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oneers_Imogen Cunningham & Alexander Rodchenko
The Pioneers_Imogen Cunningham & Alexander Rodchenko
  • 황임규 기자
  • 승인 2023.08.1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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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기 간: 2023.09.05-10.26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관 람 시 간: 월-금 10:00 –18:00, 토 11: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전 시 장 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 SPG Dream Bldg. 8층 아트스페이스 J

유사 이래,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남들보다 뛰어난 안목으로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올 수 있었다. 예술의 영역도 예외는 아닌데, 특히나 19세기 기술의 발전으로 출현한 사진은 특유의 과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종래의 미술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표현 영역을 개척하며, 20세기 이후 독립적인 예술매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오늘날 사진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인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 1883-1976)과 알렉산더 로드첸코(Alxender Rodchenko, 1891-1956)는 극단의 시대로 평가받는 20세기 초, 각기 미∙소(美∙蘇) 양 진영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양상을 보인다. 아트스페이스 J는 지난 20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최초로 로드첸코의 전시를 개최하였고, 뒤이어 2018년에는 커닝햄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는 이 두 사진가를 동시에 소환하여, 20세기 초, 자유민주와 공산 진영이라는 극단적으로 양립된 시대적 환경 속에서 이들이 저마다 어떻게 자신만의 사진의 길을 찾고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비교하여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모젠 커닝햄은 1900년대 초, 18세의 나이에 유럽 회화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시작으로, 1930년대에 동시대를 대표하는 사진가인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1886-1958), 안셀 에담스(Ansel Adams, 1902-1984) 등과 f/64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이들은 카메라의 기계적인 재현 능력과 사실적인 특성을 수용해 극사실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형식주의 미학을 주창함으로써, 당시 미국 사진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후 1946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커닝햄은 패션 잡지 Vanity Fair의 의뢰로 상업 초상사진과 다큐멘터리 작업을 병행하며, 1970년대 중반까지 인물, 풍경, 그리고 정물을 아우르며 대상의 순수한 조형미를 구현해낸 실험적인 작업들을 지속해 나갔다.[1]

이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 사진가인 이모젠 커닝햄이 190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비교적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당대 서방 사진계의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며, 개인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심미적 차원에서의 예술적 실험을 이어갔다면, 1920년대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알렉산더 로드첸코는 예술의 궁극적인 가치를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인간 지각의 혁명을 통한 사회의 혁명에 두었다. 따라서 그를 위시한 당대 러시아 구축주의, 생산주의 작가들에게 현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사진은 ‘예술과 삶의 일치’라는 아방가르드 미술의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매체로 간주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하이 & 로우 앵글을 통한 시점의 혁명, 파격적인 프레임, 과감한 클로즈업, 그리고 역동적인 구성은 ‘로드첸코 스타일’로 이미 사진사에서 고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1900년대부터 대략 7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이모젠 커닝햄의 작업이 ‘사진의, 사진에 의한, 그리고 사진을 위한 길’이었다면, 우리는 그녀의 사진적 자취를 따라감으로써 사진이 독립된 시각예술 매체로 발전해 나아가는 20세기 사진의 역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예술과 삶의 일치’라는 아방가르드 미술의 진정한 정신을 작품과 이론을 통해 가장 탁월하게 실천했던 알렉산더 로드첸코의 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예술’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즉 ‘오늘날 우리에게 예술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할 것이다. <The Pioneers_Imogen Cunningham & Alexander Rodchenko>, 본 전시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특정한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온, 그리고 부응할 수밖에 없었던, 20세기 초 대표적인 미∙소의 두 사진가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독자적인 방식으로 치열하게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나아가며 사진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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