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거나, 사소하거나 권혁•유현미 2인전
무겁거나, 사소하거나 권혁•유현미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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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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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기 간: 2023.11.14-12 .21 / Opening Reception 11/14 (화) 5:00pm
관 람 시 간: 월-금 10:00 –18:00, 토 11: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전 시 장 소: 아트스페이스 J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 SPG Dream Bldg. 8층

빙산의 일각’

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유자적하는 마리의 백조를 보았을 , 이를 위해 백조가 밑에서 얼마나 숱한 발짓, 혹은 물질을 해야만 하는지를 떠올리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 과연 고고한 백조는 처절하리만치 발짓하는 자신의 본능적인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랄까?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보다 보편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공감을 이끌어 내리라 바라는 것이 예술가라는 미명 아래 살아가는 이들의 숙명일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자아를 오롯이 녹여낸 예술이 관객들의 마음 한복판에 잠시라도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이에 아트스페이스 J에서는 텍스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권혁과 유현미를 무겁거나, 사소하거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권혁, Phenomenon_Blooming, 170x148 cm, acrylic, thread stich on linen,
권혁, The story, 116.8x91 cm, acrylic on canvas, 2023 
권혁, The structure of peace and taboo, acrylic on canvas, 2023

 

 

 

 

 

 

 

 

 

 

 

자연의 바람, 호흡 또는 ,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물과 같이 형태를 규정할 없는 대상의 유동적 움직임들을 여러 겹의 레이어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평면을 구성해오고 있는 권혁. 2019, 서포 김만중의 고대소설 구운몽 모티브로 <구름이 낯을 가리고>, 그리고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경험과 삶을 담은 동명의 에세이를 근간으로 2022 개인전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에서와 같이 그녀의 작업에서 시각적 영감을 가시화하는 원천으로서의 역할은 매우 주요한 부분이다. 이런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인류 최초의 스토리인 신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신화와 설화를 중심으로 하는 작업들을 새로이 선보인다. 우리 삶은 스토리로 이루어지고, 스토리의 시작은 신화이기에 자연히 신화가 작업의 시초가 되었다고 하는 작가 권혁. 특정한 시대와 민족의 기억, 그리고 이야기로서 집단 내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내밀한 힘과 기운을 지니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신화를 그녀는 어떻게 개인의 사소한 시선으로 그려냈을까?

   

유현미, Canvas No.2(Cosmos Series), 110x150 cm, C-print, 2012
유현미, Drawer(Bleeding Blue Series), 156x203 cm, C-print, 2009 
유현미, Self-replicate (Stone Ccloud No.3), 194x130 cm, 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 2023
유현미,UFO No.2(Cosmos Series) 100x150 cm, C-print, 2013

 

 

 

 

 

 

 

 

 

 

 

 

반면 작업 초기부터, 분명 체험은 하였으나 증명은 불가하기에 지극히 개인적 영역에 머무는 꿈과 무의식의 탐구에서 시작하여,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설치와 채색,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진으로 귀결되는 작업을 통해 미술 장르를 넘나드는 환영을 보여온 유현미. 현실에 근거한 비현실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2009 <그림이 남자>에서는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실제의 인물과 오브제에 색을 입힘으로써 실재하는 대상을 환영의 그림으로 만들어버리는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후 2022 출간된 자신의 소설 <()> 바탕으로 근작에 이르기까지 유현미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심상에서 발아된 이야기를 예술적 환영을 통해 가시적 영역으로 끌어올려 우리의 상상력을 촉발함과 동시에 인식 과정을 자극하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기존의 문학, 주변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텍스트 등을 통해 스스로 체화한 심상을 자신만의 관념으로 시각화하여 우리에게 들려주는 작가 권혁과 유현미.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형태이다.”  - 파블로 피카소

얼마전 그림은 생각의 결과’라고 하던 지인 작가의 말에 불현듯 피카소가 언급했던 위의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는 누구나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체험에서의 심상을 각자 지니게 된다. 그리고 보통은 그것을 자신만의 마음, 혹은 저장소에 담아둔다. 하지만, 예술가라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들은 이를 안에 넣어두기에는 너무나 벅차기에,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향해 외친다. 들리냐고. 공감하냐고.” 예술가의 눈은 시각 너머를 보는 눈이고, 그들은 상상력을 매개로 존재의 개별성을 드러내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빛깔과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려주기에. 어쩌면 모든 예술은 여전히 무겁거나, 혹은 지극히 사소하지 않을까?

(아트스페이스 J, 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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