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표 사진가의 뉴욕_뉴욕_뉴욕
김준표 사진가의 뉴욕_뉴욕_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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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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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JOA)의 한국사진가 인터뷰

 


김준표 사진가의 뉴욕_뉴욕_뉴욕

 

 

현재, ‘아트스페이스 J’에서는 <New York New York New York>전이 열리고 있다. 2018년 11월 2일부터 12월 26일까지 관람이 가능한데 김준표 외 8인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뉴욕'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오랫동안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곳이다. 그러기에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묘미는 각자가 펼쳐 놓은 다채로운 ‘뉴욕’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에 참여 하는 작가들 중 뉴욕에서 최근에 귀국한 김준표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 했다. 특히,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15년간 뉴욕에 살면서 담아 온  '체감 풍경' 때문이다. 그의 사진, <New York, ever changing city> 는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 1857 -1927) 사진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정도로 뉘앙스가 닮아 있다. '앗제'는 프랑스 사진가로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년~ 1940년)이 1936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글을 통해 전환시대의 ‘위대한 사진가’라고 할 만큼 현대사진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주로 산업혁명으로 사라져가는 파리의 텅 빈 골목길이나 공원 등을 고즈넉하게 담고, ‘파리의 옛 모습’ 또는 ‘그림 같은 파리’ 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앗제의 사진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진에 담긴 특유의 서정성 때문이다. 무거운 목재 카메라와 대형 유리원판의 네거티브에 의한 독특한 빈티지(Vintage) 프린트는 '카메라의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정성이 매우 짙다.

 

 

 

 

김준표의 사진 역시, Wista 4X5 필드 카메라로 촬영한 뉴욕 풍경은 마치 오래된 사진을 본 듯, 빛바랜 느낌으로 고즈넉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흔히,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뉴욕에 있을 당시 경제활동이 너무 어렵게 되자 사진을 그만 두려고 창작활동을 접었다. 어느 날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카메라를 받게 되면서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그날 이후부터 뉴욕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 맨하튼은 옛 상점이나 오래된 건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빌딩들이 생겨났다. 안타까운 마음에 담기 시작한 사진이 <New York, ever changing city>이다. 처음부터 특별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진행 했던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도시계획 이전 사라져가는 파리를 담았던 앗제 처럼, 사라져가는 뉴욕을 찍기 시작해 무려 1000여장이나 담게 되었다. 그는 시간이 축적된 공간들이 좋아했다. 그것을 오롯이 드러내기 위해 시각적 기호들을 탐색하며 8년 동안이나 촬영 해 완성되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건물은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들이거나 작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 준 특별한 공간들이다. 그의 사진은 오래된 시간의 축척으로 수 백년 전의  뉴욕 거리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실제로, 사진 속 ‘쎄런디피티(Serendipity)’는 1954년에 오픈한 곳으로 ‘뜻밖에 발견’이란 말이 어울리는 작은 레스토랑 건물이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나 엔디 워홀(Andy Warhol) 등과 같은 유명인들 단골집으로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또 다른 사진, 스톤 스트리트(Stone Street)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이다. 옛날 영국식 돌로 포장된 골목길을 따라, 술집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날씨가 좋을 땐 골목 가득 야외 테이블이 놓이고 다양한 맥주와 함께 뉴욕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그의 아내와 자주 데이트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장착한 뒤, 조리개를 F64로 조인다. 그리고 셔터를 오래도록 열어 두었다가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서 셔터 문을 닫았다. 짧게는 1시간에서 4시간 까지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작게 열린 구멍으로 느리게 빛이 흡수되고 필름에 상(뉴욕)이 맺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일차적으로 시간을 담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진에서의 시간성은 주관적인 서정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처럼 이번 사진에서 가장 주요한 촬영방식은 장노출에 의한 시간성이다. 앗제의 경우, 비교적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파리를 촬영한 반면, 김준표 작가는 자신이 기억하고자 하는 그 장소성만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사진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움직임이 없는 정지된 건물이나 나무와 가로 등 뿐, 장시간 열어 둔 긴 셔터로 인해 움직이는 대상은 모두 뿌연 연기처럼 ‘흔적’만을 남기며 사라져,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장타임에 의한 아우라(Aura)의 생성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성에 의한 ‘흔적’은 현재에 남겨진 과거이자 스쳐 지나간 대상의 표상으로 부재의 현존을 드러내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부풀린다. 이처럼 김준표의 사진에서 시간적 개념이야 말로 향수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노톤에 가까운 컬러와 낮은 콘트라스트, 흐릿하게 흔적으로 남아 있는 행인은 빛바랜 감흥을 더욱 증폭시킨다.

 

 

앞서 밝혀 듯이 길게는 4시간을 담은 것으로, 모든 사물은 그 시간에 걸친 것들이다. ‘거기 있음’에 대한 기표(記票)이자, ‘지금 없음’의 기의(記意)들로 낭만적이다. 늦은 겨울밤, 샹송을 들으며 와인 한잔과 함께 마주 하고 싶은 사진, 환한 조명 보다는 흔들리는 작은 불빛 아래서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보아도 좋을 것만 같은 사진, 김준표의 사진은 그렇게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오래된 낡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현재의 뉴욕 풍경을 통해 ‘거기 있음-존재 증명’ 외에도 거기 있었으나 곧, 사라져 버린 ‘지금 없음-부재증명’의 신화를 들려준다. 사진의 또 다른 묘미는 시간의 축적을 담고 있는 뉴욕 풍경들이 하나같이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오래된 건물은 시간성을 주지시키는 표식으로 작용하며, 현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과거 어느 한때의 시간으로 회귀(回歸) 하도록 이끈다. 그러기에 사진을 보며 잠시라도 그리움과 회환에 빠지는 것은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는 의식 때문은 아닐까.

 

 

장시간의 인터뷰를 끝내며 ‘사진은 한 마디로 무엇인가’를 묻자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오래전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간 곳이 뉴욕이었다. 그런데 영화와 순수미술로 몇 차례 전공을 바꾸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끊임없는 좌절과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1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을 뉴욕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러니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이 ‘뉴욕’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뉴욕’ 사진들은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이자, 비록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뉴욕에 머물렀던 시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기억장치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뉴욕을 가본 이들에게는 아스라한 추억을,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꼭 한번 쯤 가보고 싶도록 독려하는 아름다운 사진이 아닐 수 없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처음, 사진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3녀 1남의 막내로 누나들을 보고 자라서인지 어려서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 대학입시 때 의상디자인과를 선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당시 국민대학 의상디자인과는 조형대학 이였고, 고3이 되어 뒤늦게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나에겐 전공보다는 좋은 미술대학을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의상디자인과 에서 특별히 나만의 색을 찾지 못할 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 외국이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과 3년 재학중에 졸업을 1년 앞두고 유학을 선택했다. 뉴욕 Parsons School of Design 의상디자인과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옷'을 정말 사랑하는 많은 학과 친구들을 보며, 의상디자인이 나의 길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School of Visual Arts NY에서 새롭게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늦어지는 공부와 길어지는 뒷바라지, 풍요롭지 못한 가정형편에 부담은 점점 커져갔다. 한번만 더 뻔뻔해지자. 영화과 3학년이 개강하는 주에 학과 사무실로 달려가 전공을 바꿨다. 영화가 특별히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순수미술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추후 사진을 전공하고 싶거나 사진 공부를 위해 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는가.
추구하는 장르가 일반적으로 사진 유학에 관심 있는 분들과 틀릴 수도 있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하기는 조금 힘들다. 다만,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때, 보다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고 싶다' 보다는 '무엇을 왜 찍어야 하는지' 그 정당한 이유를 먼저 찾을 수 있다면 이후의 작업들이 보다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스페이스 J의 < New York New York New York>전은 어떻게 참여 하게 되었는가.
작년에 겨울, 스페이스 J에서 개인전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이 기회가 되어 스페이스J 측에서 감사하게도 전시 제안이 왔고, Walker Evans의 작품도 나온다는 실장님의 말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드렸다.

 

 

뉴욕은 김준표 작가에게 어떤 곳인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웬지 남의 눈을 의식하며 언제나 강요되는 부분이 많았다. 뉴욕은 그런 시스템이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었고, 나를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곳이다.

 

 

< New York New York New York>에 전시한 사진은 어떤 것들이며,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약 8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해 온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은 뉴욕의 거리를 위주로 찍은 사진들이다. 사라져가는 뉴욕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작품들이다. 촬영은 주로 조리개를 F64에 놓고 최대 4시간의 장노출 기법을 사용했다, F64로 조리개를 조이면 빛이 천천히 필름에 닿기 때문에, 움직이는 대상들은 상이 맺히지 않고, 스쳐 지나간 흔적만을 남기고 뒤에 배경으로 있는 건물 또는 길은 그 형태를 또렷이 드러낸다. 특별히 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네거티브는 그냥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스켄 또한 불가능하여 꼭 암실작업을 거친다.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지 3년 정도 밖에 안 된 것으로 안다. 현재 뉴욕 사진계의 동향이나 그곳만의 사진적 특성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볼 수 있는가.
뉴욕은 다양한 인종과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드는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 중 하나이다. 사진 분야에서도 그러한 흐름은 이어지는 것 같다. Classic 마스터 BW 프린트부터 Contemporary Photography 까지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몇 가지 국내 사진 시장과 많이 다른 점이 있다면 판매시장 성향과 거래되는 사진의 이미지에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먼저 뉴욕에는 훨씬 보편화, 활성화된 판매시장이 있고, 브랜드 작가의 작품 못지않게, 새롭고 신선한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판매가 되는 것 같다. 아마 투자로써 구매가 아닌 걸어놓고 즐기는 목적이 분명한 더 큰듯하다. 두 번째로는 전시되어 지는 사진들의 이미지 색깔이다. 물런 현대미술은 그 아이디어를 표현함에 더 큰 비중을 주기도 하지만 그 장르야 어찌되었던 이미지의 색깔에 많은 차이가 보이는 것 같다. 외국 작가들의 사진들, 특히 서구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이미지에 대한 이해와 색감이 더 풍부하고 조화롭고 정리된 듯하다. 분명 파이널 프린트에 대한 작가의 태도 또한 많이 틀린 것 같다. 한국적인 색에 맞는 프린트를 연구함도 좋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나 또한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뉴욕에 있는 동안, 갤러리에서 많은 작품들을 봐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뉴욕에 간다면 꼭 들려 볼 만한 갤러리가 있는가. 독자들에게 추천해 달라.
뉴욕에는 정말 좋은 사진 갤러리들이 많이 있다. 솔직히 난 갤러리를 많이 다니지 못했지만, 첼시에 있는 Bonni Benrubi Gallery는 Contemporary photography로 유명하고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드타운 웨스트에 있는 ICP (international Center for Photography)는 학교로도 유명하지만 뮤지엄으로도 유명하다.  현대부터 클레식까지 항상 볼만한 전시가 있다. 첼시에 있는 Yossi Milo Gallery에선 다양한 contemporary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한국의 이명호 사진작가가 전속으로 있는 것으로 안다. 마지막으로 미드타운 이스트에 있는 Pace Macgill Gallery 이다. 이곳은 Walker Evans, Robert Frank, Irving Penn등 레젼드의 사진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갤러리이기도 하다.

 

 

사진 역사를 통해서나 뉴욕에 있는 동안 영향을 받은 사진작가가 있었다면 어떤 점 때문인가.
많은 위대한 사진작가 중, 프랑스 사진작가 Eugene Atget가 단연 제일 먼저 생각난다. 어디선가 갑자기 누군가 나타날 것 같은 텅빈 거리와 상점, 커미션을 받고 작업한 기록 사진임에 불구하고, 언제나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서정성에 나도 모르게 흠뻑 취했었다. 매일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다음날 사용할 필름을 준비하며, 그의 사진책을 보며 행복했었던 옛 기억이 난다. 어쩌면 뉴욕의 모습을 앗제의 눈으로 재현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사진 뿐 아니라 영상 작업도 해 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난 욕심이 많다. 영상과 사진은 아주 비슷하지만 각각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려고 하는 이야기 마다 더 잘 설명 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영상과 사진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친구와 같은 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현재 뉴욕 프로젝트에 대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곧 서울을 찍을 생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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