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아 개인전, ‘팔림세스트(palimpsest)-기억의 흔적’
조난아 개인전, ‘팔림세스트(palimpsest)-기억의 흔적’
  • 황임규 기자
  • 승인 2024.01.1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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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소 : 무늬와공간 갤러리
▪ 전시일시 : 2024. 01. 18 (목) - 2024. 1. 31. (수) (공휴일 휴무)
▪ 관람시간 : 10:00 - 18:00, (공휴일 휴무) ▪ 입 장 료 : 무 료, ▪ 전시장르 : 사진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302 인앤인오피스빌딩 8층 801호 (교대역 5번 출구 앞)

무늬와공간 갤러리에서는 2024. 01. 18 (목)부터  2024. 1. 31(수) 사이에 조난아 개인전 palimpsest(팔림세스트 -기억의 흔적)’ 전이 개최됩니다. 조난아 작가는 과거 어머니의 유년을 색색의 장미꽃을 피워 좇으며 어머니는 물론 자신의 유년과 화해하는 <엄마의 기억>(2020), 생활의 흔적에서 삶의 생명력을 포착한 <Veil>(2020)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갤러리 라메르 창작지원 선정작가로 초대되어 시점과 관점을 달리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확장시킨 <Flow>(2021)를 발표하였고, 그 다음 해에는 공간의 색과 면의 내부로 들어가서 그 안의 창과 문을 통해 감정들의 소통을 표현해낸 <Dissolve>(2022)를 연이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들이 흐릿하게 혼재하는 광경들을 사진으로 포착한 후, 과거 기억의 흔적 속으로 들어가서 현재의 나를 살피는 조난아 작가 특유의 다양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작품 사진을 덮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중첩된 사진 속의 기억들을 통해 현재의 나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1월 20일 토요일 3시부터는 1부 오승은 선생님의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맛보기’ 앵콜 강연 후, 오후 4시부터 2부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됩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사전 신청 바랍니다. 이날 참석 못하는 분들도 전시 기간 중에 오시어 기억의 흔적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접수 02-588-2281, 혹은 010-6820-2875 문자 선착순)

 작가노트

"Palimpsest"는 현재의 내 존재뿐만 아니라 내 과거 속의 여러 다른 순간에 있는 내 모습들이 층층이 쌓여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나의 해답을 어떻게 하나의 사진 프레임에 담아낼까 하는 일련의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Palimpsest"는 고대 문서나 글이 새로운 글이나 그림으로 덧씌워진 것을 말하지만 비유적으로는 여러 층의 역사나 기억이 덧씌워진 상황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전시의 제목인 “Palimpsest"는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의 여러 기억과 시간들을 하나의 사진에 담고자 하는 제 작업과 닿아 있습니다.

소설가 은희경은 장편 『빛의 과거』에서 주인공이 오랜 친구의 소설을 읽으며 함께 보낸 여대 기숙사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친구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이 기억하는 친구들의 모습 또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과거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래지거나 강화되며 서로 다른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런 기억들의 바탕 위에 현재의 내가 함께 하여 지금의 나의 모습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구성하게 됩니다.

스트레이트한 촬영으로 이러한 겹겹이 쌓인 시간들을 표현하기 위해 흐릿함, 반영, 그리고 장막 등을 활용하고, 철조망, 장애물, 빗물, 커튼과 유리창 같은 여러 오브제들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모습들이 불완전하고, 변할 수 있고, 그걸 떠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Palimpsest"는 현재의 시선을 통해 여러 과거의 모습을 사진의 프레임 속에 담아 내어, 과거의 시간이 현재와 만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제 "Palimpsest"에서 여러분 자신만의 특별했던 과거의 순간을 되짚어보고, 이런 순간들이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만드는데 끼친 영향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작가 조난아

사진은 현실에 대한 기억의 층위에 의미의 층위를 쌓는다. 사진을 바라보는 순간 사진 속 현실은 과거 기억을 환기시키며 현재의 또 다른 의미를 만든다. 사진의 시간을 과거이자 현재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특히 현실의 우연에서 의미를 찾는 사진가의 사진은 그 저변에 사진가의 기억을 품는다. 세상에서 발화하지 못한 기억이 세계의 연속성에서 단절돼 카메라 프레임에 담겨 가시화된다. 그러나 사진은 보여줄 뿐 말하지 않는다. 사진의 침묵 속에서 사진 속 현실의 의미를 헤아리는 일은 사진가라고 제외되지 않는다.

조난아의 <Palimpsest>는 사진을 기억의 대지(臺紙)로 삼고, 우연히 포착한 현실의 의미를 현재의 나와 과거 기억과의 관계에서 찾는다. ‘본래 글의 전부 혹은 일부가 지워진 흔적 위에 새 글을 덧쓴 표면’이라는 사전적 정의의 ‘팔림세스트(palimpsest)’를 작가는 작품의 제목으로 세웠다. 마치 팔림세스트에 중첩된 글의 흔적처럼 작품에서 현실의 면들은 층층이 겹쳐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러한 장면의 모호성은 사진에서 실상의 관계를 탐색하게 하면서, 과거 기억과 함께 현재 새롭게 마주하는 의미의 가능성을 연다. 기억 위에 기억이, 과거 위에 현재가 그리고 ‘나’ 위에 새로운 내가 현실의 모호성으로부터 나름의 의미를 스스로 찾도록 이끈다.

<Palimpsest>에서 작가는 섬세한 눈길로 현실의 일부를 응시한다. 사진의 공간은 과감하게 절단된 잘 짜인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엷은 유리와 얇은 천, 빗물 고인 얕은 면, 가는 그물과 철조망 등을 이용해 압축됐다. 또 사진의 시간은 연속하는 사건 없이 잠시 고정된 사물에 가닿은 빛의 시간으로 함축됐다. 평면적인 공간에서 입체적인 빛만이 눈에 보이는 사물을 비추는 동시에 장면에서 실상이 보이지 않는 사물을 반사하거나 반영을 남겼다. 빛은 어둠을 통과해 깊이를 드러내기도 하고, 사물을 투과하지 못해 그림자로 존재를 암시하기도 한다.

압축되고 함축된 시공간에서 현실은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것이 걸쳐 있는 면들로 중첩돼 경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작품 ‘Palimpsest 2’와 ‘Palimpsest 13’은 창가에 드리운 얇은 천이 있는 작품들이지만 장면에 보이는 빛과 그림자로 공간 안팎의 경계를 달리 나타낸다. ‘Palimpsest 2’는 천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로 사진가가 공간 안에 있음을 연상하게 하고, ‘Palimpsest 13’은 빛이 천을 투과해 비추는 사물과 천에 드리운 건물의 그림자로 천과 건물 사이에 있는 유리면을 인지하도록 해 사진가가 공간 밖에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리는 빛이 투과돼 공간의 안팎, 사물의 위아래를 투명하게 연결함으로써 혼란을 가중한다. 특히 ‘Palimpsest 3’과 ‘Palimpsest 4’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사물의 익숙하지 않은 표면과 바닥 위에 내려앉은 나무 그림자를 내보인다. 사물 위에 놓인 유리면은 굴곡 없는 그림자에 대한 세세한 관찰로만 짐작할 수 있다. 또 작가는 카메라의 초점을 전면의 유리나 그물, 철조망 등에 맞춤으로써 공간의 깊이를 얕게 하며, 흐려지고 가려진 후면으로 인해 답답하고 혼잡한 느낌을 장면에서 부각한다.     

그리고 공간의 단일 면을 작품 ‘Palimpsest 8’과 ‘Palimpsest 9’에서처럼 유리면에 부착되거나 내부에 쌓인 종이로 분할해 입체화하는 한편 작품 ‘Palimpsest 21’과 ‘Palimpsest 22’처럼 빛이 비치는 전면의 나무 구조물과 내부의 어둠으로 공간의 깊이를 압축해 평면화했다. 작품에서 빛과 그림자 또 유리와 그물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정교하게 이뤄가는 장면의 모호성은 현실의 공간을 비현실적으로 치환해, 역설적으로 그 현실에 반응하게 한다.

우선 직관적 차원에서 감각과 감성으로 있는 그대로 모호성을 받아들이게 한다. 흐릿하고 가려지고 겹친 사물들은 호기심과 상상을 일으키는 동시에 현실의 불확실함과 복잡함 그리고 엉켜 있는 수많은 관계를 환유하며 환기시킨다. 그리고 장면 속 혼돈은 오랜 시간 동안 덮어 두었던 혹은 무심하고 무관심했던 과거 삶의 현실과 그 현실 너머 근원적인 무의식의 층위를 건드린다. 이러한 자극은 가린 것을 걷거나 덮은 것을 들추거나 뒤섞인 것을 정리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딪히는 불편함과 불확실한 관계에서 비롯하는 불안함을 떨쳐내려는 욕망이다. 이는 상황에 대한 수동적 반응을 뛰어넘는 적극적 의지와 행위를 촉발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상황을 인식하는 주체가 현실에서 마주한 것들, 궁극적으로 자기 내면과 대면했을 때 시작된다. 현실이 여러 겹으로 공고할수록 상처받기 쉽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과거를 대면하며 기억을 재해석해 새로 써가는 현재의 행위이다. 파편화된 과거와 매 순간 맞는 현재 사이 벌어진 틈을 봉합하는 것은 오직 다른 미래를 꿈꾸는 희망으로 가능하다.

개별 작품을 엮으며 시리즈를 완성하는 <Palimpsest>의 스토리텔링에서 이러한 희망을 엿본다. 이 시리즈는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붉은 금지 표지판이 세워진 세계가 흔들려 있는 작품 ‘Palimpsest 1’에서 출발한다. 이후 투명하지만 통과할 수 없는 유리와 뚫려 있지만 지날 수 없는 그물, 빛에 빛나지만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들을 건넌다. 그러고 나서 얽히고설킨 철 구조물에 비치는 한 줄기 빛(작품 ‘Palimpsest 24’)을 보고, 저녁 어스름 밝은 가로등 아래 조심스러운 통행을 지시하는 노란 방지턱(작품 ‘Palimpsest 25’)을 지나 붉은 벽면의 공간이 어둠 밖에서 밝게 빛을 내는 작품 ‘Palimpsest 26’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Palimpsest> 시리즈에서 시간을 달리해 과거와 대면하는 여정은 마치 팔림세스트에 기록된 이질적인 흔적들을 발견하는 과정과도 같다. 숨 탄 이후 모든 시간이 내게 새긴 모든 흔적은 단숨에 보면 불투명해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기억의 층위를 하나하나 살피면 내 삶의 두께를 층층이 알아볼 수 있다. 숨었던 것이 나타나고 감췄던 것이 드러나고 지웠던 것은 오롯이 흔적을 남겼다. 기억의 두께는 삶이 견딜 수 있는 두께만큼이다. 과거의 흔적을 버리지 않는다. 아프고 두렵고 보잘것없는 시간이더라도 모든 흔적을 있는 그대로 품는다. 그 위에 현재의 시간을 써 내려갈 때 ‘나’는 매 순간 새롭게 창조된다. 어제 위에 새긴 오늘의 내가 어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더라도 삶은 이미 한 층을 더했다.

작가 조난아는 작품 <Palimpsest>(2023)를 선보이기 전 <Veil>(2020), <엄마의 기억>(2020), <Flow>(2021), <Dissolve>(2022)를 발표했다.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벽면 위 낡고 녹슬고 균열이 간 생활의 흔적에서 삶의 생명력을 포착한 <Veil>, 생명이 사그라지는 노쇠한 어머니의 유년을 색색의 장미꽃을 피워 좇으며 어머니는 물론 자신의 유년과 화해하는 <엄마의 기억>, 시점과 관점을 달리해 공간을 확장하며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다각도로 시도하는 <Flow>, 외현이 아름다운 공간의 색과 면 내부로 들어가 민낯의 시멘트벽을 마주하며 그곳에서 소통의 창구로서 창과 문을 발견하는 <Dissolve>, 이 모든 작품 위에 마침내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 과거 기억과 현재의 나를 살피는 <Palimpsest>가 쓰였다.       

작가의 작품들에서 일관되는 것은 카메라로 세상과 직접 마주하며,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공간을 만나더라도 소멸하는 삶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현재의 자기 안으로 파고들려는 힘겨운 노력이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대면에는 충돌과 갈등이 일어난다. 과거가 나를 건너게 하지 않는다. 불완전하기에 모호한 기억을 발판 삼아 내가 과거를 건널 때, 오늘 새로이 나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이것이 촘촘한 글씨로 가득 찼으나 비어 있는, 그래서 어떻게 읽어도 좋을 조난아의 <Palimpsest>에서 찾은 사진의 문장이다.

 

글 정은정(사진 리뷰어)저 사

작가 소개

 

개인전

2024 <Palimpsest>, 무늬와 공간 갤러리

2022 <Dissolve>, 무늬와 공간 갤러리

2021 <Flow 외>, 서울대병원 치유갤러리

2021 <Flow>, 창작지원 선정작가 초대전, 갤러리 라메르

2021 <Veil>, 291 photographs’ 초대전, 에비뉴엘 롯데타워

2020 <Veil>, 토포하우스

2020 <Veil>, 갤러리라메르

2020 <엄마의 기억 외>, 초대전,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2020 <Veil 외>, 초대전, 갤러리 마음

 

단체전

2021 <ONE YEAR>. Yart Gallery

2020 <꽃봉오리>, 제7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KOREA PHOTO, 예술의 전당

2020 <Print Sale전>, 비움갤러리

2020 <at the Moment>, K&P GALLERY(미국 뉴욕 첼시)

2019 <엄마의 기억>, Seoul Art Show, Coex

2019 <제18회 고양국제아트페어 부스전>, 고양국제꽃박람회장

2019 <글로벌 아트페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EXPO 컨벤션

2019 <韓·日 교류전> 토포하우스

2019 <점이 선이 되기까지> 토포하우스

2019 <변화의 틈>,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KOREA PHOTO, 예술의전당

2019 <Going Home>, 공간 291

2018 <ONE DAY>, 공간 291

 

조난아 Cho Nana

연락처 : chonana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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