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개인전, ‘경계에 스며들다’
김은영 개인전, ‘경계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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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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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무늬와공간 갤러리
▪ 전시 일시 : 2023 11.23. (목) - 2023. 12. 06 (수) (공휴일 휴무)
▪ 관람 시간 : 10:00 - 18:00, ▪ 입장료 : 무료, ▪ 전시장르 : 사진
▪ 행사 안내 : 교대역 5번 출구 앞 인앤인빌딩 8층 ‘무늬와 공간’ 갤러리에서 11월 25일 오후 3시부터 1부 오승은 선생님의 ‘시대를 아우르는 미술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미술사’ 강의 후, 2부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 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갤러리로 신청해 주십시오. (02-588-2281, bonebank@hitel.net)

아직도 남아있는 상처들을 보듬다                               

무늬와공간 갤러리 대표 임창준
평소 인간의 반복되는 삶, 기억들, 세월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김은영 작가의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의 오래된 건축물 속에 내재된 우리의 상처, 아픔 등을 치유하는 작업입니다.
김은영 작가는 처음에는 살아가며 켜켜이 쌓이는 우리 의식 속 기억 층들을 여러 레이어를 겹쳐 표현한 '겹'이라는 작품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네 전통 조각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를 작업에 활용하여 '기억보자기'라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치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우리 주변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픈 기억이나 상처를 조각보를 활용하여 치유하는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온 근대 건축물들을 피사체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시기였으므로 다른 건축물들보다 훨씬 많은 사연과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 전시 작품들 선정할 때는 작업한 근대 건축물들 중 용도별, 지역별, 시각적 형태 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포함되도록 하였습니다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

 

평소 미니멀한 작업을 하는 김도균 작가나 환상적인 작업을 하는 이정록 작가, 판호(Fan Ho) 작가의 단순한 표현, 랄프 깁슨의 초현실주의적 작품들, 프랑코 폰타나의 색감 표현에 영향받은 김은영 작가는 편안한 느낌의 파스텔톤을 치유 색조로 사용하였고, 강한 원색들이 건축물의 상처에 스며들어 점점 옅어지며 치유되는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요즘 들어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임나 일본부 등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역사문제들이 있습니다. 해방 후 70여년이 지난 이 순간까지도 일제 강점기 시절에 그들이 세워놓은 왜곡된 역사들이 버젓이 이어져 또다른 상처가 되고 있는 이 순간에 김은영 작가의 작품들은 그 예술성과 함께 우리의 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어, 우리 마음을 보듬어줍니다    .

작가 노트 : 경계에 스며들다                                          

 김은영 金銀泳 Kim Eun-Young

이 작업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시기였던 일제강점기를 거쳐 온 건축물들의 내면의 아픔과 상처들을 치유해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심리나 정서 치료에 활용하는 컬러테라피를 건축물에 적용해보았고, 다양한 형태와 화사한 색으로 구성된 조각보를 활용했다. 파스텔 톤의 조각보로 감싼 건축물들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유토피아적인 세상에서 주변 풍경에 스며들어 위로받고 치유 받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 작업의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지친 마음을 치유 받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 주변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의 상흔과 미래의 기억  -

김은영의 <경계에 스며들다>

포항 호미곶등대
서울 독립문 

 

 

 

 

 

 

 

 

 

더 이상 기억하지 않을 때 인간은 과거를 잃어버린다. 불가역적인 삶에서 현재를 맞으며 매 순간 놓치는 과거를 붙잡는 것은 인간의 기억이며, 파편화된 기억에서 흩어진 과거는 인간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음에도 인간의 기억이 세대를 거쳐 세계에서 계속되는 것은 분절된 과거를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이성과 논리로 이어온 역사 때문이다. 기억은 인간이 과거에 경험한 구체적 사물과 사건, 공간의 끊임없는 단절 속에서 소실되고 회복하며, 역사는 세계의 변화 속 과거와의 새로운 관계로부터 진화한다. 그 시간의 층위에 남겨지는 기억에 대한 선택은 역사를 구성해 가는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

작가 김은영의 <경계에 스며들다>는 시간과 역사의 경계에서 소멸해 가는 공간의 기억을 망각으로부터 구하고, 희망하는 미래의 기억을 내보이고자 하는 사진의 몸짓이다. 침탈과 수난의 고통이 밴 근대의 역사를 당대 건축물을 촬영해 표상하고, 과거의 기억이 아픔이기에 기억의 무늬와 색을 새로 입혀 고통을 상징적으로 치유한다. 그리고 사진 속 건축물을 현실로부터 이탈시켜 상상의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이상적인 미래의 기억을 사진으로 가시화한다.

서울 성공회 서울성당
군산 구 군산세관 본관
군산 구 군산세관 본관

 

 

 

 

 

 

우선 작가가 <경계에 스며들다>를 통해 희석되는 기억에서 건져 올린 것은 1876년 개항 이후 세워져 일제강점기를 거친 근대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공간에 얽힌 기억을 지속시키는 구체적 형상이자 물질로서 역사를 증거하고 환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작가는 근대의 역사를 이러한 건축물을 통해 접근하며, 역사의 흐름을 지켜본 유형물에 담긴 기억을 대상화한다. 사진에서 건축물은 대개 현재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사적과 유형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들이다. 구 러시아공사관과 독립문, 덕수궁 중명전과 서울 경교장 등 정치·외교 관련 시설, 원주역 급수탑과 호미곶 등대 등 교통·통신 관련 시설, 명동성당과 천도교 중앙대교당 등 종교·신앙 관련 시설, 서울 배재학당동관과 전주 신흥고등학교 강당 등 교육·문화 관련 시설, 구 군산세관 본관과 서울 구 서대문형무소 등 사회·경제 관련 시설을 포함해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을 포괄한다.

 대전 대흥동 일.양 절충식 가옥

외세에 의해 근대 문명을 맞은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기, 국권을 침탈당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전쟁의 기억이 <경계에 스며들다>에서 보이는 건축물에 흔적으로 남아 고통의 역사를 상기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사진 속 서대문형무소 박물관의 전면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고 구속한 현장으로서 서대문형무소의 가혹한 역사를 함축한다. 또 명성황후시해사건 이후 고종이 피신했던 구 러시아공사관이 한국전쟁 시 파괴돼 탑만 보이는 장면과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의 모습은 일제와 서구 열강의 침탈을 환기하게 한다.

한편 <경계에 스며들다>가 포함하는 최초의 서양식 종교 건축물로서 현대에 복원된 서울 약현성당을 비롯한 종교·신앙 관련 시설은 기독교 선교사들의 선교활동과 함께 교육, 의료 분야로 확장된 서양식 근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또 사적으로서 익히 알려진 건축물의 전면이 아닌 후면을 주목해 표상의 진부함을 피하는 동시에 사랑하고 치유하며 기도하는 본래 종교와 신앙의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의해 세워졌으나 해방 이후 격동의 정치 현장이 돼 현재 김구 선생의 옛 집무실로 기념되는 서울 경교장과 한국전쟁 당시 선교사와 양민들이 학살당한 피의 현장인 대전 거룩한말씀의수녀회성당(구 목동성당)을 포함해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는 현대사를 아우른다. 

이렇듯 작가는 인간이 세웠으나 인간의 생명보다 오래 가는 생명 없는 건축물로부터 시대의 고통을 담아낸다. 건축물의 소멸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상실과도 같다. 그러나 기억의 진정한 보전은 건축물의 보존과 더불어 건축물에 깃든 인간의 역사에 대해 기억하기와 공명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멀어진 근대의 아픈 기억을 150여 년의 세월 동안 보존되거나 복원되어 남아 있는 소수의 건축물로부터 되살린다. 이로써 건축물이 버티어 낸 시간에 무심하며 품고 있는 기억에 무관심한 우리에게 그 역사가 오늘날 우리와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고통의 역사일수록 다시 맞지 않도록 잊지 않고, 끊임없이 돌봐야 함을 손수 의미의 결을 만들어 낸 사진으로 보여준다.

구체적 표현 방법으로 작가는 <경계에 스며들다>에서 역사적 공간으로서 건축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전면은 물론 인간의 눈길과 손길이 덜한 후면을 촬영한 후 디지털 기술로 탈색했다. 그리고 색이 빠진 건축물을 엷고 화사한 색의 조각보로 감싸듯 중첩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미의 겹을 완성한다. 피 흘린 상처를 소독해 닦아내듯 건축물 표면의 색을 빼고, 여러 시간 각기 다른 자리로부터 떨어져 나온 조각을 이어 붙인 조각보를 상처 위에 덧대었다. 한 장의 커다란 천이 아니라 조각난 작은 천들을 이어 꿰맨 조각보로 건축물을 감싼 것은 상처의 회복에 필요한 여러 손길에 대한 은유와도 같다. 

또한 조각보로 엷게 싸이고 옅게 흐려진 건축물을 작가는 현재 위치에서 디지털 기술로 떼어내 원시의 곳처럼 보이는 빈 하늘 아래 땅과 바다, 꽃이 핀 들판과 푸른 풀밭에 배치했다. 현대의 도시화와 산업화한 주변 풍경 또 독립문과 같이 터를 옮겨 변화한 주변 환경을 사진에서 삭제해 건축물만을 부각했다. 건설되는 동시에 주변과 함께 경관을 이뤄가며 건축물이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을 감안할 때, <경계에 스며들다> 속 건축물이 자리한 풍경은 현실을 벗어나 생경하다. 사진에서 밝고 부드러운 색으로 갈아입은 건축물은 원래 위치와 색을 탈피해 낯설게 됨으로써 그것이 품은 역사적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한편 몇몇 건축물은 원시 자연의 배경이 투과돼 마치 환영처럼 보인다. 바다 위에 떠 있거나 바닷물이 스며든 건축물은 현실 세계에 없는 이상 세계를 꿈꾸는 듯하다. 아직 닿지 않은 혹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먼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닿길 바라는 희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아주 작게 자리한 풍선과 회전목마, 공기 인형 등은 그곳이 가보지 않은 세계가 아니라 유년의 세계처럼 우리가 지나온 먼 과거 원형의 세계로 보이게 한다. 

무엇보다 <경계에 스며들다>에서 근대 건축물은 흐릿하게 옅어진 색으로부터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세계를 연상하게 한다. 공간의 기억은 그 공간을 잊지 않은 개개인에게 남고, 비록 경험하지 않은 기억이라도 공간에 깃든 역사의 전승을 통해 공동체의 삶에서 공공의 기억이 된다. 그러나 기억은 본질상 언제나 현재와 관계하며 현실의 삶에서 비롯한다. 또 역사를 통해 공유되는 공공의 기억은 공동체의 삶과 가치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사회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계에 스며들다>는 잊지 않아야 할 고통의 역사를 역설적으로 탈맥락화해 그 의미를 현재 시점에서 재조명한다. 이로써 우리가 그 역사를 잊어서 잃어버리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망각에 저항해 지켜야 할 공공의 기억으로 되살린다.

개인의 기억은 죽음으로써 상실하고, 공공의 기억은 망각으로써 소실된다. 고통의 시대일수록 잊고 싶고, 아픔의 역사일수록 외면하기 쉽다. 그러나 기억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짊어질 가치가 있음을 우리는 지난한 역사 속 반복되는 고통으로 확인해 왔다. 공공의 기억이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 개인의 기억으로 스며들수록, 공유되는 역사의 서사가 그 경계를 넘어 일상으로 파고들수록 경험과 기억의 무게는 나뉘어 가벼워진다. 함께 역사의 상흔을 기억하며 과오를 경계하려는 의지가 결국 희망하는 미래의 기억을 마주하게 한다. 김은영의 <경계에 스며들다>는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옅은 침묵으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에게 그것을 오롯이 전한다. 

정은정(사진 리뷰어)

작가 소개 :  김은영 金銀泳 Kim Eun-Young,

 

2016-2018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CAUPA) 3년 과정 수료

예술사진연구회 회원

 

【 개인전 】

2023 <경계에 스며들다>, 무늬와공간 갤러리, 서울

【 단체전 】

2023 제10회 도시사진전 <600년의 경계, 한양도성>, 서울시민청, 서울

2023 예술사진연구회 One Year전, 와이아트갤러리, 서울

2022 예술사진연구회 One Year전, 와이아트갤러리, 서울

2019 제6회 도시사진전 <사진으로 인사하는 방법>, 서울시민청, 서울

2018 제5회 도시사진전 <오래된 미래, 서울>, 서울시민청, 서울

2016-2018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3년 과정 수료전, 갤러리라메르, 서울

2016 우리는 APAP를 찍는다, 평촌아트홀, 안양

2015 서울둘레길 157 사진전, 서울시민청갤러리, 서울

【 사진집 】

2023 사진집 『One Year_경계에 스며들다』, 예술사진연구회, 서울

2022 사진집 『One Year_겹』, 예술사진연구회, 서울

2021 사진집 『One Year_Corona Blue』, 예술사진연구회, 서울

 

Email : spy7804@hanmail.net

작품 소개  : 별첨 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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