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 1946~)의 가상현실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 1946~)의 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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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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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예술을 위해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회화의 보조적인 수단이나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하지만 예술지향적인 화가 출신의 사진가들에 의해서 예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들은 19세기 당시의 주류 예술인 회화의 미학을 그대로 수용하여 회화와 유사한 외관과 내용으로 구성된 사진이미지를 생산했다. 카메라와 사진을 이용하여 작품을 생산했지만, 미의 근원은 회화에 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진을 ‘19세기 예술사진’ 혹은 ‘회화주의사진’이라고 칭한다.
이후 1910년대부터는 회화주의사진은 쇠퇴하고 사진의 본질이라고 인식한 기계적인 기록성과 사실성에 입각한 스트레이트포토Straight Photo가 주류적인 사진경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스트레이트포토’는 미국근대사진의 주류적인 사진미학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다. 현재도 수많은 사진가들이 스트레이트포토를 사진미학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스트레이트포토는 다큐멘터리사진과 형식주의 조형사진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도로디어 랭Dorothea Lange등과 같은 사진가의 다큐멘터리사진이다. 또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안셀 애덤스Ansel Adams 등과 같은 사진가의 풍경사진이다.
이처럼 사진은 오랫동안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매체로 인식되었다. 사진이 현실 그 자체이자 진실이라고 많은 이들이 받아 들였다. 그래서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다큐멘터리사진이 사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1950년대에 텔레비전이 대중화되어 사진의 미디어적인 기능이 쇠퇴하면서 사진은 사유화된다. 또한 기록매체에서 표현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특히 1960년대에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선택하면서 사진은 표현영역이 넓어지고 개념이 변모하기 시작한다. 1910년대부터 정립되기 시작한 모더니즘사진미학은 사진은 사실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매체라는 것이 본질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부터 포스트모더니즘미술작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면서 사진은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 재현하지 않고 현실을 재구성하여 재현하는 매체가 되었다. 그래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현실을 구축해서 보여주었다.
특히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사진의 주요 화두는 섹스, 섹슈얼리티, 젠더, 일상, 환경 등이다.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에서 탈피해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특정한 장면을 연출해서 시각화하는 것이 반드시 거짓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 보여 지는 것이 현실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의 너머에 존재하는 사건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중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샌디 스코글런드는 자신이 제작한 설치물을 이용해서 연극무대와 같은 장면을 재현했다. 자신의 상상력과 미적인 감각에 의존해서 새로운 현실을 구축한 것이다. 이 결과물을 사진으로 재현하여 최종결과물을 생산했다.
서양사회는 1960년대부터 환경문제가 사회적인 화두였다. 작가도 연출사진기법을 이용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산업화로 인하여 자연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고 돌연변이들이 발생하여 환경에 큰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금붕어, 고양이등과 같은 생물이 인간을 공격하고 나무도 변형되어 큰 재앙을 암시한다. 또 이혼율이 급증하여 가족제도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작가는 자신의 미술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현실을 반영하는 작업을 한다. 지금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문제를 방치해두면 가까운 미래에 일어 날 수도 있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환경문제와 가정문제에서 출발하여 정치, 무기산업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한다. 가상현실이지만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 질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각한 이야기이지만 컬러가 화려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미학적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작품은 이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제도권적인 표현방식의 결과물이지만 30 여 년 전에는 사진의 미학을 변모시킨 파격적인 작품이다. 또 시대를 초월하여 유효한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미술대학출신으로서 연극무대 연출자처럼 자신의 미적인 주관 및 상상력을 기반으로 특정한 장면을 연출한 결과물을 카메라로 재현했다. 또한 미술감독처럼 무대를 설치하고 꾸몄다. 작가의 작업은 단일매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장르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런데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여 재현하는 표현방식은 이미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19세기 예술 사진가들도 선택한 표현방식이다. 다만 동시대적인 주제를 연출사진기법으로 표현했다는 차별점만 존재한다.
1980년부터 동시대사진에서는 표현방식이나 표현대상의 새로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주제의 새로움이 더 중요하다. 표현기법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작가의 표현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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