥의 회화는 전형적인 동양화의 채색 작품이다. 비록 그의 그림이 깊은 정신성을 요구하는 붓과 먹의 수묵화는 아니더라도 그의 회화는 자연과 사람의 정신세계를 조용하게 담아낸다. 기본적으로 채색을 중심으로 하는 김인옥의 회화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사색으로 완결된다. 작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새롭고 탄탄한 구성력의 화면을 시도했다. 특히 이러한 화풍은 동일한 장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양하면서 풍부한 색채로 구체화 시키고 있다. <항금리 가는 길> 연작과 서정적인 정취로 자연을 가깝게 하는 그림 <기다림> 연작 등은 그러한 형식에 도달한 작가의 의지가 성공적으로 드러난 화풍이다.”

- 김종근 (미술평론가) -

갤러리나우는 여러 결의 기다림 속에서 희망에 찬 정서를 표현하는 김인옥의 <The Story of wonderland>를 개최한다. 김인옥의 작품 20여 점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희망’에 대한 근간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1990년 초 시작된 <황금 가는 길>과 <기다림>시리즈로 대표하는 그의 작업의 공통된 기조는 일상의 면면에서 사색을 통해 얻은 마음의 풍경이다. 동양화의 안료를 반복적으로 겹겹이 쌓아 순도 높게 그려내는 그의 원더랜드 속에는 사소한 존재의 거대한 해석이 재미를 더하고 희망적인 꿈을 꾸게 한다. 그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이 꿈결처럼 느껴지고 사랑스러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른다. 산 같은 거대한 브로콜리, 달콤한 솜사탕 같은 모양의 날아다니는 나무들, 청량감이 감도는 공간들, 그리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눈부신 신부처럼 아름다운 케이크로 드러난다. 이렇듯 다양한 일상이 소재인 그녀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세계이자, 기다림 속에서 그린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다. 마음 속의 풍경, 사실적인 모습과 감정에 대해 리얼리티에 매몰되지 않고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의 시작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 되었다. 1990년 이전까지 반추상 작업에 집중했던 작가는 이후, 작업실을 항금리로 옮기면서 ‘기다림’에 대한 내용을 확장시켜 나갔다. ‘누구나 행복을 기대하지, 불행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지만, 미래의 꿈은 기다릴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반영하듯이 화면은 단정적인 형상보다는 완만하고 둥근 모양들로 이루어져 있다. 2008년경 베이징에 거주할 당시, 그녀의 채색화 작업에 대한 낮선곳에서의 의외의 좋은 반응은 오랜 시간의 인고를 딛고 견뎌온 동양화 작가로에게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현실적인 계기가 되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기다림’은 중의적인 표현이자, 복합적인 표현의 단어이다. 50년대생, 여성이자 작가 그녀가 그 시절 통과 의례처럼 살아온 일생의 여정 속에서 그림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서양화가 중심이 된 미술계에서 차분하게 동양화가로서 화업을 쌓아 올려왔던 아티스트로서의 인내, 그리고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양평의 작업실을 오가며 길에서 보냈을 수많은 물리적 시간 속에서 보고 느꼈던 정서를 포함한다. 그녀가 그렇게 보내온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녀의 원더랜드(wonderland)잔잔하면서도 열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어느 삶이, 어느 인생이 만만할 수는 없는 , 미지의 장소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희망(Hopefulness)을 노래하며 삶의 정수에 가까이 온 작가의 원더랜드인 것이다. 작은 브로콜리 속 숨겨진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거대한 비행기와 파라솔처럼 유머를 더한 원더랜드 말이다. 이렇듯 함축과 재치가 느껴지는 그녀의 조형적인 시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과거 전시를 통해 <항금길 가는 > <기다림> 함께 선보여 왔다면, 이번 전시는 <기다림>연작 신작으로만 구성되었다. 작품 속의 ‘종이배’ 역시 기다림의 시간성을 내포하는 기나긴 항해의 상징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포괄적 의미의 기다림을 한 화면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사회적인 역할을 충실히 다져온 이 시점, 또 다른 미래형의 기다림을 시작하는 전시로 남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이다. 더하여 조심스레 동양화의 계보의 한 ‘점’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세계

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최근 들어 김인옥의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화풍은 화려하나 결코 야하지 않는 색채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그런 김인옥의 화풍을 요약하자면 나무의 표현에 있어서 원과 삼각형으로 귀결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지는 화풍의 수립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화풍의 수립은 각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성과일 것이다. 같은 나무며 꽃이되 이제까지 발표된 양식과는 다른 양식을 창출하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곧 작가의 생명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인옥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독자적인 채색화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지에 수간채색으로 작업을 하는 김인옥은 재료의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채도의 저하를 잘 극복하고 화사하면서도 선명도 높은 색상을 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축적되는 붓질을 통해 탄탄한 형태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한 그의 행위는 세공(細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원래의 수간채색이란 것이 특성상 노동집약적이지만 김인옥의 작업은 그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작가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심어 넣는다. 그 비전이란 것을 요약하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기다림의 미학’이자 ‘동심의 세계’인 것이다.

 김인옥의 그림에서 이 ‘기다림의 미학’은 아주 오래 전 살림집이 있는 서울과 작업실이 있는 양평의 항금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 두 곳을 왕래하면서 ‘기다림’이란 모티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 ‘기다림’을 상징하는 것이 곧 기차와 버스다. 그래서 김인옥의 화면에는 삼각형의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는 숲 저편에 작게 보이는 기차와 버스가 자주 등장한다.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의 율조, 곧 아련한 서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촉촉이 화면을 적시고 있다. 그 때 그런 김인옥의 그림은 곧 한편의 시에 다름 아니다. ‘그림은 시와 같이’란 말이 있듯이, 시와 그림이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김인옥의 작품세계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김인옥이 구가하는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다.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세계, 김인옥은 그런 세계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방식을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과감한 형태의 왜곡을 거쳐 단순화에 이른 것이다. 사물의 단순화란 사물의 복잡다기한 형태들을 가지치기하여 본질에 육박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런 작가적 비전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이제 명료한 삼각형과 원의 형태로 상징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송이의 소담한 수국 혹은 솜사탕이나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나무의 상징화는 김인옥 회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근작에서 그것들은 어린 요정들이 사는 동화 속의 나라가 되고 있다. ‘동심의 세계’란 상상 속의 이 작은 왕국을 요약한 것이다. 그 동그란 나무들은 어느 땐 숲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작은 어린 왕자들이 사는 막대사탕 나무가 되기도 한다. 황금나무의 숲인가 하면 소담하고 탐스런 솜사탕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모두는 현실을 초월한 풍경들이다.

 김인옥의 수간채색 작업은 색가(色價)가 맑고 청아한 것이 특징이다. 청색과 녹색, 연한 핑크색, 밝은 주황색들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몽상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상상력이 물 조리 속에 가득 담긴 둥근 나무들, 솜사탕처럼 포근한 숲에 사는 작은 요정의 왕국을 탄생시킨다. 푸른 잔디밭은 작은 꽃들로 가득 장식돼 있고, 줄지어 서있는 나무숲에는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 작디작은 세계는 곧 큰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 나무숲 위로는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김인옥은 이 목가적인 풍경이 매료돼 오랜 세월 동안 전원 풍경을 그려왔다. 화풍의 특성상 그것들 역시 현실을 초월한 세계처럼 보이는데 이는 김인옥의 회화가 지닌 중심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즉 구체적인 사건이 즐비하게 일어나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이상적인 세계, 곧 심상 속의 세계가 바로 김인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김인옥이 추구하는 심상 속의 세계를 암시하는 또 하나의 풍경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다. 이 그림 속에 묘사된 집들은 나무보다 훨씬 작게 표현돼 있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어린 왕자들이 사는 집처럼 보인다. 이처럼 현실이 도치된 세계는 김인옥의 심상 그림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동심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세계 속에 거침없이 사는 작가적 상상력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기다림> 연작은 원래 일상적 사물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것 또한 90년대 초반부터 김인옥이 끈기 있게 다루어온 작업 경향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연작은 소재 면에서 볼 때, 빨래가 널린 전원 풍경이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실내 풍경, 혹은 꽃이 소담하게 담긴 화병이 초원을 배경으로 놓여져 있는 타입으로 구분된다. 어느 것이나 여성의 섬세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써 대상에 대한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위 인용문은 2천년대 초반에 김인옥의 개인전에 즈음하여 필자가 쓴 서문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그 후 다시 십 여 년이 흘렀다. 그 십년 동안 김인옥은 특유의 친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시선으로 자연과 주변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근작전은 그 동안의 성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